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추법이 뭐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글을 클릭도 하지 않을 것.

 

이라고 일단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어디선가 가추법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궁금함을 못 이겨 몇 시간의 웹서핑 끝에 의식의 허기를 느끼며 쓰러져 가는 조난당한 자를 위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입니다.

 

 가추법이란, 찰스 샌더스 퍼스가 어덕션adduction 이라고 이름한 인간의 인지 과정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아마 생소할 텐데 퍼스가 죽은지 백년 쯤 되었는데도 아직 그리 널리 통용되는 개념은 아니고 일부 기호학자들이 사용하긴 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추정법인지 뭔지 하는 번역을 쓰기도 하는 등 용어의 통일조차 요원한 듯 보이지만, 일단은 가추법이라는 단어로 많이 쓰는 듯 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용어는 '넘겨짚기'인데요. 일상 생활에서 야, 넘겨 짚지마라고 핀잔 줄 때 사용하는 그 넘겨 짚기. 맞습니다퍼스라는 미국인은 백년전 쯤에 인간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완전무결한 전제에 따라 도출되는 결론(연역)이나 무수한 경험적 증거들이 대명제를 완성할 때까지 주구장창 시간이 걸리는 방식(귀납)이 아니라, 대충 한 두개 보고 아, 그런거지? 라고 넘겨 짚은 다음에, 맞으면 고! 틀리면 어라, 아닌 갑네. 하는 식으로 변증법적인 발전 과정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고 주장했지요.

 

 넘겨 짚으면, 오류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효율은 극대화 되지요. 선입견이나 편견이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꼭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대낮에 술에 취해 칼을 들고 길거리를 비틀대고 다니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라는 것처럼요. 어쩌면 그 사람은 요리사인데, 쓰레기를 버리려고 밖에 잠깐 나왔다가 뺑소니 차에 치여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는 건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후자처럼 생각해서 도와주려고 하는 것 보다 일단 피하는 편이 안전하겠죠?

 

 이러한 넘겨 짚기의 효율성은 유지하면서 오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로 '추리'입니다.

 

 셜록 홈즈나 소년탐정 김전일이 사용하는 그거요. 제가 서두에 소개한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이란 책은 참 드물게도 그런 추리와 가추법과의 연관성을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을 통해 파헤쳐 들어간 재미난 책인데, 아쉽게도 절판이 되어버려서 도서관에서 밖에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방면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귀중한 자료이니 만큼 빌려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네요.  

 

움베르토 에코가 저자 이름에 들어가 있던가 할텐데, 전체가 에코의 글은 아닙니다. 에코의 글이 한 편 들어가 있긴 하지요. 그리고 서문인가 썼을 겁니다. 기호학자로서 퍼스의 사상에 상당히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더군요.

 

영드 셜록이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에도 셜록 홈즈처럼 생각하기라든가 뭐 추리 관련 서적이 양적으로 살짝 늘어난 듯한 느낌은 드는데, 질적으론 별로 우수하지 못하다, 깊이가 없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뭣보다 그런 책을 읽어서 정말 추리를 잘할 수 있게 될까라는 의구심부터 드는 군요. 추리기법 따위의 책을 읽고 명탐정이 되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명탐정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없지 않나요?

 

아무튼 명탐정이 되려면 형법이나 수사 기법이나 여자 스타킹 사이즈나 뭐 잡다하게 알아야할 것들이 많겠지만, 우선이 되는 것은 사고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국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이야기의 전개를 종합해서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고 범인을 밝혀내는 안락의자탐정이야말로 탐정의 궁극적인 이데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해리 케멀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 같은 책은 참고로 읽어볼 만 합니다. 단편집인데, 첫 단편인 9마일은 너무 멀다만 읽어도 좋습니다. 책을 살 수 없다면 서점에서 대충 서서 읽어도 삼십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아마 첫문장을 읽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을 거라고..생각합니다. 그만큼 단순하면서도, 추리의 본질. 즉 사고 능력을 이용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라는 부분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언뜻 전해들은 문장," 9마일은 너무 멀다, 그것도 빗속에서라면" 이 문장을 들은 것 만으로 주인공..아마 탐정이었던 듯..오래 되어 기억이 가물하지만.. 암튼 그는 모든 것을 추론해냅니다. 보면서 내내 감탄했던 기억이.. 

 

리스트에 있는 다른 책들도 추리에 관심이 있다면, 소위 말도 안되는 드라마적인 추리가 아니라 현실에서 정말로 활용할 수 있는 추리, 사고 능력 개발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들입니다.

 

 성격과 관련된 책이 들어가 있는 이유는 사람의 행동은 일괄해서, 무릎을 만지니까 불안한 거다. 즉 범인이다. 라는 식으로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행동=심리 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뭐 개나 고양이는 대충 들어 맞지만 사람은 내면의 동기가 상당히 복잡합니다. 상대방이 대화 도중에 자신의 몸을 감싸는 행동을 했다면 물론 범행에 대한 죄책감으로 줄안해서 였을 수도 있지만, 단지 그런 대화가 불편해서 였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원래 수줍은 사람이거나. 그러니 그런 류의 책..판매고를 위해 특정 책 제목을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종류의 책은 멀리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디 가서 아는 척은 할 수 있겠지만..비웃음을 살 확률이 더 높겠죠.

 

 성격과 관련해서는 사실 참 할 말이 많은데 이건 따로 리스트를 만들어서 글을 써야겠습니다. 아무튼 우리가 흔히 성격이 좋아 나빠 라는 식으로 말하는 데 뭐 그런 가치 판단 이전에 다른 사람과 차이가 나는 어떤 행동의 경향성 혹은 의식의 경향성이라고 일단 애매하게 정의하기로 하죠. 사실 성격을 깊이 이해하면 어떤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 상당한 수준으로 추정해낼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라고요. 그러니 강력 범죄가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유추하는 데 있어서는 꽤 유용한 지식이 되겠죠.

 

범죄자들의 심리추적 프로파일링은, 제가 보건대 국내에 몇 안되는 괜찮은 프로파일링 안내서 입니다. 번역인 걸로 알고 있는데 저자들 이름이 전부 홈즈여서(로날드 홈즈, 스티븐 홈즈) 이게 진짜 본명인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내용은 좋습니다. 장정이 조금 투박해서 그렇지..이걸 읽고 나면 아 프로파일링이 아무데나 적용되는 게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정형태의 강력범죄에만 적용할 수 있지요. 아까도 언급했다시피 인간의 행동의 원인이 되는 심리적 요인이나 동기, 상황 따위가 복잡하기에 모든 범죄에 같은 수사 기법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도 한 번 읽어두면..저는 샀습니다만..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스눕이라는 책은 발상이 상당히 흥미로운데요..가추법을 실제 현실에 적용시킨 예..물론 저자는 가추법이란 용어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만..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어떤 사람의 방 사진만 보고 그 사람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유추한다거나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유추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지요. 지금으로서는 가장 실현가능한 형태의 셜록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밌게 읽었고 흥미로운 시사점들이 많습니다만, 더 나아가진 않더군요. 방법론적인 측면이라던가 하는 부분에서 말이죠..아무래도 이런 분야가 뭔가 결론을 내려면 좀 시간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변인 통제도 수월하지 않고..

 

그래서 그냥 제가 책을 하나 쓸까 합니다. 저는 학자도 아니고 제 가설에 오류가 있다고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것도 아니니까..근데 이걸 쓰겠다고 마음먹은 지가 4,5년 된 것 같은데 아직 개론만 주구장창이니.. 각론으로 들어가면 너무 방대해져 버려서...뭔가 집약적인 단순한 해결책..오컴의 레이저처럼 말이죠..그런 게 있을 것 같은데 아직 떠오르지 않네요..아무튼 작업 중이고..언젠가 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간간히 그 단상을 내 보이게 될 것도 같구요..굳이 어거지를 쓴다면 이런 리뷰 글도 나름 개론적인 성격을 띄는 거니까..

 

뭐 아무튼 지금까지 제가 도달한 결론은 일상적인 범죄(라는 표현이 좀 조심스럽지만)의 경우에는 프로파일링은 시시할 정도로 별 게 없습니다. 드라마처럼 극적인 요소가 별로 없지요.

 

다만, 제가 흥미를 갖는 건 오히려 일상에서 제가 마주치는 사람들을 프로파일링하는 것입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가 억양만 듣고 그 사람의 출신지를 알아 맞추는 것도 일상적인 프로파일링이죠. 암벽등반을 즐기면, 아, 활동적인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것들을 좀 정교하게 가다듬으면 괜찮은 추리방법론을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네요. 근데, 그런 걸 만든다고 누가 보기나 할 지 의문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시간이 되는 대로 또 업데이트를 하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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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보니 얼굴의 심리학에 관해 쓰질 않았네요. 라이투미라는 미드가 있는데 거기 나오는 ..그 박사의 실제 모델이 된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인 폴 에크먼입니다. 사실 이 책 보고서 완전 흥분해서 더 굉장한 책을 써 주겠지? 라며 기대했는데, 마음의 행복과 평안을 찾는 뭐 그런 쪽으로 아예 진로를 변경하셔서 더 굉장한 책은 안 나올 것 같네요.

 

 폴에크먼 박사팀이 발견한 마이크로 익스프레션, 미세표정이라고 번역하는데 그걸 읽을 줄 알면 사람들의 거짓말을 귀신같이 알아낼 수 있다. 는 건데, 솔직히 그 연습을 할 시간도 없거니와 프로그램이 미국에 있어서..온라인으로도 수강이 되는 진 모르겠는데 뭘 그렇게 까지 해서 다른 사람들의 거짓말을 잡아내는 것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터라 시시해 졌습니다만, 그래도 일독할만 합니다. 특히 상대방의 감정을 잘 캐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마이크로 까지 갈 것 없이 매크로 익스프레션에 대해, 아 이런 표정은 이런 뜻이구나 라고만 알고 있어도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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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심리학- 우리는 어떻게 감정을 드러내는가?
폴 에크먼 지음, 이민아 옮김 / 바다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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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의 탄생- 뇌과학,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성격의 모든 것
대니얼 네틀 지음, 김상우 옮김 / 와이즈북 / 2009년 12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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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눕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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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들의 심리추적 프로파일링
이웅혁, 김성문 지음 / 수사연구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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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와 추리의 기호학- 기호학총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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