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첫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1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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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 - 신간살롱
『시소 첫번째: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펴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동안 시 네편과 단편 소설 네 작품을 선정해 묶음집을 발간한 <시소 첫번째:2022 시소 선정 작품집>을 읽었다. 작품집에 수록된 8편의 작품 모두가 소중하고 길 여운을 주는 계절 끝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작품의 작가들이 공교롭게도 여성들이어서 남성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 지어질지 궁금해 지기도 했다.
여성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리들의 세상에는 불평등, 위기가정, 젠더, 가난, 폭력, 불안한 고용 노동시장, 바이러스, 교육, 그리고 육아 등의 일상적 문제들이 다양하게 맞물려 현실을 차갑게 얼리고 있었다. 특히 실제로 작가들 중에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최대한 맞춰가려는 맘들이 있기도 해서 더욱 그들의 문장들이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다.

우리가 잘 살고 있다고 그렇다고 믿어 버리고 싶어지는 현실이 소설 속에서 더 현실같아 읽는 내내 내 팔뚝을 스스로 감추고 싶었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우리의 자리를 보란듯이 차지하기 위한 여성 연대의 슬픈 치열함이 보였다. 끝이 없어 무기력 해 보였고, 그럼에도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방법에 길들여지기엔 여전히 낯설고, 호루라기를 불기 전 내 자리를 반드시 꽤차고 앉아야 한다는 밀어내기가 유독가스처럼 번져 와 그냥 질식해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미조의 시대와 답신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미치는줄 알았다.

인간을 육체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간이지만, 정신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대야.
- 미조의 시대, 이서수

인물들이 갖고 있는 지극히 사적인 서사가 시와 일기, 그리고 그림,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계속해서 자신을 위로하고, 안부를 묻고, 거기에 잘 있는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쓰이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 내 것 하나 만들기 쉽지 않은 육체 노동의 시간 속에서 그나마 미혹되지 말고 소신대로 살고자 견디는 정신적 노동의 시대 속에서 나란 존재의 총량을 지켜내려는 얇고 길어 끈질긴 사투는 여전히 꿈을 갖게 했다.

내 마음 안에서 나는 판관이었으니까. 그게 내 직업이었으니까 나는 언니를 내 마음의 피고석에 그리도 자주 앉게 했어. 언니를 내려다보며 언니의 죄를 물어 언니를 내 마음에서 버리고자 했지. 그게 내가 나를 버리는 일이라는 걸 모르는 채로.
- 답신, 최은영

어찌 말해야 할까. 분명 가정 폭력의 이야기인데 사랑의 결핍에 관한 이야기라는 한 줄 정리로 와닿은 따뜻한 감정의 분위기로 기우는 나 자신의 감상 마무리를 느낄 수 있었다. 가정 폭력의 문제로까지 불거지지 않아도 모든 가정에는 유해한 온갖 종류의 다툼이 형태를 가진 상처를 남긴다고 생각한다. 그 상처의 곪기 정도에 따라 인간이 어떤 괴물 아이를 품고 사는지 정해지는 것 같다. 답신은 이혼 가정에서 아빠는 돈 벌기 바쁘고 엄마없이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정신적으로 폭력을 당하는 두 자매가 나온다. 훗날, 애정이 결핍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자신들이 사랑이라는 촉감을 만져보지 못해 잃어버렸던 시간들을 어떻게 했는지 편지의 형태로 전해준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나만의 불안과 두려움, 외로움 반대로 행복, 안도감, 사랑같은 것들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으면 속이 타버릴 것 같을 때, 나는 책을 읽는다. 그런 책 읽기가 없다면 나는 아마 살아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자음과 모음에서 시도한 <시소> 작품집이 너무 좋았다. 나를 살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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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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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사진에세이 4종』
박노해 (글/사진) | 느린걸음 (펴냄)




하루 ONE DAY
*감동하고 감사하고 감내하며.

인생이건 역사건, 결정적 대목은 이 한 마디가 아닐까.
'하나만 더'에 맞서 '하루만 더'.
사람은 '하나만 더'에 타협할 때, 그 하나가 꺾일 때,
하나하나 결국 자신을 다 내어주게 되는 것이니.
그리하여 나의 사명은 단 하루다.
우리 희망도 사랑도 혁명도 단 하루다.
13.






박노해 시인이 <하루>라는 제목으로 시와 사진을 엮어 사진 에세이를 완성했어요. 사진이 너무 인상적입니다. 한참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순간의 찰나를 담은 스틸 속에서 잠시 멈춰진 그들의 호흡이 튀어나오는 것 같아요. 

여명에 물을 긷다 / 아침마다 꽃 / 찻찬에 햇살을 담아 / 카르툼 새벽 시장
오래된 티크 나무 다리 / 인레 호수의 고기잡이 / 씨앗을 심는 사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라는 물리적 공간 속에서 시작하는 노동은 먼 길을 걷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길을 걷는 만큼 사랑이 담긴 물을 길어 오기 위하여. 희망이 담긴 물을 길어 오기 위하여 걷고 또 걷는 무게를 감내합니다. 그리하여 진지한 노동의 영혼이 담긴 아침의 감내함은 경외가 담긴 꽃으로 피어나 어린 딸의 작은 손에도 들리는 하루가 됩니다.

이런 하루도 있습니다.

햇살을 담은 차를 마시며 서로의 웃는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축복이 내리는 하루말입니다. 어둠을 이겨내고 혁명과도 같은 일분일초를 여명 전에 이루면, 태양은 그 위에 고요하게 오르고 식구들은 감사하게 담소를 나누는 아침. 
그 담소 안에는 먹고 사는 일상도 있을테고, 세상 돌아가는 역사도 있을테고, 생명력이 출렁이는 노동거리도 있을테고. 이 모든 일들이 감사하게도 하루 동안 일어납니다.
오래된 티크 나무 다리가 버티고 선 것처럼 우리도 영원같은 하루를 이어달려 버팁니다. 나고 죽고, 나고 죽고, 우리 인간의 삶은 엮이고 잇대어 가장 길고 오래 간답니다. 혼자는 아닙니다.
호흡을 맞추고, 리듬에 맞추고, 노동에 맞추어 어우러져야 완성되는 하루같은 것입니다. 혁명의 날이 그러하듯 우리가 날마다 지새우고 부르짖는 그 모든 일상의 삐걱거림이 역동적인 불협화음으로 대지에 흩뿌려지는 씨앗이 됩니다. 

박노해 시인의 사진에세이를 감상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갑니다. 나의 하루에 '하나만 더'를 여운처럼 남기며 생의 한가운데 그들만의 우아한 춤을 주술처럼 추고 있을 나날에 잘 살고 있습니다~라고 기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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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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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 - 북적북적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지하로부터의 수기:
신경 과학자냐 <지하 생활자>냐

도스토옙스키의 문학 작품을 분석하는 방법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의 사상과 통찰력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반증이 된다. 특히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통해 그가 전하고자 했던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한 문제적 제기는 지금도 논쟁이 되는 가운데 '문학과 과학', 이 두 학문의 사유가 교차되어 인간 존재 본질에 대한 태도를 고민하고 있다. 자연법칙의 순응으로 치부해야 하는지 아니면 인간 개인의 책임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도스토옙스키는 한 세기 전 과학적 입증이 불가능했던 그 때에 소설을 통해서 그의 구체적 논지를 세상에 드러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적극적 답을 찾으려 했다.

과학은 이성과 신앙의 대립에서 이성의 편에 선다. 과학은 모든 질의응답을 결정론과 실증주의에서 해결하려 힘쓴다. '진리는 곧 과학적 사고방식에서' 라는 슬로건이 자연스러운 듯 세기의 흐름은 자연과학으로 기울고 있다.

양립 가능론 - 자유 의지와 결정론의 양립에 모순이 있을 수 없고, 인간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 존재이나 자유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양립 불가능론 - 인간은 자유 의지가 있다는 견해와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으므로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가 없다는 견해이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은 자유 의지와 결정론은 관념의 영역에서 아무도 답할 수 없고, 신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도덕적 책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 - 책임은 한 사람 이상이 있는 사회에만 존재하는 인간의 구성물이고 인간 간의 상호 작용에서만 존재하는 사회적 구칙이다.

자연의 법칙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인간의 법칙도 아닌, 신의 법칙, 즉 사랑과 용서의 법칙뿐이다. - 45쪽

내재적 법칙만 따르는 과학주의로 인간의 삶을 정의 내린다면 그 최종적 단계에 이르면 인간은 실종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명제를 뒤집어 도스토옙스키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에 이르게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자연의 법칙을 향해 '만인은 모든 일에 있어 만인 앞에 죄인이다'라는 명제에 이르게 된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과학주의 법칙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의 죄와 책임에 관한 문제를 도스토옙스키가 이미 화두삼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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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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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 - 북적북적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펴냄)

<고통>
가난은 죄가 아니라는 말은 진실입니다. 그러나 빌어먹어야 할 지경의 가난은, 존경하는 선생 그런 극빈은 죄악입니다. 그저 가난하다면 타고난 고결한 성품을 그래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극빈 상태에 이르면. 어느 누구도 결단코 그럴 수 없지요.
-죄와 벌 1부 제 2장

<모순>
당신은 인간이 몇 가지 나쁜 습관들을 완전히 치유 받고 상식과 과학이 인성을 완전히 재교육시켜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어 놓는다면 그는 확실히 그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굳게 확신하고 있다. 당신은 그때 인간이 자발적인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며, 그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말하자면 정상적인 이익에 반하는 의지를 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 지하로부터의 수기  1부 제 7장

<삶>
그렇다, 인간은 불멸이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존재이며, 나는 이것이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 죽음의 집의 기록  1부 제 1장

고통, 모순, 그러나 삶. 이 세가지 주제를 묶어 생각해 본다. 인간은 자신의 어깨를 누르는 고통 속에서만 성장하는게 아니다. 타인의 고통도 함께 느껴봐야 진정한 성숙을 이룬다고 본다.인간이 겪는 고통이라는 감정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지 않을까. 꼭 부정되어지고 극복되어져야만 한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냥 그렇게 고통의 모습으로 남아 나와 타인을 바라보는 삶의 의지로, 모순된 자세로 경외심을 가지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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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 정착민 식민주의와 저항의 역사, 1917-2017
라시드 할리디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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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 - 사랑해유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라시드 할리디 (지음) |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1949년, 팔레스타인 국가는 황폐해졌고 사회는 대부분 파괴되었다. 전쟁이 끝나면서 신생 이스라엘 국가가 된 지역에서는 아랍 주민의 약 80%가 자기 집에서 쫓겨나고 토지와 재산을 잃었다.
그에 앞서 1942년, 시온주의 회의에서 빌트모어 프로그램을 발표한다. 시온주의 운동은 팔레스타인 전체를 유대 국가로 전환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팔레스타인을 유대 공화국으로 창설해야 한다!!!

뉴욕은 세계에서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이다. 이런 이점으로 시온주의운동은 미국의 정치인과 여론을 결집시키는데 필사적이었고, 팔레스타인인과 신생 아랍 국가들을 능가하는 수준의 홍보에 주의를 기울였으며 한편, 나치가 홀로코스트를 통해 유럽 유대인 대다수를 학살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아랍인이 다수인 땅에 유대 국가를 세운다는 목표를 지지해 버렸다. 이로써 쇠퇴하던 영국발 식민 기획 시온주의는 중동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미국 패권의 구심점이 되었다.

미국 정치체제의 작동과 국제정치에 대한 아랍 통치자들의 대를 이은 무지 때문에 아랍 세계는 미국의 영향력에 저항하거나 미국의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109쪽

1945년 5월 15일
나크바 첫 단계.
종족 청소 - 30만 명으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인의 추방과 공포에 질린 도주로 이어졌다. 아랍인이 다수인 주요 도시의 경제, 정치, 시민, 문화 중심지도 곳곳이 황폐화되었고, 이후 이어진 두 번째 단계에서 새롭게 구성된 이스라엘군이 전쟁에 뛰어든 아랍 각국 군대에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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