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한 모험을 떠나다
-무엇이든 가질 수 있지만, 누구나 가질 수는 없다.



언젠가 신문에서 고전의 순위를 매긴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꼭 읽어보아야 할 고전 1위가 돈키호테라고 해서 응? 이랬던 적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돈키호테는 얇은 책으로 보통 초등학생 때 만났던, 상상속의 기사가 되어 산초와 함께 떠나는 모험이었다. 왜 이 책이 그만큼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아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돈키호테는 1,2로 나누어져 있고 약 900페이지가량 즉 18000페이지 정도 되는 무시무시한 두께를 가진 책이 아닌가. 완역본으로 본다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었지만 보기에도 두려운 두께 때문에 사실 시작을 하기가 어려웠다.



폭염으로 인해 독서는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돈키호테의 모험을 명랑하게 풀어주는 세르반테스의 필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타고난 이야기꾼처럼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물론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여자를 둘러싸고 얽혀 있는 사랑이야기들은 돈키호테를 깜빡 놓고 갈 만큼 매력적이다.



편력기사 돈키호테의 상상은 현실에서는 초라하다. 환상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열정적일 수 있는가! 풍차를 가지고 싸울 때나 혹은 양떼 무리에서 싸울 때의 돈키호테는 광기에 사로잡힌 정신병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무언가를 위해 순수하게 미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상실의 시대. 무엇이든 가질 수 있지만, 누구나 가질 수는 없다. 어른이 되면 당연히 할 줄 알았던,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일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살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지, 즐기는 일을 해야지. 취미는 꼭 가져야지, 악기도 배우고 운동도 하고. 말로는 그렇지만 실제 현실은 어떤가. 일이 끝나면 집에 오기 바쁘고 집에 오면 취미는커녕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얼마쯤 검색에 검색을 하다가 보면 잠잘 시간. 잠자고 일어나면 아침, 또 반복.



자기계발서를 극혐, 으로 여기는 이유는 이러한 자신의 나태함을 반성하는 것과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하는 것에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하면서도 그들의 도전을 무모한 것으로 여기기가 쉽다. 더욱이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마치 돈키호테의 모험을 비웃고 그의 환상을 겉으로는 치켜세우면서 현실로 믿게 만들었던 공작 부부처럼. 또 돈키호테로 하여금 진정한 패배를 실감하게 했던 삼손 카라스코처럼.



제정신을 차리고 환상에서 나온 돈키호테는 죽음을 맞는다.

-친구여, 내가 세상에 편력 기사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고 믿는 잘못에 빠져 자네까지 거기로 끌어들이고, 자네마저 나와 같이 미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 것에 대해 나를 용서하기 바라네.

-아아! 나리, 돌아가시지 마세요, 제발. 제 충고 좀 들으시고 오래오래 사시라고요. 이 세상에 살면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고의 미친 짓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죽어 버리는 겁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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