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호르몬 사용 설명서 365 일력 (스프링) - 내 몸의 리듬과 활력을 되찾는 매일의 실천 솔루션
안철우 지음 / 김영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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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고 있는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라는 말을 경험적으로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 실감하게 하는 이 책은 수면과 식욕부터 기분과 에너지까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좌우하는 호르몬의 메커니즘을 부담 없는 일력 형태로 풀어낸다. 내분비내과 교수님이 썼다고 해서 더욱 신뢰가 가서 신청하게 된 책이다. 한 페이지라는 짧은 독서로 하루의 컨디션을 점검하게 하는 구성은 호르몬에 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체화하도록 돕는다.

2-30대까지는 호르몬 덕분에 일상을 잘 유지하고 성장해 왔지만 40대부터는 이제 능동적으로 지켜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1, 2월 일력 부분을 천천히 읽어보았는데 멜라토닌, 가바, 그리고 코르티솔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심리학과 수업 시간에도 호르몬에 대해 간단하게 배우는데, 수면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호르몬들이다. 일력에서는 각 호르몬의 역할뿐만 아니라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음식과 실천 가능한 루틴을 함께 제시해 주고 있어서 막연했던 건강 관리를 구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다.

3월 일력에는 세로토닌에 대해서 나와있는데 평소 전공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호르몬인만큼 더욱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세로토닌이 선사하는 조용한 각성과 평온함은 요즘 하고 있는 아침 루틴으로 효과를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아침을 차분하게 시작하며 내면의 질서를 잡는 행위가 실제로 뇌 내 화학 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자기관리에 대한 동기를 더욱 올려본다.

이 책은 거창한 변화보다는 매일 조금씩 호르몬에 대해 공부하고 친해질 수 있는 소소한 시간들을 제시하는 것 같다. 매일 일력을 넘기며 나의 상태를 체크하는 시간은 나를 잃지 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사적인 치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이 일력과 함께하며, 호르몬 친구와 건강하게 공존하는 법을 익혀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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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만 알면 되는 세계사 - 고대부터 현대까지 20개 사건으로 읽는 인류의 역사
김봉중 지음 / 빅피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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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세상에 넘쳐나지만 이해가 깊어지지 않는다는 프롤로그의 말이 먼저 와 닿았다. 이 책은 방대한 세계사를 모두 알아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서 우리의 삶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사의 변곡점들을 제대로 숙지하도록 안내한다. 또한 그 역사적 사실을 통해 어떤 생각으로 뻗어나가야 하는지 명확히 제시한다. 과거의 무수한 선택이 겹겹이 층을 이뤄 지금을 형성했음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현재를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역사는 어떤 단절된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대한 흐름인 것 같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흐름을 제국, 혁명, 과학, 전쟁, 이념의 시대로 구조화하여 보여준다. 근래 빅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최근에는 고대 시대의 문서들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변천사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과거의 흐름을 읽고 현재를 해석하여 미래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책을 읽어나가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 종교, 정치, 사회, 과학, 기술, 예술, 철학 등 각기 다른 분야가 결국에는 역사 내에서 하나로 모아진다는 것이다.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종교를 알아야 하고 기술의 발전을 이해하기 위해 철학적 토대를 살피는 등 지식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역사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영역들의 내용을 머릿속에 채워넣기 전에 큰 그림을 그리듯이 구조화하는 작업에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이 책은 지도와 그림 같은 시각적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역사책은 모름지기 시각적 자료가 잘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텍스트로만 이해하기 어려운 흐름들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방대한 세계사를 이 정도로만 알면 되는 수준으로 정리해 주고 있는 이 책은 복잡한 세상을 읽어내고 현대로 나아갈 수 있는 나침반과 같아 즐겁게 읽었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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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릴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 나를 잃지 않고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
질리언 투레키 지음, 조경실 옮김 / 부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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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관계의 회복은 내면의 결핍과 미해결된 상처가 어떤 행동 패턴으로 나타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두렵고 불안할 때마다 특정한 행동과 선택을 반복하곤 하는데, 때로는 자신을 다시 가혹하게 대할 상대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며 과거의 아픔을 재현하기도 한다. 이 낡은 패턴을 깨기 위해서는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하며,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기주도적인 관계의 문이 열린다.

이 책에서는 자신을 지키며 관계를 맺는 법에 대해서 말한다. ‘두 사람이 서로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관해 각자가 지어낸 이야기와 싸우고 있다’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머릿속에서내가 만들어낸 상대의 이미지로 시뮬레이션하며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관계를 더 미궁으로 빠뜨릴 뿐이다. 지어낸 서사와 싸우기를 멈추고, 눈앞에 있는 상대와 있는 그대로 마주할 때 관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심리도식치료가 많이 생각났다. 부모를 닮은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는 말처럼, 사람은 그것이 이롭든 해롭든 간에 자신이 경험해왔던 익숙함과 일치하는 사람에게 본능적인 끌림을 느낀다. 때로는 파괴적인 패턴을 인지하고 깨뜨리지 못한다면 정작 건강하고 안정적인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조차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채 놓치고 말게 된다. 치료 장면에서도 종종 그런 경우를 마주하게 되는데, 익숙한 고통보다 낯선 건강함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격려하곤 한다.

또한 누구나 있는 그대로 수용받기를 원하지만 그 전에 꼭 필요한 것은 자신의 결점까지 포함하여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 책에서는 쿨한 사람이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혼자 있을 때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관계가 더해진다고 해서 마법처럼 행복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연습을 통해 관계 내에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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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 《파이돈》에서 《팡세》까지, 삶과 죽음을 읽는 철학 수업
최대환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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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위하여 죽음을 묻다’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무의식에 묻어두고 살아가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을 응시할 때 비로소 삶의 진정한 가치가 선명해진다. 심리치료의 과정에서 묘비명을 써보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누구도 학벌이나 사회적 성취에 대해서 적지 않는다. 행복하게 살다 간 사람, 과 같이 자신의 가치관에 닿아 있는 문장을 선택한다. 이처럼 죽음에 관한 물음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주는 가장 강력한 방법인 것 같다.

만약 임종 직전 신이 나타나 삶의 두 번째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면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을까?라는 질문에, 솔직히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보다는 현재가 좋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는 몇몇 사람들을 조금 이르게 떠나보내며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살아내고자 노력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임종의 순간이 온다면, 지나온 삶을 하나의 온전한 완결로 받아들여 마무리하거나 아예 모든 것을 잊고 다시 태어나는 길을 택하고 싶다. 한 번의 생을 충실히 마쳤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세상을 떠난 뒤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하는 물음에는 '다정한 사람'이라는 답을 남기고 싶다. 나의 장례식을 상상해 본다면, 찾아온 이들이 너무 깊은 슬픔에 잠기기보다 즐거웠던 기억들을 서로 나누며 미소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에 나오는 구절처럼, 이 세상에 소풍을 왔다가 돌아가는 느낌으로 삶을 대하고 싶다. 소풍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은 아쉬움보다 즐거웠던 기억이 앞서길 바란다. 생의 마침표를 찍는 시점에서도 의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떠나갔을 때의 황망함에 관해 묻는다면, 그 황망한 일을 최근에도 겪어서 누군가를 특정지어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에 내일로 미룬 다정함은 전해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때그때 연락하며 마음을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좋은 삶이란 결국 죽음이라는 확실한 마침표를 인식하며, 오늘 하루를 누군가에게 더 다정하게 대하고 내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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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장애에 대한 모든 것 - 원인부터 회복까지, 30년간 쌓은 치유의 여정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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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장애는 단순히 식욕이나 체중의 문제를 넘어, 그 기저에 강한 수치심이 자리 잡고 있는 심리적 질병이다. 섭식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임에도 이를 거부하거나 통제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면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불편감과 수치심은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인 식사조차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즐거움이나 편안함 같은 긍정적인 감정조차 '자격이 없다'고 느껴 거부하게 되며, 결국 음식을 거부하는 행동으로 통제감을 확보하려는 마음 아픈 대처 기법으로 나타나게 된다.

식이장애 이면에는 흔히 숨겨진 가족 문제가 존재하며, 부모의 비난이나 잔소리 같은 일상적인 긴장감이 아이의 내면에서 분노와 불안으로 축적된 상태일 때가 많다. 정서가 가정 내에서 원활하게 소화되지 못할 때, 아이는 부모의 불안과 긴장감을 대신 짊어지게 되고 이것이 식이 문제로 표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 교육과 가족 전체의 변화는 치료의 핵심이다. 부모가 상담이나 약물치료를 통해 먼저 정서적 안정을 찾으면, 아이는 더 이상 부모의 불안을 감당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식이장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마주해야 할 '관계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치료의 과정에서는 높은 저항과 치료 중단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체중 증가에 대한 극심한 공포 때문에 입원 치료를 거부하는 상황도 많다. 효과적인 개입을 위해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투트랙 접근이 와닿는다. 당장 눈앞의 부적응적인 섭식 행동을 교정하는 기법과, 어린 시절부터 누적되어 온 정서적 취약성을 다루는 기법이 동시에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먹는 행위와 정서의 연결고리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도 흔히 발견되곤 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맵거나 단 것을 찾고, 외로움을 채우려 과식하거나 실연당했을 때 식사를 거르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결국 치료의 종착역은 음식을 정상적으로 섭취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소화하고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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