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을 위하여 죽음을 묻다’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무의식에 묻어두고 살아가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을 응시할 때 비로소 삶의 진정한 가치가 선명해진다. 심리치료의 과정에서 묘비명을 써보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누구도 학벌이나 사회적 성취에 대해서 적지 않는다. 행복하게 살다 간 사람, 과 같이 자신의 가치관에 닿아 있는 문장을 선택한다. 이처럼 죽음에 관한 물음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주는 가장 강력한 방법인 것 같다.⠀만약 임종 직전 신이 나타나 삶의 두 번째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면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을까?라는 질문에, 솔직히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보다는 현재가 좋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는 몇몇 사람들을 조금 이르게 떠나보내며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살아내고자 노력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임종의 순간이 온다면, 지나온 삶을 하나의 온전한 완결로 받아들여 마무리하거나 아예 모든 것을 잊고 다시 태어나는 길을 택하고 싶다. 한 번의 생을 충실히 마쳤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세상을 떠난 뒤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하는 물음에는 '다정한 사람'이라는 답을 남기고 싶다. 나의 장례식을 상상해 본다면, 찾아온 이들이 너무 깊은 슬픔에 잠기기보다 즐거웠던 기억들을 서로 나누며 미소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에 나오는 구절처럼, 이 세상에 소풍을 왔다가 돌아가는 느낌으로 삶을 대하고 싶다. 소풍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은 아쉬움보다 즐거웠던 기억이 앞서길 바란다. 생의 마침표를 찍는 시점에서도 의연하고 싶다.⠀마지막으로 누군가 떠나갔을 때의 황망함에 관해 묻는다면, 그 황망한 일을 최근에도 겪어서 누군가를 특정지어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에 내일로 미룬 다정함은 전해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때그때 연락하며 마음을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좋은 삶이란 결국 죽음이라는 확실한 마침표를 인식하며, 오늘 하루를 누군가에게 더 다정하게 대하고 내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한다.#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