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리 숲으로 간 아이들 - 제27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우수상 수상작 눈높이 고학년 문고
양정화 지음, 오승민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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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투리 숲으로 간 아이들

 

표지 인상이 강렬합니다.

표지 한 장에 이 책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의 온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잘 해석된 그림이랍니다.

특히 저는 저 푸른 눈빛에 매료되어 우투리 설화도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우투리 설화는 처음 들어보는 구전이었거든요.

고학년 문고 집으로 탄생한 <우투리 숲으로 간 아이들>은 비, 물고기, 푸른 바다와 물이 풍성했던 과거의 지구 모습을 동경하는 사막 도시의 사람들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양정화 작가님은 우리나라의 신화와 설화를 중심으로 문학의 맥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거 같습니다.

우투리 설화를 녹여낸 이야기는 이 책에서 인간과 공간을 입체적으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사람을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대상이 바로 우투리 숲인데 이 무서움은 실체가 없이 전설로만 사람들에게 이어져 오고 있지요. 그 실체 없는 대상이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을 앗아갔고, 그들의 생각도 행동도 멈추게 만듭니다. 인공적으로 반복해서 만들어진 이 무서움은 인간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급기야 소극적이고 순종적이고 생각 없는 착한 인간들로 길들여지게 변화시켰습니다.

인간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버린 이 성을 사막으로부터 지켜주는 왕이 존재하고 의원들이 존재하고 성을 굳건히 지키는 군사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소작농이 되어 하루하루 지켜주는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그냥 살아갑니다.

왕은 성을 더욱 튼튼하고 견고히 하고자 영재 선발 시스템을 만들어 마을 아이들의 성장을 관리하다가 특별한 아이들을 선별해 궁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러나 큰 축복 속에 영재로 뽑혀 들어가는 아이들은 마을의 자랑이요, 경사인 듯싶지만 그 후 궁에서의 삶은 세상과 차단되어 가족조차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목이랍니다. 나무 목......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목이는 자라는 아이입니다.

나무로 자라는 아이.

영재로 뽑혀 가는 아이들의 미스터리한 힘은 바로 나무로 자란다는 데 있습니다.

​사막 가운데 성이 생명을 유지하고 기름지고 풍성함을 유지할 수 있던 것도 모두 '자라는 아이들'의 나무 생명력 때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자연의 생명력. 숲을 이루어 생명의 근원을 이어가고자 힘쓰는 우투리 숲의 진정성을 우리도 깨달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우투리 숲은 사람을 집어삼킨다는 소문과는 달리 자라는 아이들을 부르며 숙명인 그들의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려는데 안간힘을 씁니다.

중간중간 읽어가며 꼭 영화 아바타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특히 우투리 숲의 신비스러운 모습이 보일 때 말이지요. 나의 상상력은 한계가 있나 봐요~^^;

목이는 우투리 숲을 위해 자라는 아이들을 지켜내야 합니다. 아이들을 안내해 성이 아닌 숙명과도 같은 우투리 숲에서 살아가게 해 주어야 합니다.

숲의 생명 유지와 아이들의 안전이 간절한 목이와 마을 사람들 그리고 목이의 가족 앞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왕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의원들 그리고 군사들...

목이가 그들의 그릇된 탐욕과 과욕에 맞서 이여내야 하는데 어떤 기질을 발휘할까요. 우투리로 가야만 하는 자라는 아이들의 염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위기를 맞고 있는 삶의 터전인 지구의 땅 위에서 우리도 모두 목이와 같은 마음처럼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시간이 얼마 없는 이 위기감이 우투리로부터 일어난 바람을 맞아 지금의 내 몸 안으로 들어와 있길 바랍니다.


 

저자 : 양정화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신화를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문학을 꿈꾸는 어른과 아이들에게 창작을 가르칩니다. 엮은 책으로 《원문대조 한국신화》, 《우리신화 한국신화》, 《해학과 풍자의 세계 양주별산대놀이》 등이 있습니다.

그림 : 오승민

2004년에 《꼭꼭 숨어라》로 한국 안데르센 그림자상과 국제 노마콩쿠르 가작을 수상했고, 2009년에 《아깨비의 노래》로 볼로냐 국제 도서전 한국관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린 책으로 《우주 호텔》, 《축구왕 이채연》, 《멋져 부러, 세발자전거!》, 《장수 만세!》, 《열두 살 삼촌》, 《찬다 삼촌》, 《후쿠시마의 눈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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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여도 괜찮아 돌개바람 47
신전향 지음, 고담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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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아이들

#돌개바람47

#저학년문고

#창작동화

마녀여도 괜찮아 

 

오랜만에 유쾌하고 통쾌한 기분 좋을 상상의 세계를 보여 준 동화 한편을 만났습니다.

루는 마계 집안에 마남이 아닌 마녀로 태어나 10번째 생일을 맞이하였으니 당연히 정식으로 마녀가 될 시험을 치르게 되었는데요.

문제는 루가 마녀되길 거부한다는데 있어요!!

루는 말이에요~~, 엄청난 말썽꾸러기에 장난꾸러기, 거기에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왈가닥 말괄량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한다라는 지조있는 왕똥고집이 있지요. 재미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거든요.

 

이 아이가 루랍니다.

어쩜 이렇게 이름과 생김새와 행동이 딱 일치하는 그림이 나올까요?

루는 마녀가 되길 진짜진짜 거부합니다.

지루하고 따분하고 뭔가 순조롭게 일이 잘 풀려 나가는 것들을 싫어합니다. 아니 재미없어한다는게 더 어울리는 표현일테지요. 마계수칙대로 인간을 돕는 일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최대한 착하게 그리고 평화롭게 어울린다는 것이 말이 되냐구요!!!

물론 루의 생각입니다.~

마녀가 되기 위한 자격증 시험은 5일간 치뤄지는데 시험의 내용은 개개별 맞춤으로 진행되니 차후라도 내용에 대한 것은 발설 금지이고요,

마녀가 된 후엔 인간 세상에 내려가 화목하게 지낼 인간들과 미리 예행 연습이라도 하듯이 어찌어찌 인간을 돕고 감사의 선물 세 가지를 받아와야만 한답니다.

통행증과 마법 도구 세가지를 챙겨 갈 수 있어 좋은 것을 고르려면 선착순으로 빨리 센터에 들러야 해요.

하지만, 루는 절대 관심이 없지요.

루는 착한 마녀이길 거부하고 자기만의 마녀 색깔을 지니길 원하는데,

과연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장난치고 마녀같지 않은 삐뚤하게 확고한 신념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정말 인간들과 인간계에서 잘 지낸다는 일은 재미가 없을까요?

그럼 재미의 진정한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무엇이 그 너머에 있길래 모두 마녀시험에 통과하려 하는 걸까요?

루는 결심합니다.

그래, 그럼 마녀가 되지 않으면 되잖아.

간단하네.

p.22 숙명

반전!!

마녀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안되기 위하여 인간계로 내려갑니다.

좋은 마법 도구는 다 소진되고 오로지 쓸모 없을법한 시시한 변신카드 네 장을 들고서 말입니다. 그런데,

루의 뜻대로 일이 풀려가지는 않겠지요?

살면서 격게 되는 수많은 경험들 중에서 어떤 기억이 가장 소중할까 하고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면, 쉽게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나의 나다운 모습을 이루고 지내 온 것은 루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인 마녀가 되기 위해 받아야 할 감사 세 가지를 경험하는 것처럼 매일 매순간이 나에게도 이런 시험이 있기에 살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녀여도 괜찮아>

책 속에 담긴 친구들의 소중한 생각들에 공감해 보아요.

다 내 안에 있는 모습들이라 정말 ㅇㅇ여도 괜찮아를 외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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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 2020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미래주니어노블 5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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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뉴베리아너상

#밝은미래

#크리스천맥케이하이디커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가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밤을 지새우게 만들어버립니다.

장맛비가 밤새 쏟아지는 나날들...... 굵고 거침없는 모양일 것 같은 빗소리가 흙냄새와 가로등 불빛을 삼키며 강렬하게 내 심장 박동을 때립니다.

그때 읽게 된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는 .... 우리 집 거실도 노란 악취로 물들입니다. 정말 온 천지사방에서 숨 쉬는 들숨마다 노란 악취로 묻어나는 것 같아요. 이 무서운 이야기를 나만 혼자 알고 덮어 두기엔 억울할 것 같아요!!

작가의 여우를 바라보는 관찰력이 정말 섬세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야생 동물들의 습성과 야생 환경에 대한 묘사가 나의 상상력에 엄청난 자극과 도움을 주었습니다.

<푸른 사자 와니니>라던가 <라이언 킹>, <회색 늑대>도 연상되어 떠오르게 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험과 두려움과 외로움을 딛고 강하게 성장하는 어린 여우들의 생존기는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답니다.

8편의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은 일곱 마리의 여우에게 충고합니다.

"모든 무서운 이야기는 두 가지 면을 갖고 있다

달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처럼 말이지

너희가 끝까지 들을 만큼 용감하고 슬기롭다면

그 이야기는 세상의 좋은 모습을 밝혀줄 거야

너희를 바른길로 인도해 주고 너희가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겠지"

"하지만 너희가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무서워서 끝까지 듣지 않고 꽁무니를 뺀다면,

이야기의 어둠이 모든 희망을 집어삼킬 수 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너희는 두 번 다시 굴 밖으로 나오지

못할 거야. 엄마 결을 떠나지 못하고 영원히 젖내를 풍기며 삶을

허비하게 되겠지"

 

 

 

우리는 성장하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무수한 수렁을 건너고 결과를 알 수 없는 미지의 행복에 온 열정을 걸기도 합니다. 수많은 계략을 지닌 타인에게 상처받고 나 또한 상처를 주며 이기적 공생을 주고받는 모습을 애써 위로하며 격려하며 앞으로 전진하길 기대합니다.

때론 배신과 죽음 또한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필연처럼 안고 살아야 하는 인간들의 전쟁 같은 삶 속에서 무서운 이야기의 두 어린 여우 마리와 율리의 진한 우정과 모험을 함께 해 봅니다.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냉정한 야생의 현장에서 한순간도 방심하며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무섭고 고된 일상.

이야기꾼이 충고했듯이 끝까지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며 용기를 북돋우고 두렵고 떨림에 굴하지 말아요, 우리!!

그럼 어느 순간, 내 코끝을 어지럽히던 노란 악취도 자취를 감추고 괴멸해버리겠지요. 나를 파괴하지 않도록 소중하게 가꿀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며 소통하기로 해요. 무서워 용기와 희망을 잃어가는 친구들에게 멋진 반전을 선물할 수 있는 자신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속지 한 장 한 장에도 세심하게 이야기를 숨겨 놓은 감각적 디자인이 매력적입니다.

중간중간 삽화도 너무 생생합니다.

무엇보다 모험과 공포가 한데 어우러진 문학적 장치가 2020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한 일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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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까 봐
김지현 지음 / 달그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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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림 #노란돼지 #판화 #그림책 #김지현

#달그림은따뜻한달빛처럼

#은은한달그림자처럼

#마음을깨우는감성그림책을펴냅니다

비가 올까 봐

표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나도 어릴 때... 어느 순간... 꼭 어릴 적이 아니어도...

우산을 끝까지 펴지도 않은 채 저렇게 쓰고 다니던 경험이 있었지......

판화로 표현된 굵은 선은 두터운 벽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외부와 굳게 단절된 내 안의 모습들......

그런데

비가 올까 봐......

주인공은 무엇을 겁내하는 걸까요?

그 단단한 외벽을 가지고 말입니다.

제목이 주는 주인공의 감정은

비가 하나도 달갑지 않은 조건이 붙어버린

어둡고 차가운 낯선 손님인가 봅니다.

 

주인공은......

비가 오지 않아도....

우산을 쓰고 다닙니다.

비란 녀석은 언제 와도 올 것이니까요.

언제가 될는지 모를 뿐이지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주인공의 두터운 비옷도, 우산도

비를 온전히 막아내지는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이미 주인공의 마음은

비가 와도 괜찮을 거란 마음의 확신이 없고 의심의 침습으로

온통 두꺼운 외벽의 차가운 독방에 갇힌

마음 감옥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정말 비가 오면 어쩌지?"

주인공은 강박에 사로잡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에게 물어오는 것일까요...

그 순간,

우연히 유기 강아지를 만납니다.

온통 유기 강아지에게 마음을 빼앗긴 주인공의 우산 속에

희망이 핍니다.

"정말 비가 오면 어쩌지?"

주인공은 불안한 마음 감옥을 풀고

비에 쫄딱 젖은 강아지를 맞이합니다.

그래, 비가 오면 어때......

맞으면 될 것을......

괜찮아. 그리고 서로의 희망 우산을 씌워 주면 될 것을......

그렇게 서로에게 사랑이 핍니다.

확신이 섭니다.

불안하고 외로웠던 주인공의 마음은 나누고 돌보는 배려의 장으로

한걸음 옮겨 갑니다.

아직 다 옮겨 내디딘 것은 아닐 테지만,

 

우산도 없이, 정말 우산도 없이.

"정말 비가 오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며 불안해할 유기 강아지의 마음은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비가 올까 봐..... 세상 걱정을 다 짊어지고 무방비 상태로 거리를 방황했을 강아지의 마음을 말입니다.

서로를 확신하고 믿어주는 응원보다 더 큰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행동도 없을 겁니다. 주인공과 강아지는 어떻게 됐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떤가요......

살아가는 동안 나의 마음에 침습하는 불안한 감정과 어두운 마음이 매일매일 나의 모습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결국 좋은 소통과 좋은 만남이 될 테지요.

정성이 가득 담긴 판화 그림책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장 한 장의 인생이 단막극처럼 펼쳐지는 병풍 이야기와 같습니다.

김지현 작가님이 그리고 쓴 달 그림, 노란 돼지의 <비가 올까 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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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3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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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읽게될줄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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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여름을지나가다

 

 

여름을 지나가다

 

 

 

조해진 작가님의 소설은 처음이다.

여름을 지나가는 지금 모든 이의 여름이라는 해시태그 위에 자신의 삶을 기록하거나 타인의 삶에 공감하거나 그것을 가져오려면 꾹 눌러 어떤 것이든 표시하고 상태를 남긴다.

 

<여름을 지나가다>는 워낙 많은 이들에게 읽혀오는 소실인지라 내용을 해부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느낀 점은 ......

 

우선 그에 앞서,

책을 펼치자마자 맨 뒤쪽으로 옮겨 가

조해진 작가님의 초판 작가의 말을 읽어보았다.

 

이제 떠나보낸다, 나의

그리고 그들의

여름, 그 어둡게 반짝이는 조각들을,

푸른 시간의 테두리를.

p.229

 

 

나는......

테두리......

푸른 시간의 테두리 위에 잠시 나의 시간을 내려놓았다.

반짝이는데 어둡다라니......

조각들인데 테두리라니......

그리고 떠나보내는데 푸른빛의 시간이라......

 

작가의 중심을 생각해 보고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개정판 작가의 말로 넘어왔다.

 

초판 '작가의 말'에서 저는 타인의 고통에 쓴다는 것이 공감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을까 봐 걱정된다고 적기도 했는데, 걱정하는 그 마음은 여전하지만 2020년의 저는 그런 걱정을 뛰어넘는 곳에 문학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은 기댈 곳이 없는 청춘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가장 에너지가 넘치지만 열매는 아직 얻을 수 없는 저마다의 여름을 지나가는 청춘들에게 이 소설을 안부 인사처럼 전하고 싶었던 작은 바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밀도로 진심입니다.

p.225

 

 

작가의 말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사랑과 진심은 오늘의 해시태그 위를 집착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없이 따뜻하고 힘이 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작가는 청춘의 헛헛한 삶의 성장과 침체를 반복하는 과정을 '테두리'로 경계 짓는 문장들을 만들어낸다.

내가 주목했던 작가의 문장들은 그러한 '테두리'였고,

깊은 공감을 품으며 못다 한 나의 여름 이야기를 반성했다.

삶과 죽음이 매일 매 순간 순서와 순리를 달리하는 난잡한 사색 속에서 결국은 여름을 내줘야 하는 나의 정면승부는 어떤 빛깔의 나이테를 두른 테두리었던가.

그리고 지금 2020년의 8월은......

또 어떠한가...... 생각해 보게 된다.

 

테두리

병원 응급실에서부터 35년 넘게 세계의 시계에 순응해 온 거울 속 민의 얼굴이 고요한 물속에 잠긴 듯 테두리 없이 너울거리고 있었다. p.8

 

- 흐릿한 거울 속에서 흐릿한 자신이 흐릿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 흐릿한 생애가 상상됐다. 가령 일정 기간 살다가 미련 없이 죽고 그 죽음에서 빠져나온 뒤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그러니까 일생이란 개념으로는 규정될 수 없는 태어남과 죽음의 끊임없는 반복. 그런 식의 삶은 기차 같은 거라고 민은 생각했다. p.9

 

테두리

분향소 앞에서도 그들의 사진 촬영은 이어졌다. 여기에도 누가 사나 봐. 도심 한복판에서 캠핑 같은 걸 하려면 대체 돈을 얼마나 내야 하는 걸까? 어쩌면 그들은 신기해하며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도 몰랐다. 테이블에서 서명을 받던 두 명의 젊은 남자들은 팔짱을 낀 채 무력하게 관광객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인파에 가려진 분향소는 반투명한 테두리의 공간처럼 사라지고 나타나길 반복했다. p.29

 

- 가난은 갑자기 쌀이 떨어지거나 전기가 나가는 식의 상투적인 장면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작고 구체적으로, 저마다 다른 형태로, 그러나 비참함을 느끼게 할 만큼은 충분히 강렬하게 일상과 일상의 틈새로 날카롭게 스며드는 것이다. p.39

 

테두리

방문을 연 순간 방 한가운데 정자세로 누워 있던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을 때, 놀란 쪽은 할머니가 아니라 민이었다. 중개 사무소에 등록된 집이라 미리 집 상태를 확인하러 왔다는 민의 터무니없는 해명에도 그녀는 외려 반가운 기색을 보이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손님이 왔는데 내놓을 게 없어서 미안하다며 웃어 보일 때는 입가 주름이 유독 깊이 패었다. 삶의 테두리가 고요하게 허물지고 있는 노년의 여성을 보면 늘 그랬듯, 민은 반사적으로 종우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p.68

 

테두리

물기가 빠진 7월의 거리는 내리비치는 직선의 햇살 속에서 선명하게 빛났다. 흐릿함 따위는 거부하겠다는 듯, 풍경은 견고한 테두리 안에서 그저 정연하기만 했다. 겨울쯤에 커피숍을 하나 차리려 한다고, 아이스크림 기계도 커피숍에 들이기 위해 미리 사 놓았는데 그냥 두기 아까워 6월부터 휴무일마다 이곳에서 장사를 해 왔다고, 여름이 끝날 때까지만 도와 달라고, 깔고 앉은 전단지의 끝을 접었다 펴며 그녀는 차근차근 말을 이어 갔다. p.78

 

테두리

어디 상한 데도 없고 인테리어도 깨끗하고, 너무 맘에 들어요. 내년에 전세 계약 끝나면 바로 우리 부부가 들어가 살려고요.

묻지도 않은 것을 일러 주며 노부인은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정성스럽게 화장한 얼굴이 화사했고 말투는 상냥했다. 종우의 어머니나 은희 할머니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지만 삶의 테두리가 무너지는 사람 같은 인상은 없었다. 특별한 사고만 없다면 노부인은 분명 가족과 친척, 이웃과 친구들에 둘러싸인 채 인간적인 임종을 맞게 될 터였다. p.151

 

테두리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은 노인이 되는 동안 결핍은 보완되고 상처는 치유되는 것, 혹은 삶이란 둥근 테두리 안에서 부드럽게 합쳐지고 공평하게 섞이는 것이므로 아픈 것도 없고 억울할 것도 없는 것, 그런 환상이 가능할까. 누군가 죽은 자리에서 누군가는 태어나는 방식으로 무심히 순환하며 평형을 유지하는 이 세상에서 꿈에서 본 죽은 노인을 기억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그러나 민에게 그렇게 일러 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p.188~189

 

테두리

 

<여름을 지나가다>를 읽으며 계속 맴도는 생각은 이것이다.

흐릿한 듯 선명해지고 반투명한 듯 다시 일그러지다 어느 순간 반듯하게 둥글거나 반듯하게 모나거나... 그러다 다시 모호하게 경계를 잃어가며 섞이다 나의 존재를 증명하듯 선명하게 선을 밟고 넘는 변증적인 삶의 애착과 순환.

 

낯설면서도 익숙한 듯 불편했던 나의 부끄러움과 치부를 굳이 애써 기억해 내며 주인공들에게 투영된 내 삶을 어루만지듯 읽어내려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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