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의 마지막 키스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 2
프레더릭 모턴 지음, 이은종 옮김 / 주영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11월 말경에 『석양녘의 왈츠』라는 책을 읽었다.
1차 세계대전의 발화선이 되는 사건인 사라예보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사건
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뭔가 부족했던 2%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용전개의 발단도 모른 채 황태자의 이야기부터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앞부분에 해당되는 책을 가진 이를 우연히 알게 되어 서로 돌려보기로 하였다.

 본래 프레더릭 모턴이 쓴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는 본래 한 권이었다. 이를 독립된 두 개의 이야기로 구분한 것이다. 역자에 의해서든 출판사에 의해서든 두 권으로 구분 출판되었지만, 저자가 주로 다루는 내용은 보수와 개혁으로 갈라진 황제와 황태자의 갈등이다. 소설에 따르면 두 번의 갈등에서 한 번은 황태자가 자살하고(1권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 한 번은 암살당한다(2권 『석양녘의 왈츠』).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또 황태자의 아름답고 감성적인 러브스토리를 기대한다면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거대한 오스트리아 제국의 30대의 황태자가 아리따운 황태자비를 두고 10대 소녀 메리 베체라와 권총으로 동반자살을 한다는 내용부터가 아름다운 감성적 러브스토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자살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란이 많다. 타살이 정설이라는 견해도 있다.)

 2권을 먼저 읽은 탓에 두 주인공을 비교할 수 있어 좋았다.
2권
주인공인 페르디난트 황태자는 귀족중심의 보수사회를 개혁하고자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황제와 갈등을 빚는다. 반면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의 주인공 루돌프 황태자는 산업혁명으로 사회의 발전이 가시화되는 시기에 오스트리아도 그렇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버지인 요제프 황제에게 적극적으로 이를 표현하지 못한다. 부딪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권위적인 황제의 재량에만 의존하고 있어 스스로 갈등의 불씨를 키워간 셈이다.

 루돌프 황태자가 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정정한 아버지 요제프 황제를 보면서 점점 자신은 꼭두각시에 불과한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에 숨막혀한다. 그러다 신분상승 욕망이 강한 10대 소녀 메리 베체라를 만난다. 그렇게 두 사람의 밀회가 계속되지만 각자의 목적은 달랐다. 그러나 루돌프가 제안한 자살에 메리 베체라의 동의해 새벽을 틈 타 권총으로 동반자살을 한다.(사실 루돌프는 자신의 스윗트걸인 미치 카스파니에게 먼저 동반자살을 제안하지만 농담인줄 안 미치에 의해 거절당한다.)

 『석양녘의 왈츠』에서도 언급된 내용이지만 '만약'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야기가 있다. 저자가 가정한대로 만약 루돌프의 개혁안을 요제프 황제가 들어줬다면 1차 세계대전은 일어났을까? 하는 이야기다.

 거대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합스부르크 왕국의 수도 1차 세계대전이 발발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중심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였다. 제국의 왕조가 유럽 13개 왕조와 혈통을 나누며 혈연으로 맺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설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에 편중되다보니 민중들의 삶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19세기 말에서 20세기로 접어드는 시기에 유럽 민중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고 (당시 사회의 주된 이슈는 무엇이었고 귀족들은 어떻게 살았는지는 자세히 보여주기 때문에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 볼만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꼭 2권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전쟁이 일어나면서 합스부르크가가 어떻게 유럽 13개 왕조와 혈통을 맺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전화 대화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