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신과 영혼에 관해 이성으로 묻다.
성찰의 초판 제목은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여기서 신의 현존 및 인간 영혼의 불멸성이 증명됨>이다. 데카르트는 소르본의 신학자들에게 바치는 헌사에서 이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신과 영혼에 관한 문제는 `신학`이 아니라 `철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신이 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제일철학으로 의심할 수 없는 존재인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가장 유명한 데카르트의 말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 책에서는 이렇게 나온다.
나는 의심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dubito, ergosum)
나는 사유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
데카르트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마지막에는 대화까지 인용한다. 폴리안데르, 에피스테몬, 에우도수스 세명의 대화 (특히 에우도수스에 주목할 것)를 통해 앞에서 말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또한 자신을 비난하고 있는 글을 조목조목 하나씩 반박해주기도 한다. 이런 점을 보면 데카르트는 어지간히 시달렸겠구나싶다. 자신의 말을 오해한 사람들을 하나씩 상대하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일까.
그러나 데카르트의 성찰은 당대의 신학자가 보기에 오해할만한 소지를 가지고 있다. 신을 어떻게 `철학`으로 증명한다는 것인지! 불경스럽지 않은가, 신은 그 자체로 완전하며 신의 모습을 본떠 만든 인간도 완전할텐데. 신을 `기만자`가 아닐까 하고 잠시나마 가정하는 부분이나 인간이 제한된 완전성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은 당대의 신학자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객관적인 증거 때문이 아니라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이 있기 때문인데. 물론 데카르트의 결론은 신은 존재한다고 가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