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해서 아름다운 당신에게
  
  
01
당신이 아름다운 것은 아마도 고독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고독을 우아하게 포장하지도, 아닌 척 외면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사람은 혼자만의 길을 가는 사람이고 고독한 독백을 완성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요.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을 지그시 눌렀고 / 그때 내 입술 위에 인중이 생겼다. -인중을 긁적거리며)
  
(그리하여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 인간이기 위하여 / 사랑하기 위하여 / 無에서 無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초라한 간이역에 아주 잠깐 머물기 위하여 -지금 여기)
  
  
  
  
02
그러나 때때로 나는 이러한 고독에 불충실한 것은 아닌가, 외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나는 지나치게 과거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청춘만을. 나는 내 인생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증오하고 욕망합니다. 
  
  
(세월은 흐르고, 엽서 속 글자 수는 줄어들고,불운과 행운의 차이는 사라져갔다. 이제 우리는 지친 노새처럼 노변에 앉아 쉬고 있다. 청춘을 제외한 나머지 생에 대해 우리는 너무 불충실하였다. -나날들)
  
(불평등이란 / 무수한 질문을 던지지만 제대로 된 답 하나 구하지 못하는 자들과 // 제대로 된 질문 하나 던지지 않지만 무수한 답을 소유한 자들의 차이다 -집)
  
(나의 문디여, / 나는 세계를 죽도록 증오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 내가 세계를 한없이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Mundi에게)
  
(하지만 내가 ‘나’라는 말을 가장 숭배할 때는/ 그 말이 당신의 귀를 통과하여 / 당신의 온몸을 한 바퀴 돈 후 / 당신의 입을 통해 ‘너’라는 말로 내게 되돌려질 때입니다. -‘나’라는 말)


p.s 심보선의 시는 쉽다. 이해하기가 쉽다는 것은 쉽게 읽힌다는 장점과 함께 남는 것이 없다는 단점을 안겨준다. 마치 에세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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