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생각, 산수로 만나다 - 2013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2
고연희 지음 / 다섯수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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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선비의 생각, 산수로 만나다 

 

공자는 산수를 좋아하는 사람을 인자라고 했다. 노자는 물의 속성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했고 장자는 산수 자연의 질서를 터득할 때 비로소 거대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단다. 옛 철학자들의 사상을 높이 여기던 우리 선조들은 산수를 높은 정신이 머무르는 고결한 곳으로 생각했고,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곳으로 생각했다. 그냥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풍경이 아름다워 흐뭇해지는 그림이 아니라 산수화 속에 산수가 아닌 무언가가 있어 그림 속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고 해서 더 궁금해졌다. 저자의 산수화 이야기가.

교과서속 작은 사진으로만 접했던 안견의 몽유도원도. 뫼비우스 띠처럼 휘어져 도원에 이르는 화사한 채색의 도원의 모습 속에 왕자가 꿈꾸었던 미래가, 함께 감상했던 이들의 역사가 함께 풀어져있다. 선명한 그림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분명 다른 책들보다 특별한 재질의 종이로 인쇄했지만 맛깔나게 풀어주는 글덕에 한 번 더 눈에 담게 된 그림에서 주홍, 분홍, 연두의 화사한 색채가 좀 더 생생하게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쉽다.

구름산을 주제로 그린 최숙창의 산수도를 보고 감상한 시인의 시구 또한 멋지고, 소상팔경 8폭 중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장면을 같이 감상하며 기러기에 대한 옛 사람들의 생각과 애정을 엿보기도 하고, 산수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역동적인 장면 동자와 나귀의 팽팽한 긴장감 흐르는 줄다리기를 그린 동자견려도를 보며 산수화를 보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검은 비단에 금물로 그린 화려한 이금산수도를 보며 감탄하고 또 전란 뒤 폐허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은 임금의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하고, 조각배 타고 청령포 건너들어 섬처럼 외진 곳에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왕과 그의 충신들의 이야기를 청령포도를 보며 떠올려보기도 했다.

참 다양한 그림과 안에 담긴 화가들의 마음과 관련 인물들과 역사, 그들의 바람과 생각과 세세한 화법과 그림의 특성까지 담아놓은 한 권의 책이 보여주는 세상은 참 크고 멋졌다. 단순히 좋아해서 보았고 그래서 더 좋아졌다는 말로는 다 채울 수 없는 감동. 선비의 생각, 산수로 만나다는 감동이었다.

현실에서 경험하고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결여'가 담긴 그림, 불멸하지 않는 삶의 유한성과 명리 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생활 속 투쟁의 질곡을 벗어난 이상향, 그들의 삶과 소망을 그린 그림이 산수화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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