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이글턴의 글은 철학적 만담에 가까운데 대체로 번역에서는 그 점이 간과되는 듯 하다. 의미와 감정의 유발(풋웃음)이 이렇게 착 달라붙어 있는 경우에 둘 사이를 갈라놓는 일은, 본의가 아니었다하더라도 피같은 웃음의 대량출혈이 원인이 되어, 의미의 심장이 맥박을 멈추고, 오역이라는 오욕마저 뒤따르는 불운한 처지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한 어려운 작업이다.

이 책 역시 그런 혐의에서 자유롭진 못하지만 그나마 다른 책에 비해 두께가 얇고 주제가 명확해 출혈도 미미한 편이고 나는 아직 도랑에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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