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노트르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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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향한 숙명적인 사랑, 결국 파리의 먼지가 되다.



솔직히 말해서 파리의 노르트담 1권은 정말 꾸역꾸역 읽었다. 언제쯤 재미있는 장면이 나올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라 에스메랄다와 카지모도가 등장하기를. 그러나 1권은 그런 기대를 무너뜨리고 독자로 하여금 시험에 빠지게 만든다. 계속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도 그럴 것이 1권에서는 뮤지컬 장면이 아니라 파리의 장면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세기 파리가 얼마나 멋지고 웅장했는지, 이것이 얼마나 파괴되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묘사, 풍경의 세세한 묘사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따분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파리`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가보지 못한 자이거나 혹은 가보았던 자를 가릴 것 없이 `동경`을 느끼게 하지 않던가. 낭만의 도시, 파리. 유럽을 여행하는 이에게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 누구나 파리를 그리워한다. 이러한 파리를 위고는 자신의 사랑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물론 빅토르 위고의 파리만큼은 아니겠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도시를 가지고 있다. 욕망의 도시 서울, 서울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풍경은 역시 한강이다. 군청색의 강물 위로 색색이 비치는 자동차의 가장 행렬, 스포트라이트가 살아 있는 도시. 밤 열 시 무렵의 한강.



1,2권을 다 합하면 900페이지 정도가 될 텐데, 카지모도와 라 에스메랄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600페이지부터이다. 그러니 그 앞의 부분은 피날레를 위해 참고 참으면서 읽어야 하는 것이다.



한 여자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은 각각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 카지모도의 사랑은 그녀를 구해주고 보살펴주는 `희생`, 부주교의 사랑은 그녀를 파멸시키고 함께 떨어지는 `타락`, 페뷔스의 사랑은 그녀를 맹목적으로 만드는 `정열`이다. 그러나 원래부터 사랑이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한 여자를 향한 숙명적인 이들의 사랑은 결국은 먼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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