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scene이 주어진다면
  
  

scene 12857 갑니다 자 준비하시고. 
신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각자에게 있어 하나의 신이다. 인생은 유쾌한 시트콤이었다가 오그라드는 멜로였다가, 눈물을 자아내는 다큐가 된다. 
  
  

지루하고 반복적이더라도 결코 멈출 수 없는 쇼.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인사들이 자신의 과거를 털고 닦고 정돈한 뒤에‘자, 지금부터 보시는 것은’으로 시작하는 전시를 하고, 이런 식의 박물관 투어를 하며 우리의 패키지는 얼마나 지루하게 반복되고 또 늙어가는 것일까 -벌거벗은 포도송이)
  
(왜요 저는 꿈속에서 착한 녀석이었습니다 /없는 아내와 아이들을 걱정하고 / 아침 식탁의 즐거운 소동과 휴일과 가족 여행을 떠올리는 / 저는 누구입니까 이 육체와 전집은 누구의 것입니까 -육체쇼와 전집)
  
  
  
  
당신의 인생은 그리고 나의 인생은 각자의 위치에서 소중하다. 당신은 당신만의 영화를 만들고 있고 나도 나만의 영화를 찍고 있기 때문에. 내가 만드는 독립 영화가 당신이 만드는 거대 자본의 SF 영화보다 더 뛰어나다거나 더 비참하다고 말하지 않겠다. 
  
  
(모든 사람들이 떠돌이 새끼 고양이에게 이런 식으로 음식을 주지는 않겠지만, 당신이나 나나 어미 없는 새끼 고양이에 불과한 시절이 있었고, -애정을ㅡ그리고 동시에ㅡ또 그 가운데)
  
(병들어 풀죽은 작은 짐승처럼 / 태어나서 살며 꿈꾸고 노래하고 끌어안고 신음하다 늙어 죽는다는 사실이 아름다운가 -신scene과 함께 여기까지 왔다)
  


  
p.s 황병승의 다른 시를 읽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 것은 위험하면서 동시에 의아한 일. 단지 이 시집 하나로 만족을 하지 못해서 혹은 다른 시집까지 읽어야 이미지가 잡히지 않을까 해서. 황병승의 시는 후렴구가 적절하거나 혹은 과도하다. 산문시의 이미지가 잘 잡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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