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 인간의 성과 진화에 숨겨진 비밀, 개정판
매트 리들리 지음, 김윤택 옮김, 최재천 감수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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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여왕(김윤택 번역, 최재천 감수)』 번역 비판 >>에서 번역 비판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글은 그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번역자 소개란에 따르면 김윤택 씨는 신경생물학 박사이며 현재는 ‘과학과 인간’의 대표, 충북대학교 생명과학부 초빙교수라고 한다. 이런 양반이 “오랜 시간을 두고 번역”했다고 한다. 게다가 진화 심리학 분야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최재천 교수가 감수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한국어판 표지에는 “2006년 완전 개정판”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리들리가 원서를 개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물론 번역을 개정했다는 말일 것이다. 독자들은 당연히 훌륭한 번역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내가 지적한 오역만 40개다. 영어판으로 따지자면(3쪽~21쪽) 한 페이지에 오역이 두 개 꼴이다. 여기에서 지적하지 않은 문장들도 성의 없기 짝이 없는 번역이 태반이다. 이런 번역을 “완전 개정판”으로 부를지 아니면 “완전 개판”으로 부를지 여부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도대체 뭘 개정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이 완전 개정판이라면 개정하기 전의 번역은 얼마나 엉터리였단 말인가?

그리고 최재천 씨는 도대체 뭘 감수했다는 것인가? 만약 추천사만 써 주었다면 책 표지에 “최재천 감수”라고 쓰면 안 될 것이다. 책 표지에 “최재천 감수”라고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한 최재천 씨도 이 엉터리 번역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김윤택(29쪽) : 인간에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의 경우, 암컷은 되도록 많은 수컷과 교미를 하고, 수컷은 자기와 교미하지 않은 암컷의 새끼는 다 죽이는 아주 뒤죽박죽인 사회를 이루며 산다.
Ridley(7쪽) : Our closest relatives, the chimpanzees, live in promiscuous societies in which females seek as many sexual partners as possible and a male will kill the infants of strange females with whom he has not mated.
l       “promiscuous”는 “난교적인” 또는 “성적으로 자유분방한”을 뜻한다. 그것을 “뒤죽박죽인”으로 번역했다. 게다가 뒤죽박죽인 이유에 유아 살해도 포함되도록 번역했다. 침팬지 사회에도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다. Jane Goodall이 이 번역문을 보면 뭐라고 할까?
l       “strange”를 빼먹었다. 이 단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다른 무리의 암컷 침팬지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김윤택(36쪽) : (‘능력에 의한 개인에서 필요에 의한 개인으로’와 ‘먼저 온 사람이 최고’라는 비교이다).
Ridley(11쪽) : (“From each according to his ability, to each according to his needs” versus “Devil take the hindmost”)
이덕하 :
l       “From each according to his ability, to each according to his needs”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쓴다”를 뜻한다. “능력에 의한 개인에서 필요에 의한 개인으로”는 도통 해독이 안 되는 문장이다.
l       주 5)의 “From each according to his faculties, to each according to his needs”를  “기능에 의한 개인에서 필요에 의한 개인으로”라고 번역했는데 이 번역문 역시 해독이 안 되는 구문이다.
 

김윤택(39쪽) : 한 연구에 따르면, 두 개인 사이의 유전적 차이의 단지 7퍼센트로 그들은 서로 다른 인종이 된다. 유전적 차이의 85퍼센트는 오직 개인적 변이만을 결정한다고 한다. 나머지는 사소한 것들이다.
Ridley(13쪽) : According to one estimate, only 7 percent of the genetic differences between two individuals can be attributed to the fact that they are of different race; 85 percent of the genetic differences are attributable to mere individual variation, and the rest is tribal or national.
이덕하 : 한 추정에 따르면, 두 개인의 유전적 차이 중 오직 7퍼센트만 두 개인이 서로 다른 인종에 속한다는 사실에 기인하며, 85퍼센트의 유전적 차이가 순전히 개인적 변이 때문이며, 나머지는 부족 또는 민족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l       “두 개인 사이의 유전적 차이의 단지 7퍼센트로 그들은 서로 다른 인종이 된다”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l       “tribal or national”을 “trivial(사소한)”로 착각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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