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버지는 지옥에 가게 되었다



아들이 총을 맞고 죽었다. 옆에 있던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아들에게 화를 냈었다. 왜 빨리 걷지 못하니, 이러다 지각하겠어, 휴. 빨리 보내고 가서 쉬어야지. 어머니 역시 마지막 인사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아들의 죽음으로 단란했던 가족은 흩어지게 된다. 당신은 나를 위해 복수를 해 주지 않았어, 비겁한 사람. 아내는 남편을 떠나고 아들의 기억을 묻는다.



아들을 죽인 범인에게 총을 쏘지 못했던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오기로 한다. 그것만이 아내를 위해,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아버지는 지옥에 가게 되었다.



어쩌면 천국과 지옥이 있는 게 아니라 지옥만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종교적인 믿음을 뒤로 하고서, 우리의 영혼은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선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사실 선과 악의 기준도 모호하다.



내 편에서의 선이 저쪽에서는 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안심이 되는 것은 지옥에서 만나게 될 당신도 나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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