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무작정 신을 믿고 싶어진다.

 

 

어렸을 적 나는 교회에 다녔었다. 아무 의식도 없이 그저 친구를 따라 다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중학생쯤이었나. 교회 안에서는 권력층이 존재했고 그것은 세분화되어 있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교회에 나갔다는 사실도 중요했고 온 가족이 믿느냐는 사실도 중요했다. 어느 목사님, 혹은 전도사님 집사님 권사님 등등 알 수 없는 직위가 많았다.목사가 꿈이라던 착한 언니가 화장실에서 자기 친구 욕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공부 핑계로 중학교 이후부터는 아예 가지 않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가끔. 나는 무작정 신을 믿고 싶어진다. 종교가 아니라 신을 믿고 싶어진다. 그러면서도 냉소적으로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늘에 계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왜 이 땅 위에서 꿋꿋하게 계속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굳이 몇 년 며칠을 약이나 수술로 연명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고. 이 땅 위에서 저 하늘에 계신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이 아닐까 하고. 이 땅 위에서 믿음은 저 위 당신에 대한 배반이 아닐까 라고.

 

 


당신이 나에게 강요를 하지 않는다면, 나도 당신의 종교를 인정해줄 수는 있으니까.

(확장되는 천국 / 촌스럽게 전도하지 마 / 따라가기 싫어 -쌍둥이)

 

 


구약의 하느님과 신약의 하느님은 그 모습이 많이 다르다고 한다. 창조와 종말을 함께 배우는 것은 탄생과 죽음을 함께 배우는 것과 같다.

(창세기를 여러 번 읽어도 나는 가위에 눌렸다 /난간에 심은 바람에 대해 변명하지 못했다 / 신앙과 종말을 함께 배워 불안하진 않았다 -口)

 

 


나의 종말이 달콤하기를.

(그녀가 현관 밖에 사 일 동안 서 있고 나는 현관 안에서 죽었다 (이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 하시니 왜 만날 나만 잔다 하시니) 살았다 어제. 어떠한 신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린 서로 믿지 않는다// 나의 구멍이 도넛 같다면 얼마나 달콤하게 죽을 수 있을까 헤드폰을 껴도 밀려오는 반투명의 소리들을 모른 척하고 달콤한 입체를 찾는다 긴 이름들이 비뚤어진다 // 여섯 번째 일들이 오고 있다 -6)

 

 


또한 나의 불안이, 나의 불신이 모두 숨겨지기를.

(내게서 발현되는 붉음이 당신에 대한 쿠데타같이 보여 숨기려 했지만, 내가 붉고 네모난 색을 떠올렸을 때 건물은 무너졌다 붉은 먼지가 보도블록 틈까지 붉게, 앉았다 -흰 버티컬을 올리면 하얀)

 

 


마지막 날에, 혹은 심판이 내려진다고 하는 날에,나의 마지막은 외롭지 않기를.

(매일 기도한다 / 지상은 춥고 외로운 지대라 믿었다 등고선을 이으며 / 슬픔은 직선으로 왔는데 /그릴 때만 곡선이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독주회)

(나는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살고 있다 / 내가 나중에 아주 희박해진다면 / 내가 나중에 아주 희미해진다면 / 화병에 단 한 번 꽃을 꽂아 둘 수 있다면 -리시안셔스)

(너는 작고 나는 포근했다 /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 122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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