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스며든 클래식 - 인문학으로 읽는 클래식 음악 이야기
이주용 지음 / 저녁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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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술, 건축, 문학, 여행, 취미, 전쟁, 경제, 종교라는 여덟 가지 방대한 카테고리를 통해 클래식 음악이 우리 삶 속에 어떻게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다양한 인문학적 영역과 연결하여 안내하고 이 책에서, 저자는 시대를 풍미한 작곡가들의 삶과 그들의 음악적 특성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며 독자가 클래식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 곳곳에 삽입된 QR 코드를 통해 본문에 등장하는 음악을 즉시 감상할 수 있게 한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음악 관련 서적을 읽다 보면 관심 있는 곡이 생겨도 나중에 찾아봐야지 하다가 잊어버리기 십상인데 이 책은 즉시 음악을 틀고 음악에 맞는 내용을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다. 덕분에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물리적으로도 멀게 느껴지지 않는 특별한 독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어떤 음반인지도 모른 채 집에 있던 CD들을 심심할 때마다 돌려 들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특히 좋아했던 곡은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과 <백조의 호수>였다. 3장 '문학에 스며든 클래식'을 읽으며, 그 당시에 좋아해서 여러 번 들었던 '사탕 요정의 춤'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소리가 첼레스타라는 악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클래식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클래식이라는 창을 통해 확장해 주는 안내서와 같다. 세상을 향한 인문학적 호기심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삶의 품격 있는 여유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따뜻한 휴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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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중심 잡는 아이들의 비밀, 자기결정력
김효원.김현웅 지음 / 심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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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기에 놓인 아이들에게 자기결정력이 얼마나 필수적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각 장의 주제에 대한 청소년 당사자인 저자의 아들의 시선이 담겨 있어서 더욱 신선함을 가지고 있다. ‘자기결정력’이라는 것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행동하는 힘을 의미하는데, 아마도 다들 한 번쯤은 대학 학점 때문에 교수를 찾아가는 부모나 자녀의 퇴사 연락을 대신 해주는 부모의 이야기를 접하고 한숨을 쉬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 환경은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키워주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의존성을 학습하게 만드는 꼴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사회 구조와 부모의 태도, 그리고 그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의 문제로 나누어 분석한다. 특히 책의 3부에서는 무기력과 좌절에 빠진 청소년들의 사례를 면밀하게 다루며, 부모가 아이들의 무너진 마음을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가족치료 수업을 들을 때 공부했던 보웬의 ‘자기분화’ 개념이 이 책에서도 등장해서 반가웠다. 아이와 부모는 적당한 수준으로 분화되어야만 각자의 경계를 바로 세우면서도 건강한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다. 이전에 읽은 <스카이멘탈>이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던 기억이 나는데, 아이의 인생은 대학교에 합격하는 시점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좋은 대학만을 목표로 모든 결정을 대신해주며 달려온 아이는 정작 홀로 서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가 될 뿐이다.

이 책의 4장에서는 자기결정력을 갖춘 아이들의 명확한 특징에 대해서 보여준다. 자기결정력을 갖춘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고 정서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실패와 좌절 앞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다. 자기결정력은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생존의 도구와도 같다. 부모들이 부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아이의 내면에 이 단단한 중심을 잘 키워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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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감각 - 고요하게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장석주 지음 / 청림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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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감각이라는 제목을 보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필사를 하는 시간은 아침 시간인데 햇빛이 서서히 비춰드는 책상에서 좋아하는 펜을 들고 천천히 문장을 따라서 적는 것은 고요함과 차분함의 어딘가에 머물러 있게 된다. 필사를 한다는 것은 종이의 사각거림과 펜의 마찰, 그리고 눈으로 따라가는 글씨들이 머릿속으로 스며들어 여러 가지 생각들을 끌어올리는 것을 오롯이 느끼는 일이다.

그런 감각이 좋아서 작년 초부터 필사에 취미를 들인 이후로 계속해서 문장들을 써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인스타를 통해 좋은 기회로 필사책들을 여럿 만나게 되었는데, 단순히 문장만 있는 책보다는 그 문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한 줄이라도 적혀있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사이에 두고 교류하는 느낌이랄까.

좋은 문장들을 가만히 따라 쓰다 보면 어휘력이나 문장력이 덩달아 좋아지는 것 같은 착각을 하기 쉬워서, 저자의 말처럼 감각을 깨우고 난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무엇이든 단 한 줄이라도 문장을 읽고 떠오르는 것을 기록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마음에 남는 차이가 있다.

<노자의 마음공부>에서 한번 만났던 저자를 다시 만나게 되어서 반가웠다. 당시 책을 읽을 때에도 문장이 소탈하면서도 수려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명문장을 수집해 놓은 이 책에도 저자의 문장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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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세계 -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학의 지혜
홍순범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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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음 이론’이라는 개념을 통해 타인의 마음이 왜 이해하기 어려운지를 설명하고 있다. 마음 이론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론하는 능력을 뜻하는데, 이 책에서는 다양한 실험들을 제시하며 추론 과정 자체가 어느 정도는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프레임을 씌운다는 말처럼 인간은 틀을 제시하면 거기에 맞게 해석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제시된 실험 중 하나에서 자동차가 부딪쳤을 때, 충돌했을 때, 접촉했을 때, 라고 단어를 달리해서 속도가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전부 다르게 대답하게 된다. 같은 일이라도 사람마다 기억은 다르게 적힌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지만 사람들은 나름대로 내면의 의도를 상상하게 되고 그 내용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 뇌는 사실 그 자체보다 나름의 설명을 원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인다. 따라서 서로의 심리적 현실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소통할 때, 마음과 현실을 분리해서 보는 눈을 키워야 우리는 불필요한 오해의 늪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아기 때부터 ‘투잡 인생’을 살았다고 하는 저자의 표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생의 절반은 외부의 문제를 해결하며 살고, 나머지 절반은 우리 안에서 만들어낸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마음과 현실을 분리해서 보는 눈을 키우고, 내면의 생각을 진실 그 자체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 마음 세계와 현실 세계를 적절하게 오가면서 진실된 모습을 보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비로소 두 세계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타인이라는 세계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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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 인류가 나아지지 못하는 7가지 이유와 그럼에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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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유구한 특성이다.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까지 인류의 문명을 보았을 때 자명하지만 여전히 어떤 변화들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 뇌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편견과 같은 효율적이지만 비효율적인 방식을 택하기도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속성 때문에 착시와 왜곡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책은 변화를 방해하는 7가지 착각에 대해 실험 결과와 뇌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상세히 설명한다. 우리 뇌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양가적인 특성을 지녔다고 하고, 아마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특성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 오히려 한계점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위한 시작점을 찾기 더 용이한 것 같다.

인상깊었던 실험은 스마트폰 앱 실행 전에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자문하게 하는 짧은 팝업 메시지만으로도 습관적인 사용 횟수가 줄었다는 결과였다. 이는 뇌의 자동화된 습관을 깨뜨리는 것이 아주 사소한 방해만으로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인류가 지식에서 인식으로 넘어가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타인의 손을 거친 간접적인 지식은 많이 접할 수 있지만 결국 구체적 경험과 연결되지 않으면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래 개인적으로 물먹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물을 먹지 않으면 우리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머리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프기 전에는 그냥 넘기고 행동에 변화를 주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뇌의 구조상 습관은 개인의 의지보다는 유발요인에 더 크게 반응한다고 한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변화 명령은 뇌의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의지를 발휘한다는 생각보다는 유발요인을 관리하고 성공적인 행동을 천천히 강화해 나가는 방식이 변화를 거부하는 뇌와 함께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가장 현명한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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