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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필사집 ㅣ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5년 11월
평점 :
나태주 시인의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필사집 샘플북을 받아 처음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마음이 끌린 것은 각 챕터의 제목들이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눈물겹고 애틋한 너에게’,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삶이 너에게 해답을 주리라.’ 이 네 문장만으로도 삶의 여러 국면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손길이 느껴져,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이미 위로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샘플북에서 제가 필사한 시는 익숙한 작품이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였습니다. 원래도 좋아하던 시였지만, 직접 손으로 한 줄 한 줄 옮겨 적어보니 그동안 흘리듯 지나갔던 단어들이 새삼 깊이 다가왔습니다. 필사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말을 걸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고, 조용히 적어둔 메모처럼, 어느새 저 역시 이 시와 함께 조금씩 자라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모든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괜찮은 하루들이 쌓여 있다는 것은 그럭저럭 위안이 되는 일인 것 같다. 조금 더 어릴 적에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는 날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약간은 무던해진 것을 보면 시간이 어른을 만들어나가기는 하나보다.’
제가 적어둔 이 문장처럼, 견뎌야만 하는 날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시인의 언어는 제 마음에서 아주 작은 숨구멍을 만들어줍니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의 문장이 삶의 무게를 조금 덜어주고, 결국 우리를 다시 한 번 살아내게 하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짧은 샘플북이었지만, 그 안에서 느낀 온기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시들도 차근차근 필사하며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책입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가 필요할 때, 가까이에 두면 참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