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자발적 구매자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들어가 자발적 판매자를 만나고,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정상적인 자유 시장 상황이 아니다. 비상 상황에서 압력을 받는 구매자들에게 자유는 없다. 안전한 숙소와 같은 생필품의 구매는 강제되고 있다.

여기는 미국입니다. 우리는 부를 폄하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사람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성공은 보상 받아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분노하는, 또한 마땅히 화를 내는 이유는경영진들이 실패하고도 포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돈이미국 납세자들로부터 나왔기 때문입니다.

부진한 작황이 날씨 탓이라면, 날이 좋을 때의 풍요로운 수확 역시 유능하고 부지런한 금융인, 증권 거래인, 월스트리트 경영자들 덕분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때로 도덕적 추론을 타인을 설득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도덕적 추론은 자신의 도덕적 신념을 분별하는 수단이자, 우리가 어떤 신념을 왜 믿는지 이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 책의 목적은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 주는 정치 사상사를 다루는 데 있는 것이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하는 데 있다.

도덕은 목숨을 숫자로 세고, 비용과 이익을 저울질하는문제인가, 아니면 어떤 도덕적 의무와 인권은 기본적인 것이어서 그러한 계산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어떤 권리가 그토록 기본적인 것이라면, 타고난 권리든, 신성한 권리든, 빼앗을 수 없는 권리든, 정대적 권리든 간에, 그것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들이 기본 권리인 이유는 무엇인가?

영국의 도덕 철학자이자 법 개혁가인 제러미 벤담은 공리주의 원칙을 만들었다. 공리주의의 핵심은 간결하며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하다.
도덕의 최고 원칙은 행복의 극대화, 즉 쾌락의 총량이 고통의 총량보다많게 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벤담에 따르면, 공리 utility‘를 극대화하는행위는 무엇이든 옳다. 그가 말하는 ‘공리‘란 쾌락이나 행복을 가져오고 고통이나 불행을 막는 일체를 의미한다.

모든 도덕적다툼은 알고 보면 쾌락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극소화하는 공리주의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이견일 뿐, 원칙 그 자체에 대한이견이 아니다.

오멜라스 사람들은 아이가 그곳에 있음을 모두 알고 있다. (……) 그아이가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 자신들의 행복,
도시의 아름다움,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 아이들의 건강, 학자들의지혜, 장인들의 기술, 그리고 심지어는 풍성한 수확과 온화한 날씨조차 전적으로 그 아이의 혐오스러울 만큼 비참한 처지에 달려 있다는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 물론 아이를 그 지독한 곳에서 밝은 햇살이 비치는 바깥으로 데리고 나온다면, 아이를 깨끗하게 씻기고 잘 먹이고 편않게 해준다면, 그것은 정말로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당장 그날 그 시간부터 지금껏 오멜라스가 누렸건 모든 행복과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계약인 것이다.

과연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일까? 벤담의 공리주의에 대한 첫 번째 반박, 즉 인간의 기본권 존중을 내세우는 사람은 아무리 도시 전체가 행복해진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말한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라 하더라도 죄 없는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잘못이다.

아마도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상호 작용 철학 강의로 기록될 노천극장에서의 강의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황홀했다. 하지만 내가 가장 큰 감동을 받은 이유는따로 있었다. 내 생각에, 아마도 서울의 따뜻한 봄날 저녁 야외에 모였던 대중의 생각은 고대 아테네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느꼈던 생각과 비슷했을 것이다. 이견을 가진 사람들이 정중하고 예의를 갖춰 나눈그 대화는 민주주의 시민정신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