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 이경규 에세이
이경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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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코미디언 이경규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양심 냉장고다. 새벽 시간 아무도 없는 도로에 횡단보도 신호에 초록불이 들어왔다. 다른 차들은 정지선은 둘째치고 신호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한 대의 차가 멈췄다. 그것도 정지선을 지키면서. 아무도 없는 새벽 시간에 말이다. 차에서 내린 장애인 부부는 원래 정지선을 지켰다고 대답했다. 원래 지켜야 하는 걸 있는지조차 몰랐던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 때, 그 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 이경규씨가 나오는 프로를 즐겨봤다. 버럭하는 이미지로 나오지만 후배들을 향한 미담과 방송계에서의 성실함은 으뜸이라는 걸 알기에 신뢰하며 시청했다. 꼬꼬면도 엄청 먹었다. 그것이 외할머니가 해주신 닭곰탕을 생각하며 만든 것이라고 하니 그 의미있게 다가왔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왜 힘들게 번 돈을 영화에 투자할까였다. 잘될거라는 확신도 없는데 도대체 왜.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을 읽으니 그의 진정성을 알 수 있었다.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영화가 그의 삶에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이제 영화가 개봉하면 꼭 영화관에서 봐야지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얼마 전 시상식에서의 소감도 인상 깊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하지만 왜 떠나냐며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때까지 코미디언 일을 하겠다는 수상 소감은 정말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을 만큼 멋있었다. 그의 삶의 신조가 그대로 나타는 말이었다. 요즘은 조금 유명해지고 수입이 늘어나면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자신이 했던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적으로 부요해지지 활동을 하지 않아 얼굴이 점점 잊혀져 가는 연예인들이 많다. 저자는 그런 곳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자신이 기뻐하는 일에 재산을 모두 사용해서 그 기뻐하는 일이 삶의 원동력이 되게 하고, 그 선택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걸 오롯이 느끼고, 누리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나 멋진가!

이 책을 통해 TV에서만 봤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그가 지금까지 코미디언으로 기억되고, 볼 수 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느 정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걸음 걸음을 열렬히 응원하고 싶다. 이 책을 쓴 저자와 독자들이 앞으로의 시간이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을 기쁨으로 누리는 날들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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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가 바라본 세상 - 인간과 세상의 심연을 파헤친 프로이트의 아포리즘 세계적인 명사들이 바라본 세상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석필 옮김 / 창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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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오스트리아의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다. 정신분석학은 환자와 분석가 간의 대화를 통해 정신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지는 병리 현상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도출된 독창적인 '마음과 인간 행위' 이론을 적용하여 치료하는 학문이다.(P.16)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학자가 프로이트였다. 나의 일반적인 생각과 주장하는 이론의 갭이 컸다. 특히 종교에 관한 부분에서는 인정하는 부분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프로이트가 바라본 세상'을 선택한 이유는 다시 한번 제대로 그의 생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 그의 이론이 미치는 영향이 궁금해서다.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로 여기는 부분이나 종교적인 믿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점 등 페미니즘이 부각되면서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20세기 심리학자 중 세 번째로 많이 인용될 만큼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유는 기존의 이론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인문학, 신경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정신분석이 과학적 방법론과 인문학적 통찰력을 아우르는 학문으로 여전히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이트가 바라본 세상'은 프로이트의 일생을 간단하게 다루고, 그의 학문적 개념을 소개하고, 책의 대부분을 아포리즘으로 채우고 있다.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 그의 이론이 잘 드러나고 있는 부분에는 밑줄로 표시해 두고 있다. 학문적 이론을 모든 사람들이 취하는 것은 아니다. 그 학자를 존경하고 그의 뜻을 인정하지만 100%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프로이트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틀렸다 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맞다고도 할 수 없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은 그가 남긴 인간 전반에 관한 연구와 탐구는 실로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접하고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프로이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상담을 공부하고 있는 분들이나 상담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수업을 통해 들었던 내용보다 더 자세하고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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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티브는 쉬운 영어로 말한다
션 파블로 지음 / 길벗이지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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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필수 영어 단어를 외우다 보면 과연 이 단어를 평생에 몇번이나 말할까 싶은 단어들을 만날 때가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문장이나 예문 외에 이 단어를 현지인들도 많이 쓸까 궁금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네이티브는 쉬운 영어로 말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에 온 저자가 13년 째 한국에 정착해 살아가면서 네이티브는 잘 사용하지 않는 영어표현을 열심히 공부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쓴 책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대사로 영어 공부를 하는 분들도 많은데 실제 그런 표현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니 충격받았다. 본인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어려웠던 점을 생각하면서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들을 집중해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더 실용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언어를 배우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소통하는지를 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나라에서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알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현지에서 살아봤던 저자가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소통법을 이해하고 영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총 100일에 걸쳐 한 권을 마스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 사용하는 찐 일상 회화 표현 500개가 담겨 있다. 하루에 5개씩 학습할 수 있다. 영어로 문장 훈련을 먼저 하는데 이 때 한국인들이 콩글리쉬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 부분을 고쳐주면서 실제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알려준다. 그 다음 영어 문장을 번역해주고, 그 문장으로 나눌 수 있는 대화를 연습하게 한다. 이 때 모르는 단어도 첨부하고 있어 학습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렇게 10일이 끝나면 망각 장치로 학습했던 문장들을 복습할 수 있다.

문장에 있는 단어는 알지만 직역하면 어색한 문장들이 많다. 이런 문장들을 직장에서, 여행 갔을 때, 친구와의 대화에서, 가족 간의 대화에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책이 끝날 때쯤 미국 어디서든 어떤 대화도 편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저자의 확신은 영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뿐 아니라 자신감도 갖게 한다. 영어공부 해야하는데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 짧은 시간에 영어를 잘하고 싶은 분들, 올 여름 영어권의 나라로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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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거짓말이 끝나는 날에
이누준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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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 당신은 4년 후에 죽는다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그 말이 믿어질까 아니면 그 말에 운명을 맡기고 4년 후에 죽음을 기다리게 될까.

이누준작가의 '오랜 거짓말이 끝나는 날에'는 사람들이 많은 곳을 싫어하고, 엄마라고 불리기보다 이름으로 불리기 원하는 엄마와 자상한 아빠가 있는 지극히 평범한 히마리라는 사람앞에 아미세 아츠키라는 의문의 남자가 나타나 히마리에게 당신은 4년 뒤에 죽는다는 말을 한 이후의 0년, 1년, 2년, 3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히마리는 그 말이 신경쓰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영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던 히마리는 큰아버지의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고, 아무런 경력이 없었지만 퇴근 후 공부하면서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면 비슷한 장소에서 의문의 남자를 만나게 되고, 닥칠 어려움을 예고하는 말을 들으며 자신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며 살아간다.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모두 거짓이었다면, 자신만 모르고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가. 거짓을 알고 나니 뭔가 맞지 않았던 일들이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맞아가는 것이 보인다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기분일까. 이 책에서의 설정은 나에게는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개가 갸웃거렸다. 이 남자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고, 4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너무 궁금해 첫 페이지를 넘긴 이후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쉬지 않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내가 그 상황을 마주해보지 못해서 깊이있게 공감을 못하는걸까. 사람마다 어떤 진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수 있겠지만 나에겐 좀 결론이 생뚱맞게 다가왔다. 아니면 끝을 향해 가면서 열린 결말처럼 보여서 일수도 있겠다. 그래도 얼마만에 몇 시간을 한 자리에서 책만 봤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어 읽었다. 지금의 겨울과 참 잘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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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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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동네 소식을 듣고 싶으면 미용실로 가라는 말이 있다. 동네 미용실에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 꼭 머리를 하지 않아도 그냥 쉼터, 방앗간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는 야스히코가 운영하는 이발소가 그런 곳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의 주 무대가 되는 무코다 이발소는 1950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옛날 모습을 간직한 이발소다. 196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 살기 좋았던 도마자와는 그 이후 에너지 흐름이 바뀌면서 점점 쇠퇴하는 지역이 되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만 남고 젊은이들은 도시로 가면서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르지 않다. 이런 곳에 가즈마사가 이발소의 대를 잇겠다며 고향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살려보겠다며 청년단들과 회의를 하고, 방안을 모색한다. 3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면서 그냥 지켜만 보지 않았던 지금의 아버지 세대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려보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다른 자식이 와서 그 일을 한다면 좋겠지만 내 자식이 확실하지 않은 일에 자신의 젊음을 낭비하는 건 싫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아닐까. 대도시로 인구밀집 현상이 일어나면서 시골에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시골이나 소도시의 젊은 사람의 비율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그나마 여러 기술을 겸비한 젊은이들이 귀농을 하고 있지만 극소수에 불가하다. 노령화로 인한 노후 문제, 다문화 가정, 지역 경제 등 사회적으로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이발소라는 장소를 통해 조금은 가볍게 접근한다. 안된다 답이 없다가 아니라 방법을 모색하며 남아 있는 이들이 힘을 모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가볍게 읽어 보려고 했었는데 사회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앞으로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문제여서 더 와닿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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