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은 과연 선한 것일까
  
  
1
빛과 어둠의 이분법적인 구분. 빛은 좋고 어둠은 나쁘다? 어둠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빛이 들어오는 순간 갈라지는 세계가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빛이 ‘선하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가 있을까. 빛이 파괴하며 갈라져버린 어둠 입장에서는. 
  

(좋은 곳에 가본 적이 없었다 좋은 곳을 상상하지 못했다 / 빛의 문제가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담장을 넘지 못하고)
  
(나간다 비상구의 빛으로 악령처럼 / 따라오는 너라 생각하지만 / 착각이었지 돌아보면 너는 언제나 밝은 낯이었다 -취재원)
  
  

  
2
그러나 성장을 위해서, 성숙을 위해서는 누구나 자신의 세계를 깨고 나와야 한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시니,나는 존재하게 되었다. 내 세계가 깨진 것에 대한 울분은 잠시 뒤로 하고 껍질 밖으로 나오는데 그곳에서 만난 ‘너’에 대해서.
  
  

  

그렇다면 빛의 세계인 너는 과연 선한 존재인가, 혹은 옳은 존재인가. 아니 어쩌면 너 또한 빛의 세계로부터 공격을 받은 또 하나의 나인 것인가. 
  
  
(내가 이곳을 설계했다 믿었는데 아니었던 거지 / 블라인드 틈으로 드는 빛이 어둠을 망친다 생각했는데 눈은 여전히 감겨 있고, 몸은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너의 노래에 묶여 있었다/ 입안에 고인 물이 다른 물질이 되려는 순간 // 눈 속으로 하해와 같은 빛이 밀려들었다
-녹음된 천사)
  
  
(옴짝달싹하지 않고 싶다 더는 네가 불러도 가지 않고 싶다 차갑더라도 여기 머물고 뜨겁더라도 여기 머물기로 한다 너에게 호명되지 않는 위치에서 너를 호명하지 않기로 한다 애초에 남이니까 남 아닌 것으로 위장하지 말기로 -돌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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