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점. 일본어로 신야쇼텐. 중국어로는 모르겠다. 영어로는 미드나잇 북스토어. 줄여서 MB. 뭔가 좀 찝찝하네. 왠지 삽질이 될 것 같다는 강렬한 계시가 느껴진다.

 

 암튼 잘 오셨습니다. 요오꼬소. 이랏샤이마세. 웰컴투더 북스토어.

 

 제 꿈은 책방주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나인투 식스 회사원 생활을 십 년 째 하고 있네요. 내 가슴이 뛰어본 적이 언젠가 가물거립니다. 그러다 문득 책방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황당한 생각을 하게 되고, 자리랑 임대료랑 인테리어랑 어떻게 해야하지 하고 고민하다가 일단 온라인으로 열면 되잖아, 라는 생각에 도달, 원래 써먹던 알라딘을 활용하면 되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어 이곳에 이렇게 먼저 책방을 엽니다.

 

 저는 만화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고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예의 상 취미는 음악 감상이고요, 하는 수준이 아니라 없으면 못삽니다 라는 수준으로 좋아합니다. 딱히 이런 걸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좋아하는 게 이런 것들인 걸요. 돈이 안되어도 하는 수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요즘 누가 책방을 갑니까. 누가 동네 서점엘 갑니까. 저만 해도 인터넷으로 책 슥 보고 주문하고, 중고서적은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는데(이건 홍보가 아니라 불평입니다) 동네 서점은 다 죽었죠.

 

 근데 뭐 요즘 책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쏟아지는 책을 보면,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만큼 많습니다. 로쟈님의 서재에만 가봐도 주 단위로 쏟아지는 책들이 어마어마하죠. 로쟈님의 책이 살짝 아카데믹한 취향에 치우쳐 있음에도 그러니, 전체 출판되는 책을 대상으로 어떤 책을 보아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암담합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게, 어떤 책을 보면 좋을지, 더 나아가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을지 하는 문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 그런 걸 다른 사람보다 좀더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취향이 나와 얼추 비슷하면 그 사람의 초이스를 신뢰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MD추천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 인터넷 서점에도 깔려 있기는 하지만, 별로 신뢰가 안가고, 네이버 지식인 서재라는 건 재밌기는 한데, 그 분들이 주구장창 책 소개를 해주고 계시는 건 아니라서 뭔가 아쉽고. 그래서 명사도 아니고 하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쓸어담고 읽을만하다 싶은 책을 수집하는 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종의 콜렉션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게 요즘 같은 시대에 동네 서점이 할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뭐 물론 돈은 안됩니다.  동네서점에서 안 사고 인터넷에서 살 테니까. 그래도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뭐랄까. 그런 동네 서점이 많아지면, 뭔가 책을 읽고 사고 하는 지형에 뭔가 자긍 ㄴ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서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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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가 쓰는 글이 인터넷으로 읽기에 길다. 사진도 없다. 라고 하는 분들이 계실 거라고..어쩌면 많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근데 사진을 갖다가 예쁘게 편집하고 이런 걸 제가 잘 못해서 앞으로도 이런 편집은 변함없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솔직히 말하면, 사진이 있는 글도 좋지만 사진이 없는 글도 좋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진이 없으면 아무래도 글에 좀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지 않을까.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말이죠. 사진이 있으면 아무래도 이런거 사진으로 이렇게 한방에 보여주면 되지, 하는 안이함 같은 게 생겨 나서 글을 게으르게 쓰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쓸 것 같습니다. 혹시나 사진이 없어 아쉬워, 라고 생각해주신다면 그럼, 글을 좀더 잘 써보겠습니다. 글이 짧아 아쉬워라는 말을 들을 때 까지요, 라고 답하고 싶네요.

좋은 밤 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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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중 2015-05-1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

민철 2015-05-24 00:10   좋아요 0 | URL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면 응원이라는 말은 참 좋은 말 같습니다. 독려라든가 하는 다른 유사한 상황에 사용하는 어떤 말보다도 힘이 나는 기분이 듭니다.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 힘이 되는 말입니다. 또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