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추앙, 과도한 프레임.
  
  
1
시는 무엇인가? 거대한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왜 시를 읽는지, 왜 시를 쓰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물어보자면, 왜 시를 읽지 않는가?
  
이유를 나열해 보자면 시가 너무 어려워서,이해하기 복잡해서, 생각하기 싫어서.
  
소설에 비해 시는 멈추어서 읽어야 할 부분이 존재하고 어느 지점에서는 깊은 생각을 요구한다. 시를 읽는 것을 방해하는 것 중에 하나는 안타깝게도 평론이나 비평이 아닐까. 내가 느낀 것을 간직한 채 비평을 보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못 알아듣는다거나, 혹은 너무 부풀려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시를 그대로 받아들여보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어떠한 의미를 과하게 부여할 필요 없이. 밑줄 긋고 상징의 의미를 찾거나 비유법을 찾거나 하는 내신 문제가 아니니까.
  
  

  
3
그런 의미에서 황인찬의 시는 어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안에서 과도하게 추앙받고 있다. 이런 인식이 황인찬 본인이 느끼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혹은 즐기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시인 본인이 스스로의 시에 ‘만족’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이 시는 사랑에 대한 시는 아니다 /어둠이나 인간 아니면 아름다움에 대한 것도//
이 시는 슬픔에 대한 시는 아니다 저녁의 쓸쓸함이나 새의 날갯짓 아니면 이별 뒤의 감정에 대한 것도 -새로운 경험)
  

(그 모든 것이 세계의 깊숙한 곳과 연결된 것처럼 / 혹은 전혀 무관할 수 있다는 것처럼 //어린 나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무작정 집을 나선다 어디로도 향하지 않았는데 자꾸 어딘가에 당도하는 것이 너무 무섭고 이상하다 -이것이 시라고 생각된다면)
  

(무사히 양들이 돌아온 것을 보면 / 희지는 만족스럽다 -희지의 세계)


(어두운 물은 출렁이는 금속 같다 손을 잠그면 다시는 꺼낼 수 없을 것 같다 -실존하는 기쁨)
  

(무슨 일이 여기에서 일어났는지 / 너는 모를 것이다 선하고 선량한 감정들이 너의 안에서 솟아 오를 것이다 -비의 나라)

  
(이곳은 네가 아닌 병원 / 아무런 비밀도 없는데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세계다 -네가 아닌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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