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버트런드 러셀 지음,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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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 씨만큼 한국에서 명성이 높은 번역가도 있을까? 번역의 양도 엄청나서 무려 150권 정도를 번역했다고 한다.

 

나에게는 『번역의 공격과 수비』라는 책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깔아뭉개는 듯한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아는 한 이 책은 제일 좋은 영한 번역 입문서다. 내용이 알찰 뿐 아니라 엄밀한 번역에 대한 강조도 마음에 들었다. 내용이 알차다면 거슬리는 말투 정도야 참고 봐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번역의 공격과 수비』와 『영어 길들이기 - 번역편』에서 받은 인상과 대단한 명성 때문에 나는 버트런드 러셀의 『권력』을 원서와 함께 샀다. 제일 큰 이유는 안정효 씨에게 번역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문학 번역보다는 학술 번역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한 동안 이 책은 책장에서 쉬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덕하가 추천하는 양호한 번역서>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덕하가 추천하는 양호한 번역서: 머리말」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제일 처음으로 어떤 책의 번역을 검토할지 약간은 망설였지만 양호한 번역일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이는 안정효 씨의 번역서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권력』의 번역은 아주 실망스러웠다. 영어판으로 21쪽의 번역(15 <권력과 도덕률>)을 검토했는데 내가 여기에서 오역으로 분류한 것이 29개나 나왔다. 오역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엄밀하지 못한 번역도 꽤 많았다. 나는 안정효 씨의 위치를 생각해서 다른 번역서보다 훨씬 더 상세하게 번역을 비판하기로 했다. 그래서 <엄밀하지 못한 번역>이라고 묶은 것들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오자로 보이는 것과 같이 무성의 때문에 생긴 오역도 많았지만 안정효 씨의 원문 이해 능력이 의심스러운 곳도 꽤 있었다. 150권이라는 엄청난 작업량의 배후에 무성의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씁쓸하다. 오역이 무성의 때문이든 무능력 때문이든 내가 알 바도 아니고 내가 알아내기도 힘들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에서 내가 검토한 부분에는 오역(물론 나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오역된 구절)이 많다.

 

문단 나누기를 그대로 보존하려는 노력(하지만 두 군데 실수를 했다), 문장을 함부로 자르지 않으려는 노력, 한 단어도 함부로 빼 먹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몇 군데 실수를 했지만) 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 소위 번역투의 어색한 문장도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오역이 이렇게 많다면 그 모든 장점이 크게 빛나기는 힘들다.

 

이 번역서만 봐서는 왜 안정효 씨의 명성이 그렇게 높은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책만 오역이 많고 다른 책에는 오역이 거의 없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내가 오역으로 분류한 것들이 별로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대단한 명성이 거품에 불과한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중에 안정효 씨의 번역서를 한 두 권 정도 더 검토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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