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이와 분홍이 난 책읽기가 좋아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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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우연은 있을 수 없다>

학교에 다닐 적에도 진화론과 창조론을 가지고 열띤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어줄까 고민하다가 비룡소에서 나오는 <난 책 읽기가 좋아> 시리즈를 알게 되었답니다.

이제 일곱살인 우리 아이에게 그리 무리가 가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또한 그림책에서 서서히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읽을 수 있는 적절한 분량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지요..

 '노랑이와 분홍이'라는 제목과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나무로 만든 인형같은 것이 어떤 이야기를 줄 것인가 궁금하기도 했고 또한 다른 책에서도 보이는 '윌리엄 스타이그'의 날카로운 풍자가 이 책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이 책은 제게 너무 마음에 든 책이 되었고 우리 아이에게도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 창조주와 인간의 모습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기회가 되었답니다. 

 노랑이와 분홍이는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따스한 햇볕 아래 누워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한 그들은 고민을 하며 서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야기가 얼마나 황당한지 우리 아이는 정말 많이 웃었답니다. 하지만 진화론에서 말하듯이 우연히 미생물이 점점 진화하여 형체가 갖춰지고 저멈 복잡해지고 정교해진다는 가설과 사람이 결코 원숭이에서 진화된 것이 아님을 작가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노랑이와 분홍이는 단순한 나무 인형이 아니라 무지한 인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군요. '나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가치를 지닌 존재인지와 맞물리게 됩니다.

노랑이와 분홍이의 대화는 정말 재미있지요. 분홍이는 누군가 자신들을 만들었을 거라고 하고 노랑이는 우연히 만들어졌을 거라고 주장을 합니다. 우연히 나무에서 가지가 떨어지고 입은 얼어서 구멍이 뚫린 것이며 손가락이나 발가락은 번개에 맞아 생긴 것이라고 하지요.

게다가 코와 귀에 생긴 구멍 역시 딱따구리가 쪼아서 생긴 것이고 색깔이 서로 다른 것은 서로 다른 물감 위를 굴렀기 때문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똑같은 두 개의 나뭇가지가 떨어지고 번개가 똑같은 자리에 구멍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저 역시 궁금해 집니다.

잠시 후 한 아저씨가 나타나 두 인형을 보면서 잘 말랐다며 가지고 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저씨가 자신들을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인형을 보면서 인간의 무지와 허영에 대해 생각해 보았답니다.

자신을 만든 사람을 만났음에도 올바로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얼마나 복잡하며 완벽한 존재인지 뽐내는 기가 막힌 상황.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깨닫기 원하는 것일까요?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기에 이 책을 읽고 또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창조와 관련해서 함께 이야기를 했지요. 하지만 그런 창조와 진화의 분쟁을 떠나더라도 인간이 맹신할 수 있는 오류와 자기 중심적인 면에 대한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언제나 겸손하고 자신을 올바로 안다는 것.아마도 사람이 사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요?

 단순한 그림과 짧막한 이야기이지만 작가가 주는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비단 아이 뿐 아니라 어른까지도 생각하게 하는 철학동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굉장히 날카롭게 풍자를 하고 비판을 하지만 단순하면서도 자유로운 느낌의 그림과 또한 이야기 속의 유머는 고스란히 남아 있어 어린이들도 한바탕 신나게 웃을 수 있는 멋진 동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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