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거의 읽지 않는 시대. 일년에 한 권은커녕 책을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 사회에 살면서 시집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에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후로 인기가 껑충 뛰어올랐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씁쓸하다. 그만큼 시집이 순위권에 오르기 힘들다는 것.
왜 시는 우리에게 버거운 것이 되었는가?
유치해요, 오글거려요, 저는 그렇게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아요. 라는 말은 절대로 나는 이성적인 인간이에요, 라는 말과 동일어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착각을 하고 있다.
시를 읽지 않는 자신이 마치 이성적이고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 것처럼. 자신이 극도로 이성적이고 계산에만 충실한 합리적인 인간인 나머지 시의 세계와는 맞지 않다고.
시를 읽지 않는 이유는, 시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생각’을 하기 싫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 줄’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시를 읽어 내기 위해서는 여린 감수성보다는 오히려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행간의 의미, 시인의 의도, 말하지 않은 것 중에서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시에는 인간이 있다. 고민하고 좌절하고 방황하고 사랑하며 삶을 사는 인간.
이런 인간이 오글거린다구요?
p.s 권혁웅의 저서 두 권을 읽었더니 <시론>과<미래파>가 겹치는 부분이 자주 있었다. 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깨닫게 해 준 ‘시 자습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