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으로 나온 바람난 세계사 - 신화가 된 역사, 전설이 된 역사, 구라가 된 역사
박철규 지음 / 팬덤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알게되면 알게될수록 재미있는 학문이다. 그것도 정사보다는 야사가 더 재미있고, 잘못 알려진 신화나 전설의 사실을 알게되면 흥분마저 든다. 지금까지 학창시절에 배웠던 역사라는 과목은 대학 입시를 위해 어쩔수 없이 외워야 하는 암기과목이었을 뿐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니 여간 재미있는 학문이 아니다.

 

  『책 밖으로 나온 바람난 세계사』는 동서양의 역사를 망라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췌해서 이를 짧은 수필 형식으로 쓴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인 경우도 있지만 처음 보는 이름도 숱하게 나온다. 동서양의 역사를 오가며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는 저자의 깊이 있는 내공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책은 성경의 역사가 시작하기 전인 5천 년 전 고대 수메르의 역사에서 부터 가깝게는 최근 네덜란드의 매춘부 노조의 파업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우리가 잘아는 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의 이야기도 있고, 딱 한 잔만 하다가 몰살되는 게르만 군대의 이야기도 있다.

 

  책의 어디를 봐도 흥미 있는 이야기라 다 언급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여자 멋의 뿌리'에 나오는 화장법 이야기다. 그런데 이 화장법이라는 것이 수천 년 전에 비해 발전한 것이 없단다. 오히려 퇴보했다는데. 여자의 화장법은 놀랍게도 동양이, 그것도 중국이 최초란다. 눈썹을 다 밀고 가늘게 휘어진 눈썹을 그리는 수미법(愁眉法). 걸을 때 허리는 부러질 듯 한들한들, 엉덩이는 이리저리 출렁출렁하게 걷는 절요보(折腰步).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기울게 빗은 타마계(墮馬). 클레오파트라가 손수 개발한 것도 있다. 마치 울고 난 것처럼 보이도록 눈밑을 희미하게 칠하는 제장(啼粧)이라는 화장법도 있다.

 

  근데 이보다는 더 기억에 남는 부분이 사실 곡신(谷神)이다. 도덕경에 나온다는 곡신불사(谷神不死). 왜 그런지는 이 책을 읽고 직접 이해하기 바란다.

 

  글자의 뜻이 와전된 것도 생각난다. 바로 방문(訪問)이다. 지금은 남을 찾아가는 것을 말하지만 옛날에는 관직이름이었단다. 그것도 남의 뒤를 몰래 따라다니면서 뒷조사를 하는 관직이란다. 그런데 옛날에는 이들이 파악한 것은 오직 인사 등용에만 사용했단다. 오늘날처럼 모함하고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단다. 비록 중국의 이야기지만 부끄럽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소제목마다 두 세장의 분량이라 읽는데 부담가지 않는 책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지루하지도 않다. 역사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도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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