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유물론 - 니체, 마르크스, 비트겐슈타인, 프로이트의 신체적 유물론
테리 이글턴 지음, 전대호 옮김 / 갈마바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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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턴과 피터슨의 전개에서 유사성이 감지되는 연유는 뭘까. 유행 지난 신학에 대한 집착적 시간 낭비?

이글턴이 공들여 발전시킨 생리학적 유물론의 주요 전제는 인간은 몸이라는 물질의 완고함에 따라 한계지워진다는 사실로, 다시 말하면 조건지워진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자유롭지만 또한 구속되어 있다. 좀더 분명히 밝히면 구속과 자유는 이음동의관계다. 우리는 달릴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날지 못하기 때문이며 우리는 사랑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이웃에 대한 애착과 인정을 갈구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경이롭고 한편으로 황당한 인간의 출산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은 인간의 사회 문화는 종의 번식과정이 요구하는 조건이자 환경으로 인간은 혼자 출산이 불가능하다는 생리학적인 이유에서 반드시 신뢰 관계에 있는 조력자가 필요했으며 하나의 개체로 성숙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할 때 이런 조력관계는 거의 전생애에 걸쳐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사회성은 이 과정을 지지하는 방향에 기초하여 형성된다.

피터슨은 암수, 부모와 자식, 지배구조 등의 사회적 개념을 인간의 생리학적 메카니즘의 오래된 작동 기제들로 이해한다. 이것은 의지와 무관하게 작동하며 따라서 ˝무의식적˝이다. 오히려 무의식적인 조건들이 이성과 의지의 토대로 동작한다. 그는 칼융의 신화분석을 통해 이와 같은 토대가 인간의 생리학적 조건과 연계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쉽게 변할 수 없는 혹은 디폴트값으로서의 문화, 가치들을 옹호하는 입장에 섰다.

이글턴이 유대 기독교적 윤리 전통에서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는 명시적이진 않지만 피터슨과 같은 장을 공유하는 측면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과 같은 아시아 문명에도 해당될지는 의문이다. 우리에겐 애초에 죽일 신이 없었다. 기원은 은폐되기 마련이므로 이성과 의지 만으로 사회가 조직되고 유지되고 기능한다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우리를 조건 짓는 물적 토대와 생산관계의 분석이 객관화에 이를 수 있게 할 지니 모두 유물론자가 될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이론은 이론을 넘어서기 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론가는 의사나 마찬가지다. 그 소임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용도 폐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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