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 - 상처 입은 동물들을 구조하며 써내려간 간절함의 기록
김정호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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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수의사님의 진심을 담은 책을 덮으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공존의 궤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 노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반려인으로서,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가슴 저릿한 울림을 주었다. 동물의 언어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고통을 미리 알아채고 싶은 간절함이 책 전체에 흐르는 수의사님의 소명 의식과 맞닿아 깊은 위로가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도 본래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대해 그리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좁은 우리에 갇힌 야생의 생명을 구경거리로 삼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 어린 시절 이후 자발적으로 동물원을 찾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마주한 청주동물원은 달랐다. 산을 깎아 만든 일반적인 동물원들이 인간의 시선 아래 동물을 가두는 것과 달리, 이곳은 지형을 살려 동물을 내려다보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동물의 시선을 존중하며 곁에 머무는 모습이 진정한 의미의 공존처럼 느껴져서, 청주동물원은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2018년 웅담 채취용 사육곰의 구조로 시작된 청주동물원의 변화는 경이롭다. 사육곰의 참혹한 실태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인간의 탐욕을 위해 좁은 철창에서 평생을 보내야 했던 곰들의 사연은 너무나 가슴 아팠다. 큰 결단을 내리고 구조를 시작해 준 청주동물원의 용기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저자는 귀엽지 않고 늙고 아프고 장애가 있는 동물들에게도 편안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과 동물을 같은 생명의 선상에 두고 본다면, 귀엽지 않고 늙고 아프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존중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의 수준을 결정하듯, 동물의 시간을 존중하고 그들의 세상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려는 노력은 결국 우리 사회를 더욱 다정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김정호 수의사님의 소명 의식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동물의 삶을 단순히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존엄을 가진 주체로 대하는 그 치열한 노력이 나열된 문자를 넘어서 충분히 전달되었다. 동물의 세상을 더 편안하게 일궈가는 청주동물원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나 또한 곁에 있는 작은 생명의 시간을 더욱 소중히 보듬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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