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나는 막사 맞은편에 있었다. 바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창문 옆에서 얼어 붙은 손으로 뜨거운 수프가담긴 그릇을 들고는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창밖을보게 되었다. 방금 전에 밖으로 옮겨진 시체가 동태 같은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시간 전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곧 다시 수프를 먹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아무리 감정이 무뎌진 수감자라고 할지라도 분노를 느끼는 순간이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그 분노는 육체적인 학대와 고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으면서 느끼는 모멸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바로 그 순간 피가 머리로 솟구쳤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그가전혀 알지도 못하는 내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고백할 것이 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동료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듣고 나서 내 분노가 어린아이처럼 누그러졌다는 사실이다.
"저렇게 짐승 같고 야비하게 생긴 작자가 우리 병원에 오면아마 간호사들이 대기실에도 들여보내지 않고 쫓아낼 걸."

 그때 나는 이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그것이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이라고 해도) 여전히 더 말할 나위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단적으로 소외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주어진 고통을 올바르게 명예롭게 견디는 것만이 자기가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때, 사람은 그가 간직하고 있던 사랑하는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으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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