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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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죽음과 탄생지 마꼰도에서 펼쳐지는 부엔디아 가문의 백년


일단 이 책을 끝까지 읽으려면 등장인물의 이름에 겁먹지 말아야 하는데, 작가도 이것을 알고 있는지 책에는 친절하게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가 그려져 있다. 그럼에도 등장인물의 이름은 계속해서 헷갈리는 이유는 자식들의 이름을 아버지나 할아버지 혹은 어머니나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짓기 때문이다.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은 4명, 호세 아르까디오라는 이름은 4명, 아마란따는 2명, 우르술라 2명, 레메디오스 3명. 부엔디아 가문의 이름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누군가 죽어도, 또 다른 누군가는 태어나고 이전의 이름을 부여받음으로써 그 삶의 변주를 살게 되는 것이다. 이름에는 특별한 힘이 있어서 그 이름대로 성격을 가지게 되고, 그 이름대로 운명을 따르게 된다.



부엔디아 가문이 둥지를 틀게 된 고향인 마꼰도. 처음에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가 마꼰도를 떠나려했을 때, 우르술라는 반대한다. 고향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아직 죽은 사람이 한명도 나오지 않은 곳을 고향이라고 부를 수 없다며 떠나려는 남편에게 아내는, 아들을 여기서 낳았으니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고향은 죽음과 탄생이 이어져있는 공간이며, 결국 마꼰도는 그들에게 고향이 되었다.



마꼰도에는 집시, 발명품, 마술들이 어우러져 있다. 부엔디아 가문의 사람들은 누구나 신화를 가지고 있다. 아마란따는 자신의 죽음을 예언했으며, 미녀 레메디오스는 하늘로 올라갔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자신의 미래를 예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환상 속에서 우리는 현대사의 어두운 면도 함께 볼 수 있다. 부엔디아 가문의 신화적인 이야기가 계속되는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수파와 자유파가 싸우는 현대. 그러나 작가는 어느 쪽이 옳은지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어도, 혹은 그렇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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