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과 현장에서 일을 한 지 어언 9년 차, 외동아이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외동아이에게 주어지는 부모의 전폭적인 애정은 때로는 형제자매라는 초기 대상이 부재한 환경에서 적절한 경계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지연시키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외동아이를 키우며 막연한 불안함을 가졌던 부모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것 같다. 외동아이의 특성에 대해서 다루는 것부터 시작하여 연령대별 사회성 가이드, 그리고 부모의 마음까지 챙기는 방법까지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또래관계 내에서 쉽게 나타날 수 있는 자기중심적인 행동이나 협상 능력의 부재와 같이 실제 치료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서 실질적으로 겪게 되는 문제들을 세심하게 짚어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저자가 강조하는 거리두기 육아는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영역을 존중해 주는 건강한 분화를 뜻한다. 부모의 과도한 밀착은 아이가 세상과 부딪히며 배워나가야 할 시행착오의 기회를 가로막는 벽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육아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를 부모로부터 건강하게 독립시키는 것이다.특히 외동아이인 경우 아이에게 쏟는 애착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도리어 아이의 삶을 방해하지 않도록 부모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아이가 타인과 공존하는 법을 익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
경호원이라는 직업을 떠올릴 때 갖게 되는 편견을 이 책은 기분 좋게 이탈하고 있다. 겁이 많은 성격이 콤플렉스였던 저자가 오히려 그 두려움 때문에 더 조심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아 실수 없이 신중하게 사람을 지킬 수 있었다는 고백은 결점조차 삶의 무기로 벼려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겉모습을 깔끔하게 다듬고 출근하는 폼생폼사 같이 시작한 2대8 가르마가 결국 직업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꾸어놓았다는 대목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인스타를 시작할 즈음 미테르에서 진행한 ‘과시용 독서클럽’에 신청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보여주기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때로는 시작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 때의 시작을 기반으로 지금까지도 루틴을 지속해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경호원이라는 자신에 취해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기술한 부분을 보며 임상 현장에 대해서도 떠올리게 되었다. 제대로 된 수련을 받지 않은 채 단순히 사람들을 돕는다는 기분에 취해 있는 상담자들로 인해 상처받고 오게 되는 내담자들이 생각났다. 윤리적 문제들은 대체로 기본을 망각하는 데에서 생겨나게 되는 것 같다.⠀저자의 겁은 결국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상대를 온전하게 지켜내기 위한 가장 정직한 동력이었다. 겁쟁이였기에 누구보다 세심한 경호원이 될 수 있었던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결핍을 껴안고도 충분히 자신의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부드러운 물길이 결국 단단한 바위를 뚫듯이 나 또한 취약한 부분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이어지는 유연한 힘으로 사람들을 마주하겠노라 다짐해 본다.
소크라테스라는 이름 아래 형이상학적인 담론을 예상했다가 뜻밖의 실용적인 살림법과 마주하며 묘한 신선함을 느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와 가정 경영의 모범으로 불리는 이스코마코스의 대화를 통해 부의 본질이란 단순히 재물을 논하는 문제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스코마코스와 아내와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집안의 물건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사용하는 법, 일 년 치의 식량을 한 달 소비량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 등 매우 구체적인 일상의 지침들이었다. 훌륭한 법을 가진 국가라도 그 법을 제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그의 말이 결국 세상을 경영하는 큰 틀은 일상을 다스리는 힘에서 온다는 것처럼 들려서 흥미로웠다.⠀작품 속 이스코마코스의 목소리를 빌려 저자가 전하는 핵심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결정적인 비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바를 그대로 실천하느냐 혹은 알면서도 무시하느냐가 삶의 격차를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더 나은 삶을 위한 대단한 정답을 찾아 헤매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이스코마코스에게 대답하는 것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정답은 우리 안에 이미 있지만 그것을 해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는 것 같다. ⠀결국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꾸준함이야말로 나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 같다. 일상을 경영하는 일에 소홀했던 나를 되돌아보며, 크세노폰이 전하는 오래된 지혜를 지침으로 삼고 다시 일어나보고자 한다.⠀
새벽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해가 뜨기 전이라는 상태를 넘어 삶의 주도권을 다시 자신에게로 되돌리는 귀한 시간인 것 같다. 이 책은 '나다움'이라는 가치가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퇴적과 침식을 거치며 서서히 쌓여가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타인은 우리가 누리는 가장 찬란한 순간만을 보게 되지만 그 이면에는 묵묵히 자신을 지켜온 무수한 새벽의 시간이 쌓여 있음을 다시금 알게 된다.⠀출근 시간이 비교적 늦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어 오전 8시에 기상하여 모닝 루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집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흐르기 전의 고요함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생각지 못한 행복함과 충만함을 주는 것 같다. 모닝 루틴은 하루의 일정을 정리하고, 수면 시간을 기록하고, 문장을 필사하고, 철학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듀오링고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 책을 집어들 때에는 새벽 시간으로 당기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더 노력을 해야하나 싶었는데 꼭 새벽이 아니어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을 기억하며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루틴을 이어나가보고자 한다.⠀내가 꿈꾸는 기상의 모습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스피커로 틀고 그 노래가 흐르는 3~4분 동안은 침대 안에서 마지막으로 늘어지며 온기의 여운을 즐기는 것이다. 아침의 공간은 창가가 보이는 원목 책상에 원목 책장을 두고 아침과 저녁의 기록 루틴을 위한 다이어리와 책들이 꽂아두었다. 루틴을 전날 밤부터 준비해 놓으면 좋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는 자기 전에 문간에 갈아입을 운동복을 가져다두고 눈을 뜨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계단을 오르곤 했다.⠀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이 시간의 이름을 '다정한 새벽'이라 지어주고 싶다. 책을 읽어나가며 오롯이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큰 힘을 얻었다. 한 시간 정도 더 일찍 일어나볼까 하는 기분 좋은 욕심이 생기도 한다. 나다움이라는 가치가 단단하게 퇴적될 때까지 이 다정한 시간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지켜나가고 싶다.⠀
이 책은 삶에서 주어진 마지막 시간들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보낸 어느 철학자의 기록이다. 그는 죽어가는 것과 죽음을 구분하며 죽어가는 것에는 관심을 집중하되 죽음 자체에 과도하게 몰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마지막까지 이렇게 사유를 하면서 삶을 마무리 지은 사람에 대한 경이로움이었다.⠀실제로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두려워할 때 죽음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렇다. 언젠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뇌는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을 막는다. 나에게는 갑작스럽게 일찍 떠난 친구들이 많다.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상상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더 두려워지는 순간들이 오고야 만다.⠀저자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죽음 역시 생명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하며, 그저 생명의 순환이기에 슬퍼할 만한 일이 아니고, 삶에서 의미있는 끝맺음이자 시작이라고 말한다. 삶과 죽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라고.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절실하게 와닿지 않는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저자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다만 언젠가는 사람들이 죽음을 축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나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해서 평안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장례식 장면을 떠올렸을 때 모두가 검은 옷을 입고 슬퍼하기보다는 결혼식 때 그랬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고 웃으며 추억하다 가기를 바란다. 아쉬움 없이 오늘을 보내고자 노력하며, 저자의 평안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