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새로쓰는 그림형제의 잔혹동화 : 에로편
그림형제 / 리비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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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형제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신데렐라’ 등 수많은 동화를 남긴 장본인이다. 다만 작품의 원작이 아이들에게 권선징악의 교훈을 남기는 것으로 각색되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 뿐이다.


  <새로 쓰는 그림 형제의 잔혹 동화(애로편)>는 그림 형제의 원작 동화를 조금 새롭게 재해석한 한국판 성인 잔혹 동화다. 본래 동화란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잔혹 동화는 좀 다르다. 근친상간이나 불륜 등이 소재가 되기도 하고, 한 때는 잔 다르크의 전우였고, 잔 다르크를 사랑했던 소아 변태 성애자로 수많은 아동을 살해한 질 드레 남작이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읽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그림 동화의 배경은 중세 유럽이었지만 새롭게 해석한 이 책은 중세와 현대가 가미된 어쩌면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진정 자신의 인생을 찾아 나서게 되는 백설공주, 성 정체성에 고민하다 트렌스젠더를 선택한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연쇄살인마의 역사적인 모델이 된 질 드레 남작,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현재 우리 주변에 벌어지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원작인 줄 알았는데 막상 접해보니 원작을 토대로 재창작한 느낌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아마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 형제 동화를 재창작할 수 있지도 않을까 생각된다.


  그림 형제가 만든 동화 대부분이 특정 지역에서 민담으로 전승되던 이야기를 수집한 것이었고, 또 동화 중 일부는 그림 형제보다 100년 전에 이미 프랑스에서 샤를 페로가 발표한 옛날이야기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푸른 수염과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그런 셈이다.


 

  얼마 전 한 편의 잔혹 동시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 이모(11)양이 쓴 동시집 <솔로강아지>에 수록된 ‘학원가기 싫은 날’이라는 제목의 시였다. 해당 시에는 학원가기 싫은 날에는 ‘엄마를 씹어 먹어’라는 잔인한 표현이 등장한다. 게다가 입가에 피가 묻은 채 심장을 먹고 있는 여성의 그림이 삽화로 등장한다. 그래서 ‘어린이가 엄마를 죽이고 먹기까지 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에 온라인상에서 난리가 났다. 



※ 그림의 출처 : 아주뉴스(http://www.ajunews.com/view/20150507150529690)


  논란이 확산되자 출판사에서는 이 도서에 대해 전량 회수해 폐기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아이의 부모가 반발하였다. 58편이나 수록된 시집에 한 편의 문제만으로 이를 모두 폐기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과 아이의 자긍심을 지켜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결국, 아이의 부모 역시 네티즌의 무분별한 확대 재생산의 우려 때문에 출판사의 결정을 받아들여 전량 폐기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글이 동시집이 아니라 그냥 시집이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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