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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가끔씩 내가 범하는 우를 아이가 저지르고 있을 때 되려 더 큰 소리로 화를 낼 때가 있다.
요즘에 꽂힌 잔소리는 독서에 관련된 것, 너의 생각을 말하지 말고 작가가 하려는 말에 귀담으라는 말.
네가 생각하는 작은 세상에서 빠져 나와 좀 더 큰 그림으로 작품 속 세상을 바라보라는 잔소리.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해 주고팠던 말들을 구구절절 아이에게 퍼부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시선을 사로잡는 책 표지, '앨리스'란 단어를 품고 있는 작품들이 왕왕 있었기에 표지와 제목만 보고서는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이도 책 표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또 앨리스야? 하며 묻는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닐거라고 하자 며칠 전 방영이 끝난 드라마 앨리스 같은 것이냐고 되묻는다.
생각해 보니 앨리스가 참 많기도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공대 전공자가 쓴 문학 작품을 좋아하는데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란 소개글을 보았던 끝이라 이야기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것 같다.
이런저런 호기심이 발동하여 서둘러 책장을 펼쳤을 때 작가 네빌 슈트가 1899년에 태어났다는 소개글에 뜨악했다.
이런 책 제목은 살면서 처음 들었기에 요즘 나온 신간 소설이라 생각했었는데 고전이였다니.
세상에 책은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나름 부지런히 읽고 있다 생각했는데 작가와 제목조차 생소한 책들을 만나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의도친 않았지만 귀한 고전을 손에 넣었다는 설렘은 덤이었다.
시대적 배경을 인지하고 나니 글의 전개가 진부하단 생각은 접게 되었다.
고전은 그래도 된다는 후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거대한 유산을 상속 받을 수 있게 된 진 패짓이란 여인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달콤한 연애 소설의 기운을 품기고 있는 책 뒷편 소개글을 보면서 설마 변소사 스트래천 씨와 러브라인인가 싶다가도 그들의 나이차를 생각하니 상상한 이야기 전개가 너무도 진부하게 느껴졌다.
큰 흐름을 따라가며 읽어야 하는데 스코틀랜드 출신, 아일래드 출신 , 그리고 각각의 말레이 지명 등 지리적 요인에 걸려들게 되었다. 각나라의 문화적 배경을 숙지 하고 있었더라면 좀 더 풍요롭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란 아쉬움도 있었지만 사실 모르고 읽는다 하더라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개였다.
상속에 대한 이야기 진행이 끝나자 마자 시작된 진 패짓의 포로 생활 이야기가 참 힘들게 만들었다.
일제의 만행에 갈갈이 찢긴 우리 민족의 역사처럼 난도질 당한 상황은 아니였지만 수용소를 찾아 끝없이 걸어야 했던 고난의 행군에 동참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어 덩달아 힘이 들었다.
읽다 보면 포로 수용소가 꼭 유토피아 같다는 생각이 들어 수용소가 그리도 좋은 공간이었나 싶은 어리석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누구나 다 갈 수 있는 수용소가 아니였었나 보다. 이 행군의 여정이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었고, 이러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 속에 진 패짓이 그들을 살 수 있게 이끌어 주고 있었다.
나름 영국인의 시선으로 본 일본인의 만행은 어떤 것일까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병사들이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며 여성의 나약함에 관대했고 아이들에게 헌신적이었다는 문장을 보면서 더 이상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각자 사람마다 생각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식민지를 가지고 있던 나라와 식민지만 당했던 나라의 생각차인가 하는 생각에 달하자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거액의 상속을 받는다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 보았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진 패짓을 선택을 읽고 나니 나의 상상이 참으로 초라해 보이면서 부끄럽기도 하였다.
선택은 자유니까 혹여 내가 상상한 일을 실행에 옮겼다 할지라도 잘못은 아니겠지..
진 패짓의 무리에게 살 공간을 제공해 준 마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우물을 선물한 선택, 선의를 베풀어준 조 하먼과의 재회를 읽다보니 이 책은 내가 젤 처음 생각했던 전쟁 포로에 대한 이야기나 앨리스라는 판타지적 요소로 접근하기 보다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해 준 책 같았다.
앨리스가 무엇일까 이야기 하는 것은 스포일 것 같아 생략한다.
읽는 내내 앨리스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2권에서 발견하고는 나의 좁은 상상력에 땡! 이란 말을 외쳐주고 싶었다.
전쟁이 발발했으때 홀로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면 어쩌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플 때 힘이 되어준 홀랜드 부부에게로 가는 진의 모습 속에 진 이란 인물에 대한 복선 전체가 깔렸던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본다.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런 저런 책 근처를 기웃거리며 마음 수양을 하겠노라 다짐하지만 죽기전에 실천이란 것을 해 볼 수 있을까?
소설을 철학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