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판단, 차별적인 감정, 정신 활동, 도덕적 선호 등 인간의 능력은 선택을 통해서만 발휘될 수 있다. 관습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사람에게는 선택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는 최고를 가려내고 구하는 훈련을 도무지 할 수 없다. 정신과 도덕도 근육과 마찬가지로 사용해야 좋아진다.(...)세상이 혹은 자기 몫에 해당하는 세상이 자신이 인생 진로를 대신 선택하게 내버려 두는 사람은 유인원처럼 흉내 내는 능력만이 필요할 뿐이다. 자기 계획을 자기가 선택하는 사람만이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다.

공리주의를 주창한 위대한 두 인물을 비교하자면, 밀은 보다 인간적인 철학자였고, 벤담은 보다 일관된 철학자였다.

실제로 미국의 상위 1퍼센트가 미국 전체 부의 3분의 1을 소유하는데, 이는 하위90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또한 상위 10퍼센트 가정이 미국 전체 소득의 42퍼센트, 전체 부의 71 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규제 없는 시장을 옹호하면서 정부 규제에 반대하는데, 이는 경제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 때문이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우리 개인에게는 자유라는 기본권이 있으며,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한, 우리는 자신의 소유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는 것이다.

『아나키,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 Anarchy, State and Utopia (1974)란 책에서, 로버트 노직 Robert Nozick은 자유지상주의 원칙을 철학적으로 옹호하며, 분배정의라는 익숙한 개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는 개인에게는 "워낙 강력하고 광범위한 권리가 있어서, 국가가 할 일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의문이다"라는 주장으로 시작한다. 그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오직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고, 사람들을 폭력과 절도와 사기에서 보호하는 제한적인 기능만 수행하는 최소 국가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 이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일을 한다면, 어떤 일도 강요받지 않을 개인의권리를 침해할 수밖에 없으며, 그런 국가는 정당화될 수 없다."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은 남에게 강요해서도 안 되고 남으로부터 강요받아서도 안 된다.

노직은 현재의 경제적 지위를 얻는 것에 기여한 초기 소유물의 정당 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과세(내 수입을 가져가는 행위)를 도덕적으로 강제 노동(내 노동을 가져가는 행위)과 노예제(나에 대한 내 소유권을 부정하 는 행위)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본다.

반면 시장 회의론자들은 (...) 이들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이 겉보기처럼 항상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돈으로 거래할 경우 타락하거나 질이 떨어지는 재화와 사회적 행위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자유지상주의나 공리주의 논리로 생각할 경우, 병역을 배분하는 최선의 방법은 지원자들로 꾸리는 모병제이고, 그다음이 남북 전쟁 당시의 혼합형 제도이며, 징병제는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최소한 두 가지 반박이 가능하다. 하나는 공정성과 자유가 침해된다는 반박이고, 또 하나는 시민의 미덕과 공동선을해친다는 반박이다.

가난과 경제적 어려움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군 입대 말고 다른 대안이 없을 수 있다. (...) 미국 사회에서 기회 불균등이 지속되는 한, 시장을 통해 병역을 배분하는 것은 대안 없는 사람들에 대한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배심원을 고용하지 않고 징발하는 이유는 법정에서 정의를 집행하는 행위를 모든 시민이 함께 나눠야 할 책임으로 보기 때문이다.
(...) 배심원 활동은 단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배심원 의무가 늘 의식을 고양시키지는 않겠지만, 모든 시민이 그 책임을 수행해야 한가는 생각은 법정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병역을 시민의 의무로 본 가장 유명한 발언 가운데 하나는 제네생의 계몽주의 정치 이론가 장 자크 루소 Jean-Jacques Rousseau 의 말이다. 그는 『사회 계약론 The Social Contract』(1762)에서 시민의 이미거래되는 물건으로 바꾸는 행위는 자유를 증진시키는 게 아니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의 업무를 시민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로 여기지 않게 되면,
그리고 그것을 사람이 아닌 돈으로 해결하려 들면, 국가의 몰락이 가까워 온다. 전쟁터로 진군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들은 군대에 돈을지불하고 집에 머무른다. (.……) 진정으로 자유로운 국가라면 시민은모든 일을 직접 하지, 돈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돈으로 의무를 면제받으려 하지 않고, 의무를 직접 이행할 특권을 얻기 위해 오히려 돈을 지불할 것이다. 나는 사회 통념과 달리, 강제 노동이 세금보다 자유에 덜위배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으므로 물건처럼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존엄성을 가진 존재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시각은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과 (언제나 사용될 수 있는) 물건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이를 근본적인 도덕적 차이로인식한다. 이러한 견해를 가장 강하게 펼친 사람이 다음 장에서 살펴볼 이마누엘 칸트다.

인도의 대리 출산과 앤드루 카네기가 남북전쟁에서 자기 대신 싸울 군인을 고용한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사례에서 옳고 그름을 생각하다 보면 정의에 대해 둘로 갈라져 경쟁하는 두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자유 시장에서 우리가 하는 선택은얼마나 자유로울까? 세상에는 시장에서 취급하는 것이 영예롭지 못하며 돈으로 살 수 없는 미덕과 고귀한 재화가 존재할까?

칸트는 이렇게 말한다. "선한 의지가 선한 까닭은 그것이 어떤 효과나결과를 낳기 때문이 아니다." 선한 의지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든 그렇지 않든 그 자체로 선하다. "비록 (.....) 이 의지가 원래 의도를 실천할 힘이 매우 부족하다 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얻을 수 없다 해도 (......) 그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 보석처럼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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