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레시피 : 달콤하고 쌉싸름한 인생


한편의 요리 영화를 보는 느낌. 레시피와 함께 부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한 여자의 이야기. 모처럼 마음 편히 쉬는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곳곳에선 신비로운 장면이 나온다. 티타의 눈물, 피가 요리에 미치는 영향은 신화적이다. 물론 책에서 그려지는 여성의 모습이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다. 여자가 주인공이지만, 그녀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오직 요리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따뜻한 공간 부엌. 그러나 이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는 따뜻하지 않다. 가족의 전통은 막내딸은 결혼하지 말아야 하고, 반드시 자신의 어머니를 죽을 때까지 모셔야 한다는 것.



막내딸 티타는 그러한 자신의 그러한 운명을 여전히 증오하지만, 마마 엘레나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사랑인 페드로를 언니에게 양보해야 했다. 물론 여기서 페드로의 선택도 상식적이진 않다. 아무리 티타 곁에 있고 싶어도 그녀의 언니와 결혼을 하다니.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기 위해서 한 선택이라고 페드로는 말하지만. 티타는 페드로와 함께 도망치길 원했다. 그가 정말로 티타를 사랑했다면 끔찍한 집에서 함께 탈출하도록 도와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페드로보다는 존이 훨씬 낫다. 그래서인지 결말에서 티타의 선택이 싫었다. 티타는 정말 페드로를 사랑했던 것일까.



티타의 집에는 남자가 없다. 마마 엘레나, 두 언니, 티타. 남자가 없는 곳에서 이 집안을 움직이는 것은 마마 엘레나의 절대적인 권력. 학대와 세뇌에 길들여진 세 자매. 티타의 언니이자 페드로와 결혼한 로사우라는 집안의 전통을 이어가려고 한다. 딸이 태어나자 `이 아이는 나를 죽을 때까지 돌볼 거야. 결혼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로사우라의 모습은 마마 엘레나의 환영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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