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잡히질 않아 책을 읽기가 어려웠다. 눈으로 읽으면서도 마음이 따르지 못했으니, 어떤 책을 골라도 끝까지 읽지 못했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 <대학>을 고르게 되었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았다. 책 하나로 마음이 뒤집혀진다는 것은 극적인 것이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누군가 힘들 때 성경을 찾는 것처럼, 나는 그 책이 <대학>이었던 것이고, 불경을 읽은 느낌이었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공정하게 대하라는 것, 마음을 편안히 먹으라는 것은 평범한 말이지만 꼭 필요한 순간, 들어야 할 때가 있다.
머무를 데를 안 뒤에야 일정한 방향이 서나니, 일정한 방향이 선 뒤에야 동요되지 않을 수 있고, 동요되지 않은 뒤에야 편안히 머무를 수 있다. 편안히 머무른 뒤에야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한 뒤에야 깨달을 수 있다. (p39) 집안을 바로잡음이 자기 몸을 닦음에 달렸다고 하는 것은 사람이란 제가 가까이 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공정하지 못하며, 제가 천하게 여기고 미워하는 이에게 공정하지 못하며, 제가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이에게 공정하지 못하며, 제가 애처롭고 불쌍히 여기는 이에게 공정하지 못하며, 제가 오만히 대하고 게을리 다루는 이에게 공정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좋아하되 그 나쁜 점을 알아보며, 미워하되 그 좋은 점을 알아보는 사람이란 세상에 드물다. (p114) 그래서 군자는 자신에게 선한 것이 있고 난 뒤에야 남에게도 선한 것이 있기를 촉구하며, 자신에게 악한 것이 없고 난 뒤에야 남에게 악한 것이 있음을 나무라고 그것을 교정해 줄 수 있으니, 이런 것이 바로 ‘서(恕)의 도리’이다. ‘서’는 ‘자신의 경우를 미루어 남에게 미치게 함’이다. 세속적인 의미의 용서의 뜻도 여기에서 나왔지만 ‘서’는 그렇게 단순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질 성질은 아니다. ‘서(恕)’라는 글자의 본뜻은 ‘여심(如心)’이다. 자신을 다루는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남을 다루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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