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기 전에 사람.
사랑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너에 대해서, 그리고 너라는 주체에 대해서. 사랑이라기 전에 사람이므로.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또 함께 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당신에게 할 말이 많고 당신에게 들을 이야기가 많다. 당신은 마치 나비처럼 아름답고 가끔 세상은 정지된다.
(나비의 두 날개를 하나로 접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마음이 마음을 안아 겹이라든가 그늘을 새기고 아침마다 다른 빛깔을 펼쳐내던 두 날개, 다 펄럭였다면 눈멀고 숨 멎어 돌이 되었을 거라 하였습니다 -불선여정(不宣餘情))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모든 것을 공유하지는 않으며, 그런 점에서 타이밍이 중요하다.어쩌면 서로에게 상처를 내기도 했던 작은 차이들이 그 시간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네가 나를 베려는 순간 내가 너를 베는 궁극의 타이밍을 일격(一擊)이라 하고 -사랑의 병법)
(낙타를 무릎 꿇게 하는 마지막 한 짐 / 거목을 쓰러뜨리는 마지막 한 도끼 -한 걸음 더)
나와 당신은 비슷한 점도 있지만, 영화를 보고 같이 웃거나 혹은 같이 울거나. 어떤 면에서 당신과 나는 다르다. 사물을 대하는 방식이, 혹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당신은 사랑‘이’ 하면서 바람에 말을 걸고 / 나는 사랑‘은’ 하면서 바람을 가둔다 -은는이가)
(못할 게 없는 사람일수록 가진 것도 많고 줄 것도 많거늘 / 나는 늘 가진 것도 없고 줄 것도 없는 /못할 게 많은 사람들에게 곁을 내주곤 했다 / 남편은 못할 게 많은 사람이다 -삼대)
언젠가 마지막 날 당신이 먼저 혹은 내가 먼저 인사를 하게 된다면 나는 모든 것이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을 하는 대신에, 고마웠다고.
(죽기 전 더운 피를 뿜어낸 것들의 살은 질기다 피를 쏟아낼 때의 안간힘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육식의 추억)
(고슴도치 같은 고독 때문이었다고, 서로의 곁에 서로를 결빙시켜놓기 위해서였다고, 사랑이라는 허구의 우화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고도 말할 수 없어 -사라가 찰스를 떠날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