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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ㅣ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롭 하트의 '웨어하우스'는 2018년 런던 도서전에서 처음 원고가 공개되었다. 현재 전 세계 20개 이상 언어로 번역판권이 판매됐고,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론 하워드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이 책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멀지않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구입하지 못했던 물건들. 물건을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기도 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왠만한 물건들은 직구로 구입할 수 있고 빠르면 지구 반대편에서 보낸 물건을 일주일 정도면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웨어하우스'의 주요 무대는 마더클라우드라는 회사다. 깁슨이 대표인데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삶을 정리하고자 한다. 마더클라우드는 미국 전역에 백 개가 넘는 시설이 있다. 이 회사가 망하면 미국이 망할지도 모른다고 할정도로 엄청한 규모다.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드론으로 1시간 안에 배달하는 체계로 자연환경도 지키고, 가격도 저렴하게 제공해서 점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클라우드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상점까지 나갈 수 없거나, 근처에 상점이 없거나, 상점까지 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나 가족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지만 그로인해 주변의 상권은 죽었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번화가였던 그곳들은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이번에 입사한 팩스턴도 피해자중의 한명이다. 퍼펙트 에그라는 제품을 클라우드에 납품했는데 할인을 계속 요구해서 계약이 파기되었다. 어퍼 뉴욕 교정 센터의 교도관으로 일했었는데 그 이력때문에 보안팀에 배치를 받게 되고, 오블리비언이라는 마약의 배급망을 밝혀내는 전담반에 소속되게 된다. 지니아는 자신이 예전에 수학교사였다고 소개하지만 실제는 기업 스파이다. 경쟁사의 일급 비밀을 빼내는 일을 하는데 이번에 의뢰인이 클라우드에 관련된 일을 맡겨 위장 취업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외부로 나가지 않고, 회사 안에서 모든걸 해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꿈의 직장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보면 모든게 실적에 반영되며, 기계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생각이라는걸 못하도록, 할 수 없도록 몰아세운다. 24시간 이들의 모든 것을 추적하는 손목밴드는 족쇄와도 같다. 마더클라우드를 반대하는 저항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회사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이 된다.
팩스턴은 자신의 꿈을 다시 꿀 수 있을까? 지니아는 미션을 완성할까?
깁슨, 지니아, 팩스턴이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다. 저마다 자신의 생각과 결정에 합리성을 부여한다. 자신이 왜 그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주장하며, 타인의 관점이 무시되기도 한다. 558페이지의 흥미진진한 과정을 담은 이야기의 결론이 조금은 아쉬웠다. 설마 설마했는데 그렇게 결론이 났다. 어떤 결론을 기대했는지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반전은 없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책을 읽는 내내 한 회사의 파워가 나라의 존폐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무서움이 짓눌렀다. 어르신들중에 삼성전자가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러니 그냥 놔두라고. 과연 그럴까? 이런 사회가 옳은가? 이런 나라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할까?라는 생각까지 미쳤다. 이 책의 부제가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이다. 한 회사가 제국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미래에서 살고 있는 누군가가 와서 이러면 안된다고 경고하는 것 같다. 론 하워드 감독이 이 책을 영화로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