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마치 레이스 커튼에 비쳐들듯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할머니가 떠올랐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아직 살아 계셨던 할머니 때문은 아니었다. 온몸을 감싸는 살아있다는 행복감과, 언젠가 이 모든 게 다 끝나버릴 거라는 확신으로 인해 더욱 강렬해지는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그녀를 압도했고, 그녀는 결국 길 한켠에 자동차를 세우고 말았다.
잠시 뒤에 그녀는 자신이 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일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이 바보가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다.
자신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우연히, 인간이라는 실존의 핵심과 만났다는 것을 그녀는 깨닫고 있다. 삶은 놀라운 것이며, 또한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진실을 이해한다는 것은 드문 능력이다.

그러나 드라간은 알고 있다. 끝내 누군가가 위험을 무릅쓸 것이고, 그 다음 또다른 누군가가 그러리라는 것을. 그리고 저격수가 총을 발사했을 때 이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다 가고 난 뒤에는아까 그 두 사람이 간신히 총알을 피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새로운 사람들이 이곳에 서리라는 것을, 그래도 저격수는 다시총을 쏠 것이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 그가 아니라면 누군가 다른 사람을. 그리고 모든 게 되풀이될 것이다.
마치 제 종족 하나가 잡아먹힌 물웅덩이로 또다시 돌아가는 가젤 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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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 09: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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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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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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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 15: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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