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녘의 왈츠 - 제국의 붕괴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 2
프레더릭 모턴 지음, 김지은 옮김 / 주영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에서 들린  두발의 총소리.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이 사건을 중심으로 이책은 1913년에서 1914년을 관통하는 시기의 비엔나를 마치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것처럼 그려낸다. 아니 적어도 바로 어제의 일처럼 묘사가 생생하다.

이 시기를 살았던 여러 등장인물들이 다채롭다. 러시아혁명의 주역이던 트로츠키, 레닌, 스탈린, 그리고 정신분석학으로 유명했던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역사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페르디난트 황태자와 그이 부인 조피, 프란츠 요제프 합스부르크왕조의 오스트리아 황제, 장차 2차 세계대전의 주모자가 될 아돌프 히틀러까지. 뭐 뒷부분에 잠시 단역으로 나오는 사람들까지 다 한다면 훨씬 더 다채롭겠지만.

이야기의 구도를 인물과 인물의 갈등으로 전개하는 방법도 독특하다. 유럽 13개 왕조의 혈통을 이어받은 황태자가 배우자로 택한 하녀 신분의 조피는 황태자비가 되어서도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이를 안타까와 하는 황태자와 프란츠 요제프 황제간의 갈등, 평화주의자인 황태자와 세르비아를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고 전쟁을 주장하는 콘라트 장군의 갈등, 그리고 정신분석학으로 유명했던 프로이트와 융의 갈등.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노동절 비엔나 거리를 행진하는 노동자들을 본 인물의 관점. 병역을 기피한 히틀러가 바라본 시각은 공포다. 시위 군중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공포. 책 속에 사진중 독일이 러시아 선전 포고하는 데 환호하는 군중 틈에 있는 히틀러 사진도 있다.

책에서 1차 세계대전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라예보에서 암살한 사건에 주목하고 그 사건을 중심에 두고 전개하지만 암살이후 세계대전이 진행되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불만적인 사회현상을 극단적 민족주의의 화신인 전쟁을 통해 극복하려고 하는 것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랬다. 전쟁은 항상 누군가의 기획으로 시작되었고, 왕이나 황제는 전쟁 시작을 선포하는 동시에 군인들에 의해 뒷 순위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합스부르크 왕국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유럽의 거대한 강국이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을 통해 합스부르크 제국은 무너져버린다. 발칸반도는 항상 전세계의 이목을 끄는 민족주의가 색체가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1차 대전후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유고슬라비아로 분리되었고, 길었던 보스니아 내전과 가장 최근에는 코소보 사태에 까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곳이다. 그래서 저자에게는 이 곳이 과거가 자꾸 되살아나는 소름끼치는 현재의 그늘이고, 과거를 흉내내는 미래로 보이는 것같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만약, 만약에 암살사건이 없었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황태자가 바랬던 것처럼 합스부르크 제국 전체의 헌법을 뜯어고쳐 오스트리아 합중국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류층에 유리한 선거제도를 바꿔 모든 사람이 투표권을 부여 받고, 각 지역에는 각각 자치권을 인정되는, 그렇게 해서 크고작은 민족적인 분쟁이 자연스레 해결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은 계획된 것이었기 때문에 암살사건과 상관없이 진행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은 역사소설이기는 하나 시리즈물인 듯 하다. 이 책에서도 잠깐 언급한 루돌프 황태자가 자살하기 까지의 과정을 그린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가 바로 그 것. 꼭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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