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선전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매일 매시간 민중의 맥박 소리에귀 기울이고, 어떻게 맥박이 뛰는지 듣는 것이다.

대체로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이 운영한 댓글부대를 1세대로 본다.
1세대 댓글부대가 조악하고 원시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논리보다는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고, 대형포털과 중소포털, SNS에 서로 달리 대응할 줄도 알았다. 이들이 주로 사용한 반복법, 강조법은 무식한 테크닉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지금도 가장 중요한 전략 전술이다.

그런 상품평을 꾸미는 일은 점점 대담해져서, 나중에는 과장의 영역을 넘어 거의 소설에 가까워졌다. 여행이나 연수, 유학과 같은 상품의 경우 잠재 소비자들이 자세한 후기를 원하는데, 가짜 후기를 올리자고 이걸 직접 체험할 수는 없다. 이런 때에는 해당 업체로부터 간단한 프로그램 정보와 아마추어가 찍은 듯한 사진을 여러 장 받아서 포스트를 만들고, 업체의 컨펌을 받아 가짜 블로그 계정에 올린다. 나중에는 레스토랑후기들도 거의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

이즈음부터 온라인마케팅은 바이럴마케팅으로 진화한다. 바이럴마케 팅 업체들은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사람들의 뇌리에 남기는 방법과 전 파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말하자면, 사람을 낚을 줄 알았다.

팀-알렙도 이런 바이럴마케팅 기법을 배웠다. 삼궁이 이런 잔꾀가 많았다. 그는 소위 ‘어그로‘를 끄는 방법을 자주 활용했다. 가장 많이 쓴 방법은 된장녀가 쓴 허위 게시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새로 나온 스파클링 와인을 홍보해야 한다고 치자. 이럴 때팀-알렙은 다리 모델이나 가슴 모델을 고용해서 이 음료가 한구석에 슬쩍 들어간 사진들을 여러 장 찍었다. 모델들이 호텔 수영장 선베드에서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하는 셀카를 찍도록 한다. 이 셀카의 중심에는탱탱한 가슴이나 잘 빠진 다리가 있지만, 한구석에는 바이럴을 일으켜야하는 스파클링 와인 병이 교묘하게 배치돼 있다.
이런 사진을 가짜 페이스북 계정에 올려놓고, 밑에는 ‘○○ 오빠 덕에하얏트 갔던 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잼게 놀았따~ ♡♡♡ 초섹시수영복 입고 갔더니 남자들 눈빛이 아주 ㅋㅋㅋ 투자한 보람이 있었왜~~~‘와 같은 글을 달아둔다. 그리고 이 포스트를 화면 캡처한 뒤 남자들이 주로 몰리는 사이트에 그 캡처 파일을 올린다. 제목은 ‘김치년 클라스 좀 보소‘ 정도가 적당하다.

가만히 놔둬도 불과 하루 이틀이면 이 사진은 중소형 포털 20~30 군데에 퍼지고, 수십만 명이 신제품 스파클링 와인을 보게 된다. 신제품은하얏트호텔과 잘나가는 남녀의 호화로운 이미지를 공짜로 얻는다.
‘팀 알렙은 한층 더 은밀한 의뢰도 받아들였다. 청부 사이버공격, 이른바 ‘저격‘이다.

2장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책 읽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보이는군요. 강연 문화는 책 읽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 때 흥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처럼 강연회가많아질 모양입니다."

"이 친구들의 자기계발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저 다양한 주제들 좀 보십쇼. 좌중을 사로잡는 탬버린 댄스’라니…… 탬버린 댄스 같은 걸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 있을 거라곤저는 어제까진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공부하는 건 무서워하는 모양입니다. 인문학 강의 같은 걸 여기서 한두 시간 강연을 듣는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습니까?"

저희가 올린 글의 주인공에 해당하는 실존 인물은 없습니다. 하지만그런 비슷한 사연이 있는 사람은 여러 명 있었어요. 나인쓰레드픽처스가그전에 영화를 찍고 제대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영화스태프들 처우가 열악한 것도 사실이고요. 삼궁은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사실은 아니지만, 진실이라고.

진보 성향 누리꾼들은 그 싸움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죠. 싸우면 질 거 같으니까. 어떤 진보 성향의 인터넷 영화평론가가 가장 슬픈 약속과 나인쓰레드픽처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한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해서다른 노동자의 권익을 찾는 건 모순이다 뭐 그런 선언을 자기 블로그에올리기는 하더군요.
영화사는 그야말로 탈탈 털렸습니다.

3장-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한때는 인터넷이 영원히 익명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 헛소문이나 추측, 잘못된 정보가 많이 나온다는 건 그때도 알았어. 그래도정보가 많이 나오면 사람들이 그걸 보고 자기 생각들을 고치자정작용이 일어날 줄 알았던 거지. 하지만 이제는 그게 잘모기 생각들을 고칠 줄 알았어제는 그게 잘못된 생각이자정작용이 일어날 수가라는 걸 알아. 인터넷에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자정작용이 이에없어. 오히려 그 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끼리끼리 뭉치는 거 말이야사람들이 어떻게 TV를 보는지 보라고, 채널 돌리는 것도 귀찮아서 광고를 그냥 참고 보잖아. 인터넷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은 절대로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고치려 들지 않아.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뭔가를 배우려 드는 대신, 애착이 가는 커뮤니티를 두세개 정해놓고 거기 새로운 글 올라오는 거 없나 수시로 확인하지.
그런데 그 커뮤니티들은 대개 어떤 식으로든 크게 편향돼 있어. 취향과성향 중심으로 모인 공간이다보니 학교나 직장처럼 다양한 인간이 모이는 오프라인 공간보다 편향된 정도가 훨씬 더 심한 게 당연해. 그런 데서오래 지내다보면 어떻게 되겠어? 처음에는 집 꾸미기나 육아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커뮤니티에 가입하지. 거기에서 시댁이나 남편 욕도 같이하고, 산후우울증 이야기에 공감도 해주면서 그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애착심이 생겨나지. 직장 다니면서 애 키우려니 힘들어 죽겠고, 지하철에서는 늙은이들이 자리 비키라고 행패를 부리니 이놈의 한국 사회 정말 짜증난다, 누가 그렇게 글을 올리면 폭풍 공감이라는 댓글들이 우르르 달리지.
그런데 왜 사회가 바뀌지 않지? 그건 기득권 탓이고, 정부와 재벌과 언론이 그 기득권과 결탁해 있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다는 댓글을 쓰는 한사람을 다른 아홉 사람이 불편해하고 은근히 따돌리게 되네.

온건한 진보주의자 열 사람이 모여서 시국을 논의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중세 사람은 극좌파로 변하게 돼.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고, 그 사람들은 자기가 극단적이라는 사실도 몰라. 왜냐하면 자기 옆에 있는 아홉 사람의평균 의견이 자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으니까.
그렇게 인터넷을 오래할수록 점점 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돼. 확증 편향이라는 거야. TV보다 훨씬 나쁘지. TV는 적어도기계적인 균형이라도 갖추려 하지. 시청자도 보고 싶은 뉴스만 골라 볼순 없고,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달라. 사람들은 이 새로운 매체에, 어떤 신문이나 방송보다도 더 깊이 빠지게 돼. 그런데 이 미디어는 어떤신문 방송보다 더 왜곡된 세상을 보여주면서 아무런 심의를 받지도 않고 소송을 당하지도 않아.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최악의 신문이나 방송사보다 더 민주주의를 해치지

그런데 말이지, 세상 사람들이 전부 다 몇십 년 뒤 걱정을 안 하는 건아니야. 아주 극소수지만, 진정으로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두지. 그리고 그 사람들 눈에는 지금 인터넷 커뮤니티들이작지만 치명적인 암세포로 보이는 거라네. 남녀 성비 차이보다 더 분명하게 그게 보여, 우리 눈에는."

4장
피에 굶주리고 복수에 목마른 적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한없는 증오를 활용해야 한다.

5장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야 한다.

꼬마야, 너는 신중현이라고 알아? 신중현과 엽전들, 그 친구는 천재야. 시대를 앞서간 천재. 내가 그 친구 노래를 다 좋아했어. 그런데 내가 그 친구를 감옥에 넣었지. 노래도 금지하 고, 아이러니하지? 나는 그 친구 노래를 정말 좋아했는데, 혼자서 징하게 불렀지

우리 선배들도 똑같았어. 자기들끼리 술 마실 때에는 언제나 이미자였어. 젓가락 두드리며 목이 쉴 때까지 불렀지. 지들이 금지한 노래를 박통도 동백아가씨>를 무지 좋아했어. 그런데 그때는 그 노래를 금지할수밖에 없었어. 어떤 시대에는 그런 노래들 대신 잘살아보세>가 울려퍼져야 하는 거야.
난 그때 신중현이나 한대수를 잡아넣은 건 지금도 참 잘한 일이었다.
고 생각해. 영국이 왜 그렇게 망가졌는지 알아? 남자들이 여자같이 야시시하게 화장하고 다니는 걸 막지 못해서 그런 거야. 미국은 깜둥이들이껄렁거리고 다니는 걸 단속하지 못해서 지금 이 꼴이 된 거고, 일본도 퇴폐적인 만화를 그리는 놈들을 잡아 처넣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지. 일본에서도 알 만한 놈들은 그걸 알았는데, 너무 안이했어. 부동산 문제 도 뻔히 보면서 손을 쓰지 않았어. 겁쟁이 같은 놈들."

"꼬마야, 네가 학교에서 배운 게 있을 거야. 경기가 살아나고 사회가발전하면 출생률이 높아지고 주가가 올라간다고, 여자들 치마도 자꾸 자꾸 올라가고 즐거운 분위기가 사회를 사로잡는다고. 반대로 경제가 안좋을 때에는 자살을 찬양하는 소설, 우울한 노래, 공포영화가 인기를 끈다고. 하지만 아니야."

"요즘 정치 하는 친구들은 그걸 몰라. 경제가 사회 분위기를 결정하는게 아니야. 사회 분위기가 경제를 결정하는 거야. 집단의 힘, 군중의 마음!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믿음을 품게 되면, 주변이 다 잿더미고 쓰레기산이어도 상관없어. 인간은 강한 거야.
괴벨스가 이런 말을 했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줘야 한다고. 우리는 전쟁 중이었어. 그 지긋지긋한 가난과 싸우고 있었어.
일자무식의 농촌 출신 병사들이라도 말이야, 저기가 고지라고, 저기만 넘으면 된다고, 저걸 넘으면 넌 위대한 전사가 되는 거라고 북돋워주면 다 그걸 넘어. 자기들끼리 군가를 부르고 조금만 참자, 버티자‘고 외치면서, 그런 때 사람들은 애를 낳아. 여자들은 짧은 치마를 입고 남자들을 유혹해, 자기 미래를 낙관하니까, 하루에 열두 시간을 일하고 돌아와도 몇년 뒤에 보답이 더 크게 돌아올 걸 확신하면 피로가 금방 가시지.
그런 흥분이 경제도 움직이는 거야..
그런데 멍청한 놈들이 그런 열광을 불러일으킬 생각은 않고 요즘 젊
은이들은 패기가 없다느니 뭘 포기한 세대라느니 하면서 오히려 기를 꺾어놔 아주 악질적인 사고 방식이야 조금만 부추겨주면 에베레스트도 오를 수 있는 애들한테 동네 뒷산 오르는 주제에 무슨 언살이냐 라고 지아냥거리고 힘드니깐 등산이다라며 멸시하고 자기들 인생 하나 성공하지 못한 종자들이 자라나는 애들 미래를 발목 잡고 있어 다 붙잡아서 감옥에 처넣어야해.

"뭘 해도 상황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만큼 사람 정신을 좀먹는 것도 없어. 사람들도 그걸 알아. 어떻게든 그런 의심을 떨쳐버리려필사적으로 애쓰지. 아주 발악들을 해. 취미에 몰두해서 걱정을 떨쳐버리려 하기도 하고,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보면 혹시 없던 희망이 생기지않을까 해서 몇 번씩이나 두드려보고, 하나님 아버지를 찾고, 술을 퍼마시고, 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끝내는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다 화를 내게 돼. 자기가 잘못한 게 없잖아. 그런 때 화가 안 나면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야. 사람들은 분노하고,
‘희생양을 찾기 시작해, 지금 내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무상복지가 얼마
‘나 이뤄지는지 같은 건 상관없어. 중요한 건 미래고 희망이야.
원래도 기업들은 다 남 안 보는 데서 구린 짓을 해, 경기가 좋을 때건
‘나쁠 때건 말이야 그게 본성이야. 경기가 좋을 때에는 사람들도 다 넘어가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그런데 경기가 막 나빠지려고 할 때 걸리는놈들은 재수가 오지게 없는 거야. 그럴 때는 나라에서 그 기업 회장 놈을불러다놓고 조져야 돼. 안 그러면 사람들이 그 분노를 정부를 향해 터뜨릴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조지면 뭐라도 나오게 돼 있어. 횡령이건 배임이건 뇌물이건. 그런 게 없는 기업은 없어.
사람들이 너무 화를 내면 그 기업이 망할 때까지 조져야지. 그렇게 해 서 회사가 망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그렇게 썩어 있었으니 망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건 앞뒤가 뒤바뀐 거야. 썩어 있었기 때문에 망하는 게 아냐. 사람들이 화를 내기 때문에 썩은 걸 그냥 봐 넘기지못하는 거야. 출생률이 높아지는 게 먼저고, 여자들 치마 짧아지는 게 먼저야. 경제지표가 좋아지는 건 그다음이야."

그러다가 광우병 시위를 보면서 정신을 차렸지. 지금 사람들이 화가아주 많이 나 있구나, 그걸 느꼈지. 얼른 희생양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타이밍인데도 정부에 있는 자들은 그런 간단한 일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어 이거 큰일이다 싶었지. 신문 챙겨 읽고 서점에 가서 요즘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를 다 사 왔어. 인터넷 게시판들을 보고 노래를 듣고 영화를 봤어. 눈앞이 깜깜했어. 천만 명이 넘게 봤다는 영화 중에 밝은 내용의 영화가 하나도 없더군. 대한민국을 살기 괜찮은 곳으로 그리는 영화도 한 편도 없어.

엄마가 진보적일수록 아이의 행복 수준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라든가 ‘엄마가 보수적인 가치를 강조할수록 자녀의 성적이 높은 걸로 나타났다‘라든가 하는 뉴스였어요. 그 기사들은 삼궁이 저희한테 보여줬기 때문에 알아요. 삼궁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걸 건드려야 해. 두려움과 죄의식. 백만 명, 이백만 명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방법은 그것뿐이야‘라며 예시랍시고 그기사들을 보여줬어요.

아까 삼궁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걸 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 했잖아요. 그 녀석이 하루는 진보 운동에 마음이 기우는 십 대들이 제일 두려워 하는게 뭐인거 같냐고 묻더라고요

삼궁 얘기로는, 돈 못 벌고 찌질해지는 거래요. 원래 십 대들이 속으로 제일 두려워하는 게 다른 애들한테 찌질해 보이는 거잖아요. 그런데 진보 운동까지 하면 돈도 못 버는 거 아닌가, 그런…… ‘그런데 진보운동 하는 인간들은 진짜로 돈 못 벌고 찌질하잖아.‘ 삼궁이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그걸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그래서 저희가 작전을 짰 어요. 이건 작전 이름은 딱히 없는데, 그냥 편의상 여기서는 몰카 작전이라소 할게요.

이건 삼궁 표현인데요, 우리는 그 아이들한테 걔들이 제일 두려워하는걸 보여준 거예요. 자칫하다가는 그렇게 될 것만 같은 미래의 자신의 모습, 비겁한 낙오자‘의 모습. 그 트라우마가 꽤 갈 거라고 삼궁은 주장했고, 저도 동의했어요.

7장 대중에게는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애들이 ‘내가 몸만 컸지 아직 엄마 품속에 있는 애기나다름없다‘ 그렇게 생각을 할 테고, 그런 애들한테 나는 강하다‘라는 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겠죠. 그러면 강하다는 게 어떤 거냐. 내가 강하다.
는 걸 어떻게 증명할 거냐. 십 대들이 따라할 수 있으면서도 자기가 강하다는 기분이 들게 해줄 수 있는 게 뭐냐. 그게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는거죠. 내가 뭔가 힘들고 불이익을 당해도 속으로 누굴 탓하지 말자, 왜냐하면 나는 강하니까. 아니면 거꾸로, 누구를 탓하지 말자. 그러면 나는강해진다. 또는, 누구를 탓하는 녀석은 약한 놈이다.

진보 인사들이 비판을 받는 게 뭔니까, ‘매일 남 탓 한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희 프레임에서는 그런 사람들은 약한 거고, 구린 거죠. 군대에서 총기사고가 난다, 사이코패스가사람을 죽인다. 그러면 이게 뭐 사회구조 탓이고 교육 탓이고 친일파가 나라를 세워서 그렇다는 게 진보 진영 논리잖아요. 그런데 나강 캠페인으로 나는 강하다.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박힌 애들 머릿속 에서는 그런 진보적인 사고방식이 대번에 추하고 약한 걸로 여겨지는 거 죠, 그리고 그 나이 때 애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게 약해 보이는 거예요.

8장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돼야 한다.

9장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중국 배는 보이지 않았다. 홀린 듯한 기분으로 찻탓캇이 검은 바다를내려다보고 있을 때 케이블타이가 뒤에서 그의 목을 감았다. 조여지기는해도 풀리진 않는 플라스틱 끈이었다. 목이 너무 꽉 조인 나머지 비명도나오지 않았다. 그는 두 손으로 그 끈을 풀려 했지만 무의미한 시도였다.
손톱에 목이 긁혀 피가 났다. 얼굴 핏줄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올랐다.
선장은 찻탓캇의 몸뚱이가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다리를 붙잡아 배가운데로 당겼다. 찻탓캇은 배 위로 올라온 생선처럼 바닥에서 몇 번 발버둥을 쳤다. 선장은 조용히 그를 지켜보았다.
찻탓캇의 몸이 뒤집혀졌다. 그는 누운 채로 몸을 비틀고 있었다. 별이가득한 밤하늘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사실 찻탓캇은 이런 일을 얼마간 예상하고 있었다. 배를 처음 보았을때부터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죽기 전에 그는 마
‘음이 편안해졌다. 어쨌든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자신을 따라오지 않아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된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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