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배 보배 반달문고 29
정연철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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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배 보배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그 시절이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떠오른다.

어머니 아버지들은 힘 들어도 어린 우리들은 마냥 좋았었다.

낟가리 쌓아놓으면 몰래 기어 올라가 미끄럼도 타고-아마도 두엄으로 묵히기 전 빈 짚이었던 것 같다-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다 같이 모여 논두렁에서 참을 먹는 그 분위기가 즐거웠었다.

지금은 시골 마을에 학교 다니는 아이들도 줄고, 시골이 집이라 해도 학원을 다니느라 아이들도 바쁘다고 한다.

옛날에는 농번기 때에는 아이들도 경식이네처럼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기도 하고 어른들 일을 거들어야 했었는데.

동네 사람들하고 별로 살갑게 지내지 않는 똥개 할머니네에 말라깽이 소녀랑 얼굴 한쪽에 화상 흔적이 남은 좀 모자란 통통한 소녀가 들어왔다.

텔레비전에 크게 난 산불 뉴스가 난 적 있는데 그때 엄마를 잃고 아버지도 병원에 실려갔다 일하러 가버리고 두 손녀를 맡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사연이었다.

원래 그 마을에 여자 아이들이 귀해서 새침떼기 은조가 인기를 끌었는데 여자 아이 둘이나 들어온다고 해서 기대했다가 그 외모에 실망한 경식이는 짝사랑하는 은조 말이라면 더 깜박 죽는데 책 읽기를 좋아하고 바른 말 던지기를 좋아하는 상호는 은조한테 무덤덤하다.

일부러 은조를 따라 보배에게 짖궂은 장난을 치는 경식이는 은조의 마음을 쉽게 얻지 못하고 오히려 똥배 보배만 따라다녀 속상하다.

크리스마스 무렵 은조의 마음을 알게 된 경식이는 크게 상심하는데 약은 은조는 마음을 몰래 감춘다.

언니와 아이들을 따라 학교까지 온 보배는 공부를 하고싶지만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고 돈을 뺏는 중학생 형들에게 경식이네가 당하는 것을 보고 크게 소리지르며 달려드는데 그 모습에 경식이 뿐만 아니라 읽던 나도 놀랬다.

보배가 좀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불만 보면 넘어가는 모습도 안되었고 학교 다니고싶고 아이들과 어울리고싶은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거품 물고 넘어간 보배가 멀리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얼마나 마음 졸이고 안되었던지 코끝이 시큰해졌다.

아직 덜 여문 아이들 이야기이기에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철 없는 은조와 경식이도 자라는 키만큼 마음도 쑥쑥 자랐으면 좋겠고 어린 날의 아름다운 추억처럼 보배네도 정겨운 사투리를 쓰는 그들도 그렇게 예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함께 읽는 아이들도 여물어가는 보배, 경식이, 은조, 상호와 또래 아이들처럼 예쁘고 곱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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