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채워지지 못한 결핍된 욕구가 성인이 된 이후에 삶의 방식을 결정지을 때가 있다. 과거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선택했던 그 기제들은 시간이 흘러 환경이 변했음에도 습관처럼 고착되어 오히려 역기능적으로 보여질 때가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심리치료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도 위대한 고전 중의 하나인 것 같다. ⠀ 주인공인 제이 개츠비라는 인물은 가난하고 초라했던 '제임스 개츠'라는 본래의 자아를 지워버리고, 데이지라는 환상을 되찾기 위해 거대한 부와 명성을 쌓아 올린 그의 삶은 허무하기만 하다. 화려한 저택과 성대한 파티는 내면의 깊은 결함과 수치심을 가리기 위한 거대한 성벽에 불과했다. ⠀ 작품 속 다른 인물들 역시 각자의 결핍을 가리기 위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처한다. 데이지는 부유하지만 공허한 삶에 순응하며 자신의 딸조차 예쁜 바보로 자라기를 희망하며, 주어진 환경에 무력하게 굴복해버린 자아를 보여준다. 반면 조던은 쿨한 태도로 타인과 정서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데, 이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촉발시키는 것들로부터 도망치는 회피의 태도이다. 머틀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마저도 계층 상승의 도구로 사용하며 화려한 겉치레에 집착하지만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맞게 된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쓰신 은사님께서는 "모든 것이 가짜인 시대에 진짜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셨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개츠비가 이룬 막대한 부와 정교하게 설계된 정체성은 모두 과거의 결핍을 보상받기 위한 ‘가짜’ 방패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붙잡으려 했던 초록색 불빛, 즉 누군가를 향한 순수한 열망과 희망만큼은 역설적으로 그 가짜들의 향연 속에서 유일하게 반짝였던 ‘진짜’였을 것이다.⠀ 개츠비의 짧고도 강렬한 생애를 통해, 우리 내면의 결핍된 욕구들을 들여다보고 나를 방어하기 위한 가짜 모습들 너머에 있는 진짜 나의 욕구를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고전은 오랜만에 읽는데 다시금 고전을 읽어나갈 마중물을 길어주신 것에 대해 저녁달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김정호 수의사님의 진심을 담은 책을 덮으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공존의 궤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 노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반려인으로서,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가슴 저릿한 울림을 주었다. 동물의 언어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고통을 미리 알아채고 싶은 간절함이 책 전체에 흐르는 수의사님의 소명 의식과 맞닿아 깊은 위로가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도 본래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대해 그리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좁은 우리에 갇힌 야생의 생명을 구경거리로 삼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 어린 시절 이후 자발적으로 동물원을 찾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마주한 청주동물원은 달랐다. 산을 깎아 만든 일반적인 동물원들이 인간의 시선 아래 동물을 가두는 것과 달리, 이곳은 지형을 살려 동물을 내려다보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동물의 시선을 존중하며 곁에 머무는 모습이 진정한 의미의 공존처럼 느껴져서, 청주동물원은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2018년 웅담 채취용 사육곰의 구조로 시작된 청주동물원의 변화는 경이롭다. 사육곰의 참혹한 실태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인간의 탐욕을 위해 좁은 철창에서 평생을 보내야 했던 곰들의 사연은 너무나 가슴 아팠다. 큰 결단을 내리고 구조를 시작해 준 청주동물원의 용기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 저자는 귀엽지 않고 늙고 아프고 장애가 있는 동물들에게도 편안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과 동물을 같은 생명의 선상에 두고 본다면, 귀엽지 않고 늙고 아프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존중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의 수준을 결정하듯, 동물의 시간을 존중하고 그들의 세상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려는 노력은 결국 우리 사회를 더욱 다정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김정호 수의사님의 소명 의식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동물의 삶을 단순히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존엄을 가진 주체로 대하는 그 치열한 노력이 나열된 문자를 넘어서 충분히 전달되었다. 동물의 세상을 더 편안하게 일궈가는 청주동물원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나 또한 곁에 있는 작은 생명의 시간을 더욱 소중히 보듬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언제나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지만, 때로는 명료한 원칙이 혼란스러운 마음의 궤도를 잡아주는 등불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교육 프로그램의 교재라고 하는데,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30가지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책의 구조는 체계적이다. 인간관계의 기본 원칙 3가지를 시작으로 타인의 호감을 얻는 법, 설득과 협력의 기술, 그리고 리더십과 영향력에 이르기까지 관계의 확장을 단계별로 다룬다. 각 장마다 자칫 왜곡될 수 있는 원칙의 본래 의미를 짚어주고, 이를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팁과 필사 페이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가장 마음이 머물렀던 지점은 관계의 기술 이전에 '진정성'을 강조하는 대목이었다. 타인을 대하는 진실한 태도를 중시하는 저자의 관점은 자연스럽게 인본주의 심리학의 거장인 칼 로저스를 떠올리게 한다. 로저스가 심리치료에서 강조했던 가치들은 비단 임상 현장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의 근간이 되는 보석 같은 가치이다. 기교에 치우치지 않고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려는 태도가 전제될 때, 비로소 관계의 회복과 성장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새학기를 앞두고 새로운 인간관계와 만남을 목전에 둔 지금, 이 책이 제시하는 원칙들을 꼼꼼히 숙지하고 실천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치료자로 존재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일상의 관계에서도 타인을 향한 정직한 관심을 갖고 나만의 인간관계 청사진을 선명하게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책 표지에 실린 체크리스트를 마주한 순간부터 마음 한구석이 찔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거창한 이론보다 실생활에 즉각적으로 필요한 지침들을 담고 있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수시로 마음을 다잡기에 제격이다.⠀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이게 된 대목은 '정리에 들이는 시간 또한 비용'이라는 통찰이었다. 실제로 물건을 찾는 데 허비하는 시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정리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삶의 효율을 높이는 가장 경제적인 투자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한다.⠀특히 '아직 쓸만한 물건'이라는 미련 때문에 방치해 둔 것들이 집안 곳곳에 얼마나 많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마치 이사를 앞둔 사람처럼, 불필요한 짐들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비워내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하의는 바지 세 벌과 치마 두 벌이면 충분하다'는 챕터를 읽으며 나의 옷장을 떠올려 보았다. 실제로 출근복은 마치 교복처럼 정해진 몇 벌만 돌려 입게 되는데, '언젠가는 입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쟁여둔 옷들이 너무 많았다.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는 옷걸이부터 통일하고, 입지 않는 옷들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려 한다. ⠀정리를 통해 삶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저자의 마음가짐은 본받고 싶은 보석 같은 지혜다. 집안일이 가벼워지면 불필요한 소비가 줄고, 시간과 금전의 여유가 생기며, 그 여유가 결국 일상의 짜증과 잔소리를 줄인다는 저자의 말을 잘 기억하고 선순환의 궤도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인생의 변화는 결코 편안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표지에는 ‘넘어질 듯한 순간마다 나를 일으키는 문장들’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데, 이 책에 담긴 니체의 문장들은 사실 따뜻하게 일으키기보다는 좀 거칠게 깨우는 느낌에 가깝다. 하지만 그 서늘한 자극이 안주하고 싶어 하는 내면을 정신 차리게 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니체의 철학은 학생 때 처음 만났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 니체는 그저 난해한 말들의 나열에 불과했고, 그의 문장이 지닌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삶의 경험이 일천했다. 시간이 흘러 임상 현장에서 고난 속에 있는 수많은 마음들을 마주하고 나 역시 삶의 궤도에서 흔들려 본 지금에서야 비로소 그 문장들이 귀한 등불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평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하드보일드한 삶의 태도를 지향하는 나에게 니체의 쓴소리는 오히려 반가운 격려로 다가온다. 펜 끝에 힘을 주어 니체의 문장을 써 내려가고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며 나를 벼려나가는 과정은, 마치 뜨거운 불길 속에서 쇠를 치며 강도를 높이는 담금질과도 같다. 모호했던 삶의 방향이 선명해지고 무뎌졌던 의지가 다시 날을 세우는 이 시간은, 치료자로서 나 자신을 갈고 닦는 소중한 성찰의 순간이 된다.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질문들에 정직하게 답하다 보면 이 책이 끝날 즈음에는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고유한 중심을 잃지 않는 강인한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묵묵히 그러면서도 치열하게 나만의 길을 걷겠다는 다짐을 니체의 문장들로 다시 한번 단단히 세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