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이냐 학습이냐의 질문에서 먼저 검토되어야 할 대상은 질문 그 자체인데 우리는 사실상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님에도 마치 그럴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오류에 쉽게 속박당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영혼과 육체, 실체와 현상을 마치 완벽히 독립된 두 개의 변수(혹은 상수)로 여겼다는 사실에서 당시 철학자들이 생업에 종사할 필요가 없었으며 따라서 육체노동이 인간이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요소들 이를테면 음식 같은 것을 얻는데 필수적인 조건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망각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아니면 아예 몰랐을 수도 있고.

비슷한 경우로 인간 개체는 모체의 헌신과 지지가 없이는 몇 시간의 생존도 불가능한 데다 언어습득도 불가능하다는 생물학적 사실을 떠올려보면 이게 유전과 학습 어느 한쪽으로 기울수 없는 사안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산에 필요한 인간 개체의 협동은 본능에 추동되는가 아니면 학습의 결과인가. 인간이 경험하는 세계는 처음부터 두 가지 요소로 분리가 되지 않으며 섞여 있어 어느 한쪽이 없이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대개의 인간의 기본적인 구조물들 즉 지성, 언어, 육체의 항상성, 나아가 사회구조물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퍼즐조각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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