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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2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사랑은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첫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마지막 문장) 그러나 이제야 내 삶은, 내 온 삶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초월할 것이다.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나의 삶에 부여하는 의심할 나위 없는 선의 의미를 지니게 되리라.
2015년의 마지막 장식으로 12월에는 안나 카레니나를 꼭 완독해야지, 라고 결심했다. 1권보다는 2권이, 2권보다는 3권이 흥미가 더 생기는 소설이다.
제목은 <안나 키레니나>이지만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을 제외하고도 이 소설은 다른 캐릭터가 저마다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각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특히 안나의 신경질적인 부분. 예쁜 장면도 있다. 레빈과 키티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때 하는 첫 글자를 딴 퍼즐놀이.
오히려 주변인이라고 하기에는 레빈과 키티의 이야기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마도 톨스토이는 레빈이라는 캐릭터를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고 있었던 듯 싶다. 그러나 <부활>에서도 느꼈던 지식인의 농민을 바라보는 시선, 위에서 밑으로 보는 시선이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사랑은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자 목표가 될 수 있다면 안나의 사랑도 존중받을 수 있다. 남편과 어린 아들을 두고 도망친 여자, 그러나 사랑을 찾아간 여자. 안나는 살기 위해서 젊음을 위해서 집을 떠난 것이다. 물론 안나의 신경질적인 부분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브론스키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투하고. 그래, 죽음뿐이다. 라고 생각하는 모습은 매력적인 그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살을 결심한 안나의 마지막 순간에 용서하소서! 하는 기도. 그리고 이후 마지막은 레빈의 시선으로 무신앙주의였던 그가 변화하게 된 장면이 나온다. 이 마지막 부분 또한 매우 아쉬웠다. 갑자기 톨스토이의 단편선이 생각나면서 기독교적인 급 마무리라니.. 레빈도 그렇지만, 그의 아내인 키티가 변화하게 되는 모습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철없던 소녀가 갑자기 성모마리아처럼 변하는 과정은 변신을 넘어서 진화에 가깝다. 브론스키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울분을 참지 못하던 소녀가 남편의 형을 정성스럽게 간호하게 된다니!
결국 안나는 안나 카레니나의 이름으로 죽었으며, 그렇게도 증오하던 남편의 성을 가진 채 딸을 빼앗겼다. 아마도 톨스토이는 안나를 그렇게 벌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