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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 - 자본주의를 가로지르는 인문학 로드맵
강신주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3월
평점 :
- 자본주의를 가로지르는 인문학 로드맵
부제를 보고 나면 왜 필자가 절판한 이 책을 다시 출간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태어나 노동자의 삶에 뼈를 묻다시피 살아낸 부모님을 여의고 독기뿜던 치열한 난타전을
치루고 보니 내 아이들에겐 이런 세상의 대물림을 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해 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개인적 입장에선 자본주의를 빠져나갈 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필자의 한결같은 깨우침처럼 자본주의 시대 우리는 끊임없이 자각하고 사유하며 가는 길 위 이정표 정도는 읽을 줄 알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각 구성의 장마다 우리는 필자가 추천하는 짐멜, 벤야민, 부르디외, 보드리야르, 그리고 페라리스 다섯명의 지성인을 만난다. 그리고 이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로드맵을 따라 나란 존재를 검증해 나가면 된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중산층의 내가 나를 테스트하는 일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알면 알수록 생산자와 소비자의 정체성 구별짓기에 엄청난 시간을 마구마구 낭비하고 있던 자신을 발견했다.
문제의 핵심은 구별짓기에 있지 않았다.
1부에서 짐멜과 더불어 살펴보는 자본주의 구조는 화폐경제가 활성화될 수 밖에 없도록 고안된 도시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다. 타인으로부터 나를 구별하고 나의 욕망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나에게 필요한 삶의 무기는 돈. 바로 나의 물욕을 채워줄 수 있는 돈.
자본주의 아래 나는 노동하고 소비한다. 노력한 댓가로 기본 레벨이 업글되면 돈은 나의 가치가 되고 더 나은 모던한 소비로 변모하기 위한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나를 위한 보상 심리는 발동된다. 불이 꺼지지 않는다. 소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여러 문화적 이벤트와 다이나믹한 엔터테인먼트들이 공허한 일상에 나의 욕구를 채워주다 보니 유혹과 중독에 빠지기 쉽상이다.
벤야민이 2부에서 다루는 욕망이란 키워드가 나와 결부되는 순간이다. 소비 트렌드의 유행은 내 취향과 연결된다.
아직은 가질 수 없는 버킷 리스트로 간직되는 목록들도 상당하다.
파리의 대유행 시작덤이던 프랑스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매번 리뉴얼되는 새로운 상품인 것이다. 이건 끊을 수 없는 나의 욕망덩어리들이다.
이제는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생산, 노동과 소비라는 삼각경기를 정신적 방전인 상태로 계속 달리다 보니 아비투스라는 개념이 3부 부르디외의 사유에서 튀어나온다.
우리가 정말 자각해햐 할 개념으로 물욕에 둔감해 지면 오히려 자기 검열에 굉장히 민감해 지므로 자신의 발현을 누르는 억압의 기능이 아비투스처럼 된다는 것이다. 돈으로 부터 진정한 해방을 누리고 미래 지향적인 아비투스를 최적화할 것으로 우리는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그런데 4부에서 보드리야르를 통해 나는 새로운 사회에 눈을 뜨게 된다. 산업자본주의의 동력이 그것이다.
노동자과 소비자가 같은 영역인으로 생산 후 소비되는 형태의 제로썸이 유지된다면 문제없겠지만 반드시 잉여 생산이 산업 자본 흐름에 제동을 걸게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므로 상품은 교환가치의 소비를 뛰어넘어 교환불가능한 의미 부여의 가치 소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은밀히 우리의 사치와 허영이 드러나지 않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급의식은 아주 우월하고 세련되게 나타나야 한다.
"이제 인간은 노동에서 소비로, 그리고 소비에서 노동으로 이어지는 다람쥐 쳇바퀴에 제대로 갇힌 겁니다. 자본이 원하는 것을 생산하고 자본이 만드는 상품만 욕망하면서, 인간의 삶은 그야말로 자본에 바쳐진 불행한 제물이 되고 만 겁니다." p.363
그래서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렇게 정리해준다.
우리는 전자본주의 시대의 화폐경제와 상품구매로 정의되는 이분법적 논리 시장 안에서 살고 있지만, 이런 전자본주의를 초월한 다큐미디어자본 시대를 걸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웹자본주의의 거대 시장 논리를 간과할 수 없다.
기록을 통해 무상으로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우리는 동원된다고 본다.
이 논리가 5부 페라리스에서 펼쳐진다.
명확한 현시점을 보여주는 페라리스의 정리는 불안과 두려움을 언제나 내 탓으로 끌어앉고 사는 자신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우리는 동원된다, 그리고 자본에 종속된다."
상업자본, 산업자본, 금융자본.. 지금은 다큐미디어자본으로 공론을 옮겨 온다.
우리가 개미떼처럼 웹상에 제공하는 정보의 꿀들로 그들은 거대 다큐미디어자본의 몸집을 키운다.
그래서 개개인의 활동가치를 아무 계약조건도 없이 제공하는 노동을 댓가없는 봉사활동으로 여겨도 될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우리가 기록으로 남긴 활동가치는 다큐미디어자본의 목적대로 이용된다.
그것은 '소비를 조종하고, 소비를 이해하고, 소비를 포획하는' 것으로 말이다.
나의 금지된 것들을 소망한다고 일상기록을 남기면 이것을 익명의 알고리즘으로 탈바꿈시켜 내게 위로 처방으로 광고를 띄워준다, 그럼 난 조제된 이 처방전으로 물욕을 해소하는 금융치료를 받는 것이다.
사회가 돈을 굴리는 시스템을 알고 나면 나는 예, 아니오를 적절하게 선택하며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느끼고 표현하는 모든 감정을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다움을 향해 가는 그 길이 한 곳에 너무 오래도록 멈춰있어 필요 이상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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