하지만 상실은 물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팩트fac‘도 유일무이함을 상실할 수 있다. 팩트를 왜곡하고 금기禁忌로 만드는 일, 애써 무관심하거나 두려움의 대상으로 치환하는 것으로 팩트는 훼손되고 정신은 상실된다. 이것이 훨씬 치명적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들)과 <보이지 않는 시선이 이를 증거한다. 팩트가 팩트로 대접받지 못하는 세상, 혹은 그런 나라에서 결국 역사는 그 자체로 불행하다.
"우리는 왜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아야 하는가?" "왜 역사적 사실을 지금에 와서 복기해야 하는가?" 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 사무처장 혜문스님이 답했듯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일은 우리의 슬픈 역사와 짓눌린 역사를 회복하는 것"이며, 지난한 과정을 통해 역사를 다시 찾는 것은 자기 자신을 다시 찾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문화재 반환과 역사적 팩트를 복기하는 일은 자기 상실을 극복하는 첫단계다.
『조선왕조실록』은 임금이 죽고 나서야 편찬작업을 시작했다. 권력과 후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정확한 기록을 남기고자 함이었다. 이책에는 수많은 권력자들이 두려워했던 시대의 기록이 담겨 있다. 기억을 기록하는 일은 이제 남은 우리의 일일지도 모른다. 서문을 쓰며 다시 한 번 〈역사채널ⓔ〉의 첫 장면을 돌려본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人君所畏者, 史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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