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함께 나누며 산다는 것

함께 살아서 좋아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아베 다마에 &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 이지북 / 2014년 6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도시 속에서 둥지를 틀 수 있는, 그래서 ‘함께’라는 개념을 느낄 수 있는 주거 형태인 셰어하우스에 대한 소개를 담은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는 기본적인 셰어하우스의 개념- 함께 살며 집에 기본적인 개인 공간을 지니고, 그 외 주거 공간은 함께 공유하는 형태-, 그리고 유형-룸, 하우스, 플랫 등의 셰어 구분이나 셰어 주체에 따른 자발적 셰어냐 중계자의 셰어와 관리에 따르는 셰어인가에 따른 구분- 등을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지은이가 왜 셰어하우스에 들어가게 되었는지의 설명과 셰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셰어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장점, 얻고자 했던 것들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서는 이러한 셰어의 형태가 미래 지향적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을 내비치고 있다. 아마도 작가가 셰어에 매력에, 장점에 빠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생각이 좀 많아졌다.

처음 이 책을 받고, 이 예쁜 표지를 봤을 때 떠올린 것은 몇 년 전의 TV프로 속 소개와 요즈음 나오고 있는 한 예능 코너였다.

언젠가 봤던 프로그램 안에는 대학생, 혹은 대학을 졸업하였으나 도시의 물가를 따라가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언제고 와서 함께 살 수 있던 곳-미래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있으나 도시 빈민화 되어가고 있는 청년세대를 위한 집- 을 소개했었는데, 그게 이 셰어의 개념으로 인식되었었기에 ‘혹시’하고 떠올려 보았으나, 이 책의 하우스셰어와는 개념이 달랐다.

오히려 최근 스쳐가며 봤던 연예인 남녀들의 함께 살아보기가 더 맥이 맞겠구나 싶었다.

하우스셰어는 기본적으로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잘나가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조금은 빡빡할지라도 기본적으로 혼자 자립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바탕으로 한다. 그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에서 부족한 것들, 혹은 ‘좀 더’ 자신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도록 추구하는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은 형태(?), 뭐 이런 것이 하우스셰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통할 수 있을까.. 살짝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말이 근사해 하우스셰어이지, 친구들끼리 집을 렌트해서 함께 사는 것 혹은 시간 제약이나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일종의 자취 형태와 그렇게까지 달리 보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연령대가 대학생대에서 직장인대로 올라갔다는 차이 정도?!!!)

책 자체도 내겐 어떤 명확한 근거를 보여준다거나 시장조사 등을 통한 변화 추이나, 그 배경등이 확 마음에 와닿게 만들지 못해서인지, 다분히 감상적이고 감정적으로 접근한 것 같아서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못했던 책이다. 일본 사회에 하우스셰어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 그 배경에 깔린 사회 경제의 급격한 변화 등이 좀더 깊이 있게 다뤄졌다면 오히려 조금더 수긍하고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고민해봤을 법한데, 그렇지 못해서 아쉬웠다.

어찌보면 다소 꿈꾸는 듯한 생활처럼 보이기도 해서 (물론 그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바깥에서 보기엔 드라마나 책, 영화 등의 영향으로 그저 부러운 모습으로만 비치니 말이다;. 아마도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삶이 아니라서 더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젊었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지 않았을까 여기지만, 글쎄, 또 어찌 생각해보면 경제적인 능력이 있다면 굳이 저런 방식으로 어울려 외로움을 달래려고 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모델이 우리나라에서도 통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사회가 다변화되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그래서 서로 소통하는 사회처럼 보이지만(sns니 블로그니 등을 통해 우리는 매일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지만) 이 소통이 과연 진실한가 믿을 수 없고 허상을 붙들고 자신의 것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불안을 안고 있는 우리들이 그런 불안과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 얼굴을 직접 맞대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래서 조금쯤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활성화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책 자체는 생각보다 많이 가벼웠으나,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는 점에서는 그나마 점수를 좀 주고 싶다.

유교 사회 속의 여성 정치가?

대비, 왕 위의 여자 - 왕권을 뒤흔든 조선 최고의 여성 권력자 4인을 말하다
김수지 지음, 권태균 사진 / 인문서원 / 2014년 5월

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역사에는 '내가 좀 무식한 게 아닌가' 싶은 약간의 콤플렉스를 지닌 사람이다. 그래서 최근들어 이렇게 하나의 주제로 묶은 역사 관련 도서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기도 하고.

이 앞에 읽은 책이 '조선의 왕'에 관한 책이었기에,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권력 싸움을 하는 무서운 여성들의 모습이 은근 배어나와서,

아,, 이런 여성들을 주제로 묶은 책이 있음 재밌겠다 여기고 있던 차에 읽게 된 책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좀 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포지셔닝이 애매하다. 인문교양서인가 개인 논문인가.

책을 읽으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책의 내용 자체를 쉽게 풀지 못해 너무 어렵게 읽었다는 점이다.

어려운 문헌들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까지는 좋은데 그것을 푸는 언어가 조금 더 쉬웠어야 하는데, 다들 알고 있겠거니 여기는지 그냥 쭈욱, 계속 넘어간다. 어려운 단어나 용어(특히나 대부분 한자의 조어들이고 옛 언어들이라 문장에 적용해서 이해하고 넘어가기 참 어렵다;)들이 각주 없이 대부분 그냥 흘러간다. 부록이나 사전조차 없어서.. 이건 읽으면서 사전을 찾아가며 봐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역사를 쉽게, 주제별로 흥미롭게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어렵게 느껴지고 딱딱하게 느껴질 것이다. 앞서 읽은 책과 겹치는 내용이 제법 많았기에 흐름을 놓치지 않은 것이지, 이렇게 어려운 문장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덕에 중간 중간 집중력이 계속 흐트려 가독률이 떨어졌다...;;;;

논문이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듬어진 느낌보다는 거친 느낌이 강하다.

근거자료를 제시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읽는 이들이 이해하고 흡수하고 응용하기 위해서 한 번 더 의역(?), 어쨌든 현대 용어들로 풀어내는 수고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실록 제시 후에 그것을 풀어서 이야기하는 부분조차도 너무 어려운 용어들 투성이라 온통 브레이크가 잡힌다.

거기다 4명의 대비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의 도입은 드라마 같이 쓰였다가, 갑자기 얼굴을 확 바꿔서는 실록 들이 쏟아지고 딱딱한 이야기와 어려운 단어들이 아무 설명도 없이, 너 이거 정도는 알고 있지~ 이러면서 마구 쏟아져 나온다. 갑자기 단계가 드라마에서 전공 논문으로 훌쩍 뛰어넘은 듯해서 그 이야기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뭐지?!!'하는 당황스러움이 찾아왔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도 전혀 다른 장르의 글이 놓여있는 느낌이라, 한 명의 대비를 이야기하는데 하나의 이야기로 뭉쳐지지 못한 느낌이다.

그나마.. 앞의 두 대비(정희왕후와 인수대비)보다는 뒤의 두 대비, 정순왕후와 순원왕후의 이야기가 그나마 조금 더 쉽게 쓰여서 읽고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아무래도 정순왕후의 이야기는 정조와의 이야기등을 쓰면서 제법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이야기를 풀었기에, 그야말로 '풀어서' 쓴 덕분에 드라마가 논문으로 변하는 절차가 아닌, 조금은 편하게 다가온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는.. 책이 좀 더 쉽게 쓰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어려운 이야기를 제대로 공부할 사람은 실록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가 공부한 방식을 그대로 쫓아가고 보여주는 느낌이라.. 일반적인 수준인 나에겐 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치 우등생이 기본적인 건 다 안다고 뛰어넘고 딱 그 부분에 필요한 것만 설명하면서 '아니 이걸 왜 도대체 이해를 못하는거지?'하면서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임에도, 그 주제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여전히, 쭈욱~ 아쉬울 것만 같은 책이다.

우주 전쟁의 씨앗, 불티를 남기다..

링월드 프리퀄 4 : 세계의 배신자 ㅣ 래리 니븐 컬렉션 6
레리 니븐.에드워드 M. 러너 지음, 김성훈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4년 5월

SF는 영화로 봐왔지 책으로 읽어보길 처음이네요.

판타지는 그래도 조금씩 읽어보고 있는데.. SF랑 판타지는 많이 다르네요. ^^;;;

훨씬 더 정교하고 과학적인 튼튼한 토대가 깔려있는 느낌이랄까요.

새로운 세계관과 세상, 그리고 그것들을 과학적인 지식과 상상력이 바탕이 되어 아주 단단하게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더라구요.

사실... 저처럼 책을 읽으며 내용을 이해해야만 뒤로 진도를 빼는 스타일의 사람에겐 좀 많이 힘든 책이 아닌가 싶어요; ㅎㅎ

예전에 무협지를 그렇게 읽으려고 하니, 무협지의 고수이신 남편님이 그러시더군요.

이런 건 그렇게 모든 걸 다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하면 안된다, 그냥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도 쭈욱 넘어가다 보면 나중에 뒤에 갓 아, 그게 이 얘기였구나.. 하면서 깨닫게 되고 알게 된다고.

그 이론이 SF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ㅎㅎㅎ

아주 힘들게 읽었지만, 그래도 재미 있었어요. 그게 위안이 되네요.ㅎㅎㅎ

링월드 프리퀄. 그 네번째 이야기, 세계의 배신자.

네이선 그레이노어는 우주에서 장사를 하다가 재수없게 혼자만 살아남게 되고, 내전에 휘말려 부상을 당합니다. 그리고 그노므 무식한 치료라는 것 덕에 마약에 쩔어버리죠.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퍼페티어(우주 종족 중 하나예요) 네서스는 그와 거래를 합니다.

구해주고 치료해주는 대신 자신의 일을 돕겠느냐고 하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던 네이선은 네서스를 따라 우주선으로 기기의 힘을 빌어 순간 이동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친아버지가 만들었던 오토닥에서 치료를 받는 그.

네서스는 애매모호하게 자신의 일을 도울 것을 말해주며, 일이 끝날 시엔 기억을 조작하겠노라 말합니다. 자신의 본명 루이스 우로 돌아온 네이선.

네서스와 함께 우주 종족들의 이야기 속으로 말려들어갑니다.

천재인 친아버지와 용감한 모험 영웅이었던 양아버지의 성향을 모두 지닌 루이스 우.

겁 많은 퍼페티어 종족을 위해 고용되었고

그들의 세계를 구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합니다.

우주 전쟁의 씨앗이 될 사건들이 조짐을 보이고,

전쟁을 빌미로라도 정권을 갖고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악당과

그것을 막기 위해 머리를 쓰는 루이스의 대결 등이 주 내용입니다.

이 책은..

재미있었고.. 씁쓸했으며.. 허무했습니다.

반쯤 읽은 시점에서 읽는 방식을 바꾸기도 했고, 나름 속도도 붙으니 재미가 있더군요.

그리고.. 그 세계들이 어렴풋이 떠오르면서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러서는.. 참 씁쓸하더군요.

정치란 이런 것인가..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달까요.

그렇게 노력해서 우주전쟁을 막으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불티는 남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로, 거기다 약속대로 루이스는 기억을 잃고 조작 당하고 우주를 떠돌 게 되네요.

왜.. 잠시라도 행복하면 안되는거니! 하는 생각에.. 허무함이;;;;;;

작가의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과 배치에 '아!!!'하는 감탄사들이 절로 나오더군요.

거기에.. 네이밍들도..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즌호, 즘호, 븜호, 응트모, 튼호, 튼튼호... 이런 이름이 나올 때 즈음엔.. 뱅글뱅글 돌아가는 접시 위에 올라 탄 듯 울렁거림이 생기더라는;; ㅎㅎㅎㅎㅎㅎㅎ;;;;

굉장히 어렵게 읽었지만.. 다른 편수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이네요.

시간을 내봐야겠어요^-^

왕이 된다는 것.. 그 빛과 그림자.

조선 임금 잔혹사 -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
조민기 지음 / 책비 / 2014년 4월

역사에 무진장 약한, 스스로를 살짝 무식하다고 느끼는 싸람입니다; ㅋㅋ

역사는 제게 왤케 어렵게 느껴져왔을까요.

아마도 학교 다닐 때 재미있게 스토리를 설명해주시는 분은 하나도 없고

누구 몇 년에 뭐 하고 누가 몇 년에 뭐하고 줄줄 읊어대며 외우라 강요하신 그 수업들 때문인 것 같아요. 모르는 한자어 조합들이 판을 치는데 그걸 다 외우라니;;; 

외우는 거 무진장 싫어라 하던 저는 그냥 안외울랍니다; 이럼서 역사를 너무 소홀히 했던;; 쿨럭;;

그러나..  다 자라고 나니.. 스스로 너무 역사를 몰라서 부끄러워지더라구요;

그래도.. 최근 몇년 동안은.. 사회 역사 경제 각 분야의 기초적인 것들을 좀 배우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해보고.. 하던 덕분에 나름 좀 공부를 하면서

여전히 어렵지만 어떤 특징적인 흐름을 잡아내서 흥미롭다고 느끼던 중이네요.

그래도 여전히.. 역사, 특히 국사에 대한 컴플렉스가 심한 저는

요런 책이 나오면 마구마구 호기심이 땡깁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역사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니까요!

임금이란, 특히 조선에서 임금이란 어떤 모습이었나를 9명의 임금과 3명의 세자를 통해 알아 볼 수 있는 책이었어요.

나름의 주제로 챕터를 나눴는데,

왕으로 선택된 남자 '세종, 성종, 중종'과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선조, 광해군, 인조', 왕으로 태어난 남자 ' 연산군, 숙종, 정조', 그리고 왕이 되지 못한 남자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조선과 조선의 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꾸며놓았어요.

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네요.

기본적으로도 관심이나 인기가 많았서 많이 알려진 세종이나 연산군, 광해군, 숙종, 정조의 이야기도 그 뒷배경들을 통해서 더 생생히 다가오더라구요.

그리고.. 이건 뭐~ 븅;; 하고 욕이 튀어나올 듯한 왕도 있었어요;;

정말 대단한 군주를 몰아냈으면, 본인이 그렇게 왕이 되었으면 잘해야지 개뿔 하는 건 없이 백성들에게 제대로 민폐만 끼치는 군주라니.. 정말 읽으면서 뚜껑이 살짝 열리려고 하더군요. ㅎㅎㅎ

그리고 왕의 뒤에 있지만 때론 왕을 조정하고 가지고 노시는(!) 첩과 옹주와 대비 누님들의 여인천하에 그저 입이 쩌억~ 벌어지더군요.

왕의 자리...는 스트레스가 아주 제대로 만땅인 자리로구나.. 라고 느꼈고,

세자 자리는.. 더 스트레스가 치받는 자리로구나 깨달았네요.

아주 흥미 진진합니다.

나는 역사에 약하다. 좀 역사를 쉽고 재밌게 알고 싶다~ 하시는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상당히 재밌어요~ ㅎㅎ (단, 처음엔 진도가 진짜 술술 잘 나가다가 뒤로 갈수록 뇌 용량에 부화가 걸리는지 느려지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마구 년도도 헷갈리고.. 그래가면서도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요. ㅎㅎ)

서로의 상처를 핥던 그들의 사랑, 그리고 그것의 끝

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책을 읽는 데에는 생각처럼 오래 걸리지 않았으나

리뷰를 쓰기까지는 마음을 먹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왜 그럴까.

아마도 뭔가 확실하게 잡히는 느낌이 아닌 글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화자인 '나'는 작가이다.

어느날 나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시멘트로 뜬 데드마스크 보셨어요?"

아,, 작가에게 정말 제대로 던진 미끼가 아닐까 싶다.

어느 작가가 이 단어에 흔들리지 않을까.

시멘트로 뜬 데드마스크라니.

뜬금없는 ㄱ의 그 전화에

낚싯줄에 꿰인듯 ㄱ을 만나러 간 '나'.

구도시 구소소에서 만난 ㄱ에게

'나'는 그들-ㄱ과 ㄴ, 그리고 ㄷ- 이야기를 듣는다.

평범하지 않았던 젊은 날의 ㄱ은 평범하고 살고자 했지만

그 평범함의 폭력 속에서 벗어나 과거에 묻히듯 고향 구소소로 돌아와 살게 된다.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사람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암묵적인, 그러나 한시적이었던 동거.

그것이 끝나고 그들에게 남은 것은.

<소소한 풍경>이라.....

'사랑'에 대해서는 수많은 학자들과 수많은 소설가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정의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정의가 맞다 틀리다 말하기엔 사랑이란 정확히 잡히는 것이 없는 참으로 추상적인 것. 그래서 참으로 많은 모습으로 드러나곤 하는 것이 사랑이다. <소소한 풍경>은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생각의 평범한 테두리를 벗어난, 그렇지만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을 사랑, 사랑이라는 것의 또다른 면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어렵다. 사랑도 어렵고 이 글도 어렵다.

가독률은 높으나 그 안의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기엔 조금 헉헉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달까.

삶에, 인생에 어떠한 기대도 남지 않은 채로 그저 살아가던 인물 1,2,3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핥고 보듬고 나누다 다시 無, 혹은 다시 새롭게 바라 볼 무엇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

나는 그렇게 읽은 것 같다.

작중 인물 셋에게서.. 외롭고 상처받고 희망을 놓아버린 인간 군상을 본 느낌이 든다.

서로에게 서로의 사연을 묻지 않았지만 서로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으리라.

사연을 들여다 보면 참 지지리 궁상스러운 삶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연부터 드러낸 사이가 아니었기에, 아니 사연을 전혀 몰랐던 사이었기에 그런 궁상스러움보다 '사람' 아니 근본적인 '인간' 자체가 보이지 않았을까.

그들의 사랑에서 나는 왜 사람 보다는 상처 받은 짐승이 서로의 상처를 핥는 모습을 떠올렸을까.

처절하고 안타깝고... 온 마음을 쏟는. 본능적으로 서로의 감각에 예민하고 충실하지만, 그러나 상처가 나으면 낫는대로 낫지 않고 상대가 죽어버리면 죽는대로 그렇게 떠날 수 있는 그런 동물들의 모습을 본 것 같다고나 할까..  

그 겨울, 고립이라는 것이 그들을 더 그렇게 만들었지만

셋이 사랑할 수 있었던 그 겨울은

봄, 눈과 함께 그렇게 서로에게 이별해야 하고 각자의 길을 가야했다.

작가가 쓴 이 실험적인 또다른 사랑의 모습은

그들의 심리를 들여다 본다면 이해가 가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가끔 나는 '사랑이 뭘까' 고민하게 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사랑인가 하고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정답을 모르겠다.

그냥 사랑이라고 믿고 있을 뿐.

작가가 그려낸 그들의 사랑은 그들에겐 이상적이었을지는 몰라도

독자인 내겐 공감이 가거나 흡족한 사랑은 아닌 것 같다.

어딘가 아프고 씁쓸하고 한없이 외로운 느낌이니 말이다.

사랑을 하면... 적어도 이런 기분은 아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내 편견 섞인 의견들이 내게 떼를 쓴다. ^^;;;

여전히 인생에서 '사랑'은 어려운 화두이다.

그저 책을 덮는 순간에.. 나는 ㄱ이 어느날 작중 화자였던 '나'에게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글들을, 언어들을 들고 나타나길 바랐다는 정도.

과거는 묻었으니 해야할 무엇을 찾아 그 길을 나선 그녀가 그것에 열심이길 빌어볼 뿐이다.

<ㄱ이 과거를 묻은 '나'의 정원에 있는 배롱나무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