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이 답이다 -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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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은 국내 1호 진화심리학 박사다. 그의 박사 학위 지도 교수는 저명한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다. 이것만 보고 많은 이들이 전중환이야말로 진화심리학을 한국에 제대로 소개할 사람이라고 믿을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래된 연장통』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문제가 많다. 진화심리학과 관련된 이론적, 실증적 오류가 많다. 그리고 그것을 사회 문제에 어설프게 적용했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을 어설프게 적용하여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나는 약 40편이나 되는 글을 통해 그것을 까발렸다.

 

전중환 002. 간통죄 (『본성이 답이다』 시작)

https://cafe.naver.com/evopsy2014/988

 

...

 

전중환 039. 굳이 내 피붙이와 남남을 일일이 구별하지 않더라도 (『본성이 답이다』 끝)

https://cafe.naver.com/evopsy2014/1038

 

그렇다 해도 이 책을 절대 읽지 말라고 하지는 않겠다. 훌륭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설프게 쓴 책의 오류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비판 능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 책을 정독하면서 최대한 오류를 찾아내고 나중에 나의 비판을 읽기 바란다. 내 비판까지 읽는다면 이 책 때문에 진화심리학을 오해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래에 나의 비판 중 일부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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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시각에서 성희롱은 남성이 권력을 추구하기 때문에 생긴다. 여성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성적으로 표출되어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게 한다. 반면에, 진화적 시각에서 성희롱은 남성이 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생긴다. 여성과 일시적 성관계를 맺으려는 욕망이 여성의 의도를 잘못 해석해서 여성의 허리를 툭 치게 한다.

(『본성이 답이다: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전중환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6, 229~230)

 

내가 너무 오바해서 해석했는지 모르겠지만 윤창중을 위해 은근히 변명을 해 주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전중환의 말대로심각한 사회 문제까지 되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인지 편향 때문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가 도끼병 때문에 악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보일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자가 고소를 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의 경우에는 남자가 눈치가 없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알고도 그러는 때가 많을 것이라고 나는 짐작하고 있다.

전중환 006. 윤창중과 인지 편향

https://cafe.naver.com/evopsy201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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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휴 그랜트로 돌아가자. 왜 그는 일반인과의 뜨거운(?) 만남 대신 매춘부와의 거래를 택했을까? 답은 이렇다. 남성들은 성교에 대한 대가로 매춘부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성교만하는 대가로, 즉 끝나고 사라지라는 뜻으로 매춘부에게 돈을 준다. 이처럼 남성들이 낯선 여성과성교만하고자 기꺼이 돈까지 내놓는 까닭은 남녀의 진화된 성 심리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본성이 답이다: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전중환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6, 218)

 

인류는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진화한 듯하다. 그런 사회에서는 유부남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어떤 여자가 자신에게 섹스를 해 줄 뿐 아니라 자신에게 감정적으로도 매달린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아내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그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 여의치 않더라도 여자가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매달리는 것이 남자의 번식에 그리 나쁜 소식은 아니다. 여자가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매달린다면 앞으로도 계속 섹스를 할 수 있다는 뜻이고 섹스를 많이 할수록 임신시킬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자가 자신과 섹스를 한 후에 사라져 버리기를 원하도록 남자가 진화했을 것 같지 않다.

 

사실 많은 남자들이 원조 교제나 스폰서와 같은 방식의 매춘을 한다. 원조 교제나 스폰서의 경우에는 섹스만 사는 것이 아니라 데이트나 애정도 산다. 그리고 한 여자와 상당히 긴 기간 동안 관계를 맺는다. 섹스 후에 여자가 사라져 버리는 것을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원한다면 뭐 하러 큰 돈을 들여서 원조 교제나 스폰서 관계를 맺는단 말인가?

전중환 008. 남자는 섹스가 끝나고 사라지라는 뜻으로 매춘부에게 돈을 준다

https://cafe.naver.com/evopsy2014/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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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어머니와 끈끈한 애착이 이미 맺어진 아이 처지에서도 아버지의 손길은 가능하면 사양하고자 한다.

(『본성이 답이다: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전중환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6, 197)

 

하지만 아기가 아빠의 손길을 가능하면 사양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자연 선택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정말로 바보 같은 행동이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를 본 기억은 없지만 내 개인적 경험과 세상에 떠도는 상식에 따르면 아기는 아빠의 손길을 아주 반긴다.

 

진화심리학자라는 사람이 왜 이런 문장을 썼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전중환 017. 아이는 아버지의 손길을 가능하면 사양한다

https://cafe.naver.com/evopsy20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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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한 적응이다. 다른 영장류의 새끼들처럼, 아이들은 또래 집단 내에서 자신의 힘, 지능, 운동 능력, 용감함 등을 친구들에게 과시함으로써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자 한다. 우열 순위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어떤 아이들은 자신보다 명백히 약한 친구를 골라서 매일 되풀이해서 괴롭히는 방안을 택한다. 학교 폭력은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끈덕지게 괴롭힐 만큼 강하고 억센 사람임을 널리 광고하여 결국 또래 집단 내에서 가해 학생의 지위를 높여 주는 기능을 한다.

(『본성이 답이다: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전중환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6, 128)

 

“자신보다 명백히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강하고 억센 사람임을 광고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A B보다 강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 상황에서 A B를 때려 눕힌다고 해서 A의 지위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게다가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끈덕지게 괴롭힌다면 가해 학생에 대한 평판이 떨어진다. 인간은 도덕성을 매우 중시하는 동물이다. 싸가지 없는 사람과 결혼하거나 친구가 된다면 자신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회피하도록 진화한 듯하다. 만만한 사람을 끈덕지게 괴롭히는 행위는 자신이 얼마나 싸가지 없는지 광고하는 꼴이다.

전중환 028. 학교 폭력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한 적응이다

https://cafe.naver.com/evopsy201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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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인간에게는 숨쉬기만큼 자연스런 나눔이 다른 영장류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을 사냥한 으뜸 침팬지 수컷은 막 포식할 찰나에 다른 암컷이나 친구들이 맛없는 부위를 한 점 집어 가도 모르는 척 눈감아 주곤 한다. 그러나, 이는 허락된 도둑질이지 진정한 의미의 선물이 아니다.

(『본성이 답이다: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전중환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6, 206)

 

하지만 자발적 나눔(proactive transfer, proactive provisioning)이 영장류 중에 존재한다고 한다.

 

The importance of food provisioning for maintaining fast reproductive rates in callitrichids has selected for high sharing motivation, resulting in regular proactive transfers, high solicitation success, and more sharing of preferred food (Box 2, Fig. 2).

...

Similar experiments with primates have shown results consistent with the species-typical natural history of sharing, such as proactive provisioning in callitrichids and reactive helping in chimpanzees.

...

In some species, benefits from sharing can nonetheless be high, as they are among cooperatively breeding callitrichids, and have led to extensive, proactive provisioning; in other species, benefits are lower and merely reflected by passive tolerance.

Natural Cooperators: Food Sharing in Humans and Other Primates, Adrian V. Jaeggi and Michael Gurven, Evolutionary Anthropology, volume 22, 2013

http://www.anth.ucsb.edu/faculty/gurven/papers/jaeggigurven2013EA.pdf

전중환 038. 영장류 중에 인간만 자발적으로 나누어 준다

https://cafe.naver.com/evopsy2014/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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